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 백년의 고독, 천년의 사랑
이사강.김태환.유쥬쥬 지음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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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참 고급스럽다.
영화감독, 사진가, 아티스트 세 명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인도를 이야기한다.

영화감독 이사강 :

그녀는 오래전부터 인도를 동경했고, 인도 여행을 꿈꾸었다. 최근에는 요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인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녀가 인도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이 ‘비움’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인도를 최신과 구닥다리가 불균질하게 섞여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그 혼란 속에서 헤맸지만, 자신을 던져버리고서 즐거워졌다고 한다. 영화감독답게 여러 작품의 영화도 언급한다.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할 때는 <러브 스토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인도에서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할 때는 <슬럼독 밀리어네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인셉션>을 곁들였다. 사고에서만큼은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인도인과 촬영을 하고, 늘 시간에 쫓겨 사는 것이 익숙했지만 장시간 기차 여행을 하며 느림의 미학을 배웠다.

사진가 김태환 :

어느 나라에 가든 오토바이 타고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그는 인도에서 인도인의 행복을 카메라에 담았다. 과거 지향적인 삶을 살아가던 그는 인도 여행을 하며 현재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위대한 건축물보다 재래시장이나 골목길에서 깊은 감흥을 받는다는 그의 글은 읽기가 쉬웠고, 인도의 순수한 사람들, 여행, 폴라로이드가 영감을 준다는 그의 사진은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가 느껴진다. 그는 사소한 것에도 감탄하고 잘 웃고 잘 표현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도인들에게 꾸밈없는 미소에서 행복이 시작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절망감과 공포 속에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티베트인들의 순수한 마음을 보며 평화로운 마음으로 세상 보는 법을 배웠다. 

설치미술가 유쥬쥬 :

2005년 겨울, 인도에 다녀온 후로 늘 ‘인도에 다시 가야지’라고 생각했다는 그녀가 찍은 사진들은 색감이 좋다. 알록달록 예쁘기도 하고, 사진 한 장에 서너 가지의 색깔 뿐이더라도 느낌이 좋다. 그녀는 형형색색의 물건이 넘쳐나는 시장을 좋아하고, 원색적이고 유아적이고 유치한 자신의 취향을 사랑한다. 종종 할머니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도로 위를 지나가는 차의 운전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인도에는 무수히 많은 하찮은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인도인들은 모두가 아티스트라고 하는 그녀는 사소한 것도 감탄의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인도인, 태생적으로 호기심을 갖추고 태어난 인도인이 부럽다고 한다.

세 권의 책을 읽은 것 같다. 함께 여행한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이야기다. 인도에 대한 여행 설명서도 아니고, 인도에 관하여 자세히 알려주는 것도 아니지만 인도인을 알고, 인도를 느끼기에 충분한 것 같다. 나도 인도에서 소박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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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절대가이드 - 89개 지역 700개 명소 절대가이드 시리즈
최미선 지음, 신석교 사진 / 삼성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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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책 한 권이 듬직하다. 아직 추웠던 작년 3월 말에 쁘띠프랑스에 갔었는데 표지에서 사진으로 보니 반갑다. 목차를 보며 내가 가본 곳에 표시를 했다. 89개 지역 중 28개 지역, 700개 명소 중 52곳 뿐이다. 그동안 여행을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던 게 무색할 정도다. 한편으로 국내에서 가보지 못한 곳이 이렇게 많이 있으니 앞으로 여행지 선정할 때 어려움은 없겠다는 생각이다. 

글은 아내가 쓰고 사진은 남편이 찍었다. 신문사 기자로 열심히 일하다가 취향이 똑같은 둘은 동시에 사직서를 내고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보는 중이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즐겁게 살고 싶은 마음뿐인 나로서는 그들이 부럽고 멋지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게 "여행지 중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라는 질문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키며 "그 사람 어디가 제일 좋아요?"라고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가 제일 좋았어요."라고 딱히 어느 곳을 콕 짚어 말한다는 게 좀 그랬거든요.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내 마음 상태에 따라 기억에 남는 곳이 제각각 달랐기 때문입니다.  

