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면서 새 학기에 맞춰 초등학교별로 반장, 학생회장 선거철이란다.

어린 시절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5년간 반장을 장기집권(?) 한 적이 있었다. 그 때야 반장의 임기가 한 학년을 마칠 때였기에 요즘과 같이 1, 2학기 따로 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본인의 출마의사가 있기도 했고, 친구들의 추천에 의해 후보로 선정된 후 즉석에서 이름을 기재하는 방식의 투표를 거쳐 당선이 확정되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순수하게 우리들의 리더를 선출하던 때 묻지 않은 민주주의의 표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들리는 각 초등학교의 반장, 회장선거는 어른의 뺨을 치고도 그 도가 지나치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냥 아이들에게 맡겨 놓으면 민주주의를 배우는 학습의 현장이 될 수 있으련만 학부모들이 선거에 개입하다보니 그 순수성이 변질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전문 홍보대행사에 맡겨 포스터를 만들거나 맞춤 연설문까지 등장하는 가 하면 엄마들을 대상으로 선거에 승리할 수 있는 전략서가 나오고, 백화점 문화센터에는 '반장선거 강의'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친구들 마음을 사려고 자장면이나 햄버거를 돌리는 '햄버거 선거' 수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인 데 이렇게 까지 변질되어 가는 어린아이들의 동심이 어른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기에 이를 접하는 마음이 더욱 무겁기만 하다.

어른들의 지나친 욕심이 아이들의 순수성까지 갉아 먹고 있는 이 나라의 교육현장이 답답하고, 내 아이들이 이런 잘못된 행태를 배울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9/08/2008090801779.html
(어른 뺨치는 초등학교 회장선거)

여우꼬리 하나>
우리집도 나름 범석에게 회장출마를 권유한 적이 있었다. 리더십차원에서 권유를 했었지만 본인의 고사로 인해 성사되진 않았다. 그 때 그 녀석의 말에 기가 막힌 적이 있다. "어른들끼리 이야기 하는 데 회장이 되면 부모님 돈이 많이 나간데요, 그래서 안나갈 거에요" 아이들 엄마 친구들끼리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었던 것이다. 워낙 고지식한 녀석인 지라 그런 것이 아니라는 인식시켜주고, 회장에 대한 리더쉽 등을 이해시키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 휴우~~
후에 본인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회장선거에 출마 당선되어 활동한 적이 있고, 매일 제일 늦게 하교하는 것이 힘든 것에 흥미를 잃어 다시는 회장에 출마하지 않겠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여우꼬리 둘>
해람이는 욕심이 많아 회장선거 때마다 출마를 한다. 한번의 회장과 여러번의 부회장에 당선이 되었지만 아마도 녀석의 성격상 이번 선거에도 출마할 것이 예상된다.(누가 그 욕심쟁이를 말리랴ㅠㅠ) 서울로 전학을 오자마자 출마한 선거(천안에서 전학을 왔으니 아는 친구들이 있을 리 만무ㅋㅋ)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본인들의 뜻에 따라 선택하게 하고, 다른 아이들의 부모가 선거에 개입되어 순수한 마음에 출마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뒤늦은 여우꼬리 셋>
아니나 다를까 어제 확인을 하니 해람이가 역시 회장선거에 출마를 했었답니다.
결과는 낙선!
세명까지 회장단을 선출한 후 회장1명과 부회장2명을 선출하였는 데,
여기서도 결국은 위와 같은 사태가 벌어 졌나봅니다. 당선된 아이들 모두가 비하인드 공약이 있었는 데 그 공약들이 글쎄 급우들에게 피자를 쏜다는 아이, 햄버거를 돌린다는 아이, PC방을 데리고 간다는 아이 등이었고 이들 세명은 당선되고 물질공약을 하지 않은 해람이는 결국4위로 낙선.
해람이에게 공식적인 공약발표때 선생님이 없었냐고 하니까 선생님 몰래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한다고 하니 정말 어른들 뺨치고도 남을 일인 듯 하여 말문이 막혔습니다.
범석이가 한마디 거드네요 "이상한 선거가 되어서 절대 출마해서는 안될 몹쓸 선거가 되어 버렸고,그런 선거에 저는 절대 출마할 생각이 없어요" 라고 말입니다.

결국 해람이에게는 너가 친구들에게 좀 더 다가서지 못한 것이 더 큰 이유라는 쪽으로,
범석에게는 리더십과 봉사적인 틀에서 접근하라는 인식이 들게 끔 설명을 하면서 마무리 했답니다. 아이들에게까지 이런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괜시리 씁쓸하네요.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9-09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정신나간 학부모들 많아요~ 회장이 무에라고~ 아이들이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라야지, 부모의 권유로 억지춘향으로 한다면 별 효과도 없어요. 큰딸 친구들 대학까지 보내보니까 그렇게 치맛바람 휘날리고 다녔던 집 아이들~~ 역시 한계가 있더라고요.
해람이에게 박수를~~~ 본인이 의지를 갖고 있다니 당근 응원합니다!!

전호인 2008-09-10 15:15   좋아요 0 | URL
해람이가 워낙 욕심이 많은 녀석이라 오히려 그 녀석 욕심제어하기가 넘 힘들어요, 지난 번 옆지기가 누구 따라서 장난삼아 점을 보았는 데 워낙 욕심이 많은 아이라서 요구하는 대로 다 받아주다보면 죽도밥도 안된다고 하더라구염.ㅋㅋ 의지가 지나치게 강한 것도 골치랍니다.

