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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
송두율 지음 / 후마니타스 / 2007년 4월
평점 :
좋아하는 분이 선물하지 않았다면 아마 내가 이 책을 읽었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관심은 조금 가지고 있었으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일부러 책을 골라서 사는 노력까진 안했을 것이다.
몇년전 신문지상을 오르내렸던 일을 기억하는지라 책을 받으니 문득 그 일이 궁금해졌다.
"그 때 재판받고 다시 독일로 간 것으로 기억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책에는 그러나 정작 내가 궁금해했던 사건 내용에 대한 송교수의 글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오랜만에 서울에 와서 느끼는 소회같은 글이 주로 있을 뿐... 오히려 내가 궁금해했던 내용에 관한 글은 책 뒤에 출판사쪽 사람들이 직접 독일에 가서 한 송교수와 부인 정정희씨와의 인터뷰를 -송교수의 감수아래- 글로 정리해서 나와있었다.
당시 나는 한겨레신문을 구독하고 있었다. 다른 신문들을 보지 않았으니 다른 신문들에서 어떻게 그 사건을 다루었는지 그 때나 지금이나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송교수가 귀국해서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노동당원임이 드러났고 그러다 무죄판결을 받고 도망치듯(?) 다시 독일로 갔다는 기억만이 떠오른다.
책을 보니 송교수와 송교수를 초청한 단체(민주화기념사업회)사이에서 의견차가 있었고 -송교수는 국정원 출두의사가 없었고, 단체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겼고-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조사를 받게 되었고, 그 와중에서도 끊임없이 의견차가 있었다. 부친상을 당했을 때도 국정원 조사를 거부해 오지 않았다는데 이런 오해와 실수가!!! 변호사도 없이 갇힌 상태에서 이런 저런 사람들에게 끌려다니며 독일 국적을 포기할 수도 있고, 오해를 일으키는 경계인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기자회견을 했을 때의 그의 참담함을 이 책을 보고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초청한 단체에서는 그가 노동당원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알았으면 초대하지 않았을거란 무책임한 소리로 그의 구금에 대해 발뺌하기 바빴고, 여러 언론들은 마치 큰 일이나 난 양 호들갑을 떨어대며 그를 간첩으로 몰기에 바빴다.
나는 북조선의 사정에 대해 잘 모르나 입국하고 조사하기 위해 노동당원이 되어야했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아무 국가 존망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데 단지 북조선과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마녀사냥을 하듯 몰아칠 수 있는 우리의 존립기반은 얼마나 허약한가?
강연을 하기 위해, 이제는 입국해도 되는 줄 알고 찾아왔다가 뜻밖의 구금과 재판, 진보단체는 그 나름대로, 보수언론은 자기 나름대로 입맛대로 송교수를 요리하고 비난하고 휘둘렀을 때의 그의 당황스러움은 어떠했을까? 소위 안 그럴것 같았던 진보인사들까지도 나서서 한국에 충정을 보이라고 요구하고 -도대체 무슨 충정?- 국적을 버릴것을 종용하고, 그간의 학문적 업적이자 그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경계인"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다그치다니!!!
"경계인" 이란 단어가 회색분자와 동일어로 들리는가? 나는 송교수의 학문적 업적이나 사상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경계인"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의 뉘앙스가 회색분자와는 너무도 다름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같은 세계화시대에 경계인 아닌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 우린 모두 언제라도 경계인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당시에 '도망치듯' 서둘러 갔다고 느꼈던 사정에 대해서 독일에서 비워놓고 온 일들이 많아 빨리 가야했다고 -또 이 땅에 오래 있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고- 말하는 송교수는 한국사회에 대해 너무 몰랐다. 부인은 그의 뒷걸음치는 듯한 그 기자회견을 반대했다고 한다. 나 역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반대한다. 그런다고 용인되는 사회가, 그의 참 뜻이 무엇인지 알아줄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국가보안법' ? 참 웃긴다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이 말도 안되는 법도 아닌 법!!!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도 나를 잡아갈 수도 있겠지. 이게 문명사회인가? 문명사회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