          ─ <프롤로그 중> 


욕심부려 여행 일정을 빡빡하게 짜면 맘에 드는 곳에서 좀 더 머물고 싶어도 그 일정 때문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1박 2일 국내 여행이든 보름간의 배낭여행이든 꼼꼼하게 일정을 짰던 나는 이번 봄에 떠나는 한 달간의 여행 일정은 짜지도 않고 전체 루트만 대충 정해 놓은 상태다. 이번에야말로 발길 가는 대로 둘러보는 여행을 하자고 결심했다. 마지막에 '틈틈이 시간 내어 여행을 많이 하라'는 두 사람의 바람에서 따뜻한 애정이 느껴졌다.

<대한민국 절대가이드>는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와 그 주변에서 가보면 좋을 관광지를 소개하고 있다. 지역별 첫 페이지에서는 지도 위에 중심 여행지와 주변 여행지 사진을 배치하여 위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고, 중심 여행지에서 주변 여행지로의 이동 시간도 알려 준다. 여행지의 이용 시간이나 입장료 등 최신 정보라는 점이 마음에 들고 가는 길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다. 나의 큰 바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먹을 곳과 잠잘 곳에 소개된 식당과 숙박업소의 약도를 작게나마 보여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가족과 여름 휴가에 갔던 양양 송천 떡마을과 강릉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남자 친구와 갔던 정동진, 하슬라아트월드, 대학 시절 엠티 갔던 포천 산정호수와 대천 해수욕장, 대학 졸업 후 알게 된 친구들과 갔던 평창 대관령 양떼목장, 월정사, 허브나라, 중학교 친구와 갔던 담양, 쁘띠프랑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작년 여름 휴가에 갔던 경주, 버스 타고 시티투어했던 군산, 대학 시절 마지막 여행지였던 순천 낙안읍성과 보성 녹차밭, 직장 다니면서 갔던 겨울과 봄의 제주도 등 대학교 입학 후 여행의 기억은 뚜렷하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전 가족과 함께 여행한 설악산, 통일전망대, 해남 땅끝마을, 수학여행으로 갔던 공주, 부여, 수련회 갔던 완도는 잘 기억나지 않아 다시 가보고 싶다.  

여행 가고 싶어 무작정 계획만 세워 놓은 곳이 있다. 강원도 동해, 삼척, 정선과 우리 나라에서 가장 가고 싶은 경남 통영, 거제. 올해 꼭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요즘 읽고 있는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 평사리마을의 최참판댁에도 들르고 싶다. 영주 부석사나 단양, 남한산성, 제주도에서 가보지 못했던 곳 등 가고 싶은 곳과 앞으로 가볼 곳이 많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레고, 책장에 든든하게 꽂혀 있는 <대한민국 절대가이드>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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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산보학
김경하 지음 / 스토리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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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처럼 내게 온 책이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책이 예쁘다.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가족끼리 3박 4일 배낭여행을 다녀온 곳이다. 그때 썼던 일기와 여행 사진 덕분에 여행 중 들렀던 몇 군데의 장소는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지만, 다른 기억들이 뚜렷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한 번 다녀온 때문인지 '타이베이'라는 단어를 보면 친근함이 느껴진다. 글보다 사진이 많은 편이어서 책장을 넘기는 게 더 수월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런 정보 없이 타이베이에 도착한 저자는 타오팡(원룸)을 구해 생애 첫 독립생활을 시작한다. 그녀는 조찬식당에서 파는 샌드위치나 햄버거로 아침식사를 하고, 국립대만사범대학교(사대)에서 수업을 듣는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외로움이 몰려오면 보랏빛 노을이 지는 중정기념당을 찾기도 하고, 주말에는 먹을거리를 사들고 간 공원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여유를 즐기기도 하며, 대만대학교 중앙도서관 옆 학생식당의 쯔주찬에서 싸고 맛있는 식사를 한다. 가족여행을 할 때는 거의 택시를 탔던 것 같은데, 깨끗하고 쾌적한 지에윈(지하철)을 타거나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느긋한 마음으로 버스를 타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이나 서점에 들러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야시장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맛보고 싶다. 

