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친구딸 시집보내기
일요일 시골에서 함께 자랐던 여자친구가 딸을 시집보냈다. 친구들중 자녀를 처음 결혼시키는 것이다. 아직도 결혼하지 않은 친구가 있는 데 자녀를 결혼시키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묘한 느낌이다. 많은 시골친구들이 참석을 해서 함께 축하해 주었다.
여자친구들은 신부친구들과 비교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젊은 데 자녀를 시집보내려니 쑥스럽다. 친구들 모두가 "어느새 벌써 우리가" 라고 뜨악 하는 분위기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신부엄마인 친구가 그런 대로 장모님 분위기가 난다. 요즘 다들 과년한 나이에 시집, 장가를 가지만 그래도 신부의 나이 25살, 신랑이 26살이라고 하니 적당하기도 하고 참 좋을 때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까지 잉태를 했으니 경사가 겹친 결혼식이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두자매를 건사하느라고 고생께나 한 친구인데 이렇게 혼사를 치르니 만감이 교차하나 보다. 눈가에 이슬이 살짝 비친다.
친구도 멀리서 축하객으로 방문해준 친구들이 마냥 반가운가 보다. 식당에 들러 함께 어울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당에서 음식을 즐기는 하객들 앞에서 친구딸의 결혼식을 축하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건배도 제의하면서 흥을 돋워 주었다.
친구들 앞에서 그 녀석에게 한마디 했다.
나 : 친구야!
너는 이제 우리들 모임에서 상석에 앉아라.
친구 : 왜?
나 : 너는 이제부터 장모님이고, 몇달 지나면 할머니잖아
친구 : 됐거든!
나 : 우리가 싫어.
어떻게 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가 동급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너는 장모님이잖아
우리는 엄마, 아빠인데.......
친구들 : 맞다 맞아, 너는 모두의 장모님이다.
그러니 우리와 격이 다르긴 하다.
친구 : 어이구 이것들이 누굴 노인네 취급해요.
아주 지랄들을 해라.
친구들 모두 : 푸하하핫, 저봐라 저봐.
벌써 말하는 수준이 딱 욕쟁이 할멈이다.
푸하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청주교육청 근처 샐러드 바에 앉아 가볍게 맥주도 하고 셀카놀이도 하면서 헤어짐을 아쉬워 했다. 남녀 친구모두 어릴 때의 추억을 하나둘 꺼내놓고 즐기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저렇게 천진난만한(?) 녀석들이 벌써 아이들을 키워 시집장가를 보내다니 믿기지 않는 현실이긴 하지만 현실인 것을 보면 이렇게 우리도 나이들어 가고 있는 게다.ㅠㅠ
하루종일 걸어서 라운딩하고, 전날밤 꼬박 새우고, 또다시 라운딩에 결혼식 참석 등으로 바쁜 주말을 보냈지만 그래도 유쾌한 시간이었다. 서울에 도착하니 쌓였던 피곤이 밀려와 저녁도 먹지 않고 옆지기가 돌아오는 것도 모른채 꿈나라를 헤매고 다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