바람돌이 2008-09-10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중학교에서도 반장되고 나면 햄버그 같은걸 돌리는 게 무슨 유행처럼 된적이 있었어요. 그게 공식유세에서는 안하는데 지들끼리 선거운동하면서 그런 얘길 하는거죠. 그러니 아이들도 뭐 얻어먹는걸 당연한듯 받아들이고... 다행히 제가 있던 학교들에서는 그 꼴이 한 2년 계속되니까 아예 선거 시작전부터 나중에 되고 나서 음식같은거 돌리면 바로 반장투표 무효화 한다고 못을 박으면서 요즘은 없어졌어요. 근데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지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정말 무섭네요. 근데 이거 교사들이 조금만 움직이면 쉽게 없앨수 있는건데 도대체 왜 교사들이 저 꼴을 두고 보는건지... 이러니 욕을 먹지 하면서 한숨만 쉽니다.

세실 2008-09-10 08:38   좋아요 0 | URL
직장맘이라 치맛바람을 휘날릴수도 없기에 그저 묵묵히 숙제 잘 챙기고, 1년에 한번의 자모회는 참석하려고 합니다.
근데 선생님이 하라고 하시면 그건 어쩌요? ㅎㅎ
"규환엄마 한 턱 쏴. 규환이는 쏴도 돼~~" 하신 걸요.
뭐 그냥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라고 생각하는걸요. 반장되고 나면 떡이나 피자 돌리고 입 닦습니다. 그거라도 안하면 미안해서요...
- 엄마, 아빠한테는 힘들어서 반장 안한다고 하더니 남들 나가는 거 보고 은근슬쩍 나가서 2학기 반장된 규환이반에 꿀떡 한말 돌린 엄마 올림^*^

전호인 2008-09-10 15:18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저도 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선생님들이 조금만 신경쓰면 단박에 정리될 수 있을 텐데 왜 이 지경까지 몰고 가는 지 알 수가 없네요. 보도에서도 있었듯이 11명 중 10명이 기획사를 통해 포스터를 제작하고 연설문 대필을 받았다니 학교가 요지경속이 되나 봅니다.

전호인 2008-09-10 15:21   좋아요 0 | URL
세실님!
선생님이 부추긴다니 쩝!ㅠㅠ
미풍양속이라고 하기엔.......
글두 세실님의 순수성이라 믿습니다만 그런 것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관례화 되어 버린 것 같아 찜찜하긴 합니다.
침만 꿀떡 ㅋㅋ

하늘바람 2008-09-10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부터 태은이 걱정되네요.
전 사실 시키고 싶은데 옆지기는 반대라서.
말그대로 리더십차원인데
하지만 그런게 치맛바람과 연결되고 돈으로 연결된다면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에요

전호인 2008-09-10 15:24   좋아요 0 | URL
제가 가끔 농담삼아 이런 말을 합니다. 치맛바람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땅의 엄마들이 모두 사라지는 길이라고염. 요즘 세태는 도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친 거죠.

2008-09-10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10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8-09-1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딸도 반장에 한 번 나가보라니까
그 재미없는 걸 왜 자꾸 나가라고 하느냐며 단칼에 잘라버리던 걸요.
여기 시골도 반장 시키고 싶은 엄마들의 열성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사실 전 그런데 휩쓸리고 싶지 않아서 딸아이한테 더 하라는 말도 안 했어요.

전호인 2008-09-10 18:08   좋아요 0 | URL
요듬은 시골과 도시의 갭이 거의 없나봅니다.
오히려 시골(?)의 열풍이 도시를 능가하기도 하니 말이에여
아이들의 의지가 있을 때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었으면 해요. 여기에 물질이 개입되면 순수성이 깨어지게 되는 말입니다.

뽀송이 2008-09-1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돈이면 다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가더라고요.
반장 하고 싶으면... 반장이 되고도 중간중간 햄버거, 아이스크림, 음료수 정도는 팍팍! 사줄 수 있어야한다니 말입니다. 여긴 아직도 햄버거 선거가 만연합니다.ㅡㅡ;;

전호인 2008-09-10 18:10   좋아요 0 | URL
안타까운 일입니다.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욕심이 아이들의 동심을 멍들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요. 순수성이 결여되면 그건 이제 아이가 아닌게죠.

가시장미 2008-09-1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런 일이 있군요. 저도 반창선거에 참 많이 나갔었는데.. 선거유세를 창의적으로 하기 위해 별 쇼를 다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ㅋㅋ 오히려 '날라리(?)'라는 인상을 주어 부반장이 된 적도 있었죠. :)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요 ㅋㅋ
제가 가르치는 5학년 아이들 중에서도 반장이 꽤 있는데- 선거 때만되면 말들이 많더라구요. 그래도 나름 순수하게 선거를 하는 것 같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군요. 부모님의 야심에 의해 만들어진 자리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네요. 전 나중에 그런 부모는 되지 않으려구요 ㅋㅋ 또 모르죠. 제일 극성인 엄마가 될지도 -_-;;

전호인 2008-09-18 17:59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셨군요.
학교 선생님들께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쓰신다면 바로잡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이들의 행동이 너무 영악해서 기가 막히기도 합니다.

하양물감 2008-09-11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반장인지...애가 반장인지 모르겠네요....어릴 때부터 물질선거에 길든 아이들이 커서도 당연하게 여길 거 같아 걱정입니다. 저는 아직 초등생이 없어서 실감하고 있지는 않지만 주위 분들 애기들으면 다들 그렇더군요.

전호인 2008-09-18 18:01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과유불급이지요, 엄마들의 지나친 행동이 본인의 아이들의 잘못된 도덕관을 만들 수 있다고 인식하면 쉽게 바로 잡힐 수 있는 문제인 데 당장의 욕심에 눈이 멀어 이성적인 판단이 결여되는 것이 너무 아쉽고 열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