타이페이에서 만난 친구 세 명을 인터뷰한 내용은 짧지만 신선했고, 먹는 재미가 가득한 타이페이의 군것질거리, 식당, 맛집, 동네 식당의 기본 메뉴 등을 소개하고 있어서 타이베이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은 '타이페이의 그곳'에서 소개한 식당의 음식 사진과 '동네 식당의 기본 메뉴'의 음식 사진이 흑백사진이라는 점이다. 흑백사진이 아니었다면 더욱 맛깔스러워 보일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한 가지, 아기자기하게 느껴지는 사진과 짤막한 이야기들이 내게는 좋았지만, 시력이 좋지 않은 분들이 혹 이 책을 보신다면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그냥 볼 수 있다고 해도 글씨 크기가 너무 작다. 글이 쓰여 있는 아래쪽의 빈 공간이 많은데 글씨 크기를 더 크게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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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오감
용호성 지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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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 I ♡ NY '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일 정도로 난 뉴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뉴욕에 다녀온 사람들이 꼭 한 번 가봐야 하는 곳이라고 말하곤 해서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게 말한 사람들과 이 책의 저자가 뉴욕을 좋아하는 이유는 각기 다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에게 뉴욕은 온갖 즐길 거리로 넘쳐나는 천국이었다고 한다. 나에게 뉴욕은 과연 어떤 곳으로 다가올까?

<뉴욕오감>은 여느 뉴욕 여행 서적과는 다르다. 전 세계에서 뉴욕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울 것은 바로 '뉴욕의 예술과 문화'라고 한다. 저자는 음악, 미술, 공연, 쇼핑, 음식 등 다섯 가지 테마로 뉴욕을 제대로 즐기는 법에 대해 알려 준다. 나는 음악보다는 미술을, 무용보다는 연극이나 뮤지컬을 좋아한다. 이 책에 소개된 모든 내용이 나의 관심거리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흥미있어 하는 부분의 몇 가지 정보를 얻은 것만으로 만족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고 뉴욕의 연중행사, 공원, 공연장, 미술관, 극장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뉴욕의 예술과 문화 정보 가이드북이라고 해야 할까.

뉴욕 시는 맨해튼과 퀸스, 브루클린, 브롱크스, 스태튼 아일랜드의 다섯 곳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면적은 가장 작지만 뉴욕 시의 중심부이자 세계의 상업, 금융, 문화의 중심지인 맨해튼에서 관광객들은 뉴욕을 느낀다고 한다. '세계 음악의 수도'라고 일컬어지는 뉴욕의 클래식 음악, 재즈, 록이나 팝 전문 공연장과 주요 공연 단체, 클럽 등을 소개한다. '현대 미술의 메카'라고도 할 수 있는 뉴욕의 4대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은 미술 감상에 입문해 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무척 친절하고 흥미진진한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첼시나 소호에서 어느 갤러리에 무작정 들어갔는데 맘에 드는 그림이 있다면 기쁠 것 같다. 성 토머스 교회나 성 요한 교회는 마치 영화 속에서 보았던 성(城) 같다.

뉴욕에 왔다면 저녁 시간에는 공연장에 가야 한다고 한다. 영어에 능통하지 않다면 뮤지컬이나 연극보다는 시각적인 것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무용 공연을 보는 게 좋다고 한다. 난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자는 쇼핑이라고 해서 꼭 물건을 사는 것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것이 뉴욕의 쇼핑이라고 하니 한 번쯤 뉴욕에서 쇼핑을 즐겨보고 싶다. 책에서는 뉴욕의 백화점, 할인 매장, 아이템별 쇼핑몰 등을 소개한다. 내용을 전부 이해하고 알아 듣지는 못하겠지만 서점이나 음반점에 들르고 싶다. 문구점이나 카메라 매장, 벼룩시장 구경도 재미있겠다. 세계 각국의 독특한 음식이 모두 모여 있는 뉴욕의 지역별 추천 레스토랑도 소개한다. 레스토랑 소개글만 읽는데도 금세 군침이 돈다. 

맨해튼 인근의 공항에서 맨해튼 가는 법, 대중교통 이용법, 그리고 숙소 구하는 방법도 나와 있어서 다섯 가지 테마 중 어느 것으로든 뉴욕을 여행하려는 사람에게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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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한 달 여행자
백철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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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사람들은 유럽 여행을 할 때, 여러 나라의 많은 도시를 발도장만 찍는 식으로 다니기도 한다. 나는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하더라도 한 곳에서 며칠 씩 머무르며 마치 현지인처럼 생활하는 여행이 좋다. 지금까지 유럽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데, 요즘 세계지도를 펼쳐 놓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위스나 네덜란드, 핀란드 등 깨끗한 느낌의 나라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던 중에 만나게 된 <암스테르담 한 달 여행자>, 운하와 댐으로 둘러싸인 낮은 땅 네덜란드 그리고 암스테르담에서 숙소를 잡아 한 달간 살아보는 여행. 여느 여행자들처럼 지도나 가이드북에 의존하지 않고, 마치 일상생활하는 듯한 여행. 그런 게 좋다. 어느 날 내게 낯선 도시에서 한 달간 살 집이 생긴다면 그곳 역시 암스테르담처럼 너무 큰 도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도시의 볼거리에 짓눌리지 않아도 되는 곳,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책이 참 고급스럽다. 남색 바탕에 판화를 새긴 듯한 금빛 제목과 심플한 표지 디자인, 그리고 표지 뒤쪽의 네덜란드 지도가 맘에 든다.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저자의 소개를 읽고, 프롤로그를 읽으며 그는 어릴 적부터 범상치 않았구나, 가족과 함께여서 행복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그에게 혼자만의 여행을 제안하며, 한 달간의 여유를 선물한다. 그리고 그는 어느 여행 작가에게 추천받아 암스테르담으로 떠난다.

난 '네덜란드'하면 가장 먼저 풍차가 생각난다. 풍차 마을, 잔세스칸스는 겨울에는 황량하지만 꽃 피는 계절에는 한 폭의 그림이란다. 한국의 용인 민속촌 같은 동네 잔세스칸스에는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와 아로아가 신던 나막신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는 맑은 날이 1년에 25일 정도이므로 날씨가 좋다면 일단 암스테르담 북동쪽에 위치한 '마르켄'에 가보라고 한다. 마르켄 케르크부르트에서 내려 자전거를 대여하여 마을과 제방 돌아보기.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은 암스테르담에서 그는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여 이름을 '네모'라고 짓는다. 운하를 따라, 자전거 길을 따라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 투어를 하고 싶다. 그는 어느 덧, 네모를 타고 지도 없이 마음 가는대로 향한다. 나도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발길 가는대로 즐기는 여유로움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네덜란드의 보물인 몇 군데의 미술관이 소개된다. 내가 그림을 좋아해서 미술관 이야기에 특히 집중했다. 뮈죔 광장의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렘브란트의 그림을 느긋하게 보고 싶다. 비넨호프 옆 호수 끝자락에 있는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서 얀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직접 보고 싶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읽고 더욱 좋아하게 된 작품이다. 뮈죔 광장 한쪽의 현대식 건물은 오직 고흐의 작품을 위한 반 고흐 미술관이다.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 앞에 서면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다. 

여유를 찾자고 온 여행에서 그는 보름 동안이나 부지런을 떨었다. 후에 남은 시간 동안은 관광이 아닌, 느긋하게 여행한다. 폰델 공원의 호숫가 옆에 자리 잡고 앉아 햇볕을 쬐며 암스테르담의 진짜 모습을 보는 것도 좋겠다. 한국인보다 훨씬 검소하고 단순하게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는 네덜란드인이 가진 여유를 배우고 싶다. 하루하루 성실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자체로 만족하는 모습이 본받을 점이 아닐까?

프란스 할스 미술관에서 흘러나오는 오보에 소리에 귀기울이며 정원을 돌아보고, 네덜란드 대표 음식인 청어절임 하링, 갖가지 치즈, 팬케이크, 마요네즈 뿌린 감자 튀김, 맥주 맛보기, 슈퍼에서 장보기, 샌드위치 도시락 싸들고 공원으로 소풍 가기, 호헤벨뤼베 국립공원의 크뢸러뮐러 미술관 들르기 등 암스테르담에서 지내는 데 심심할 틈이 없겠다.

어느 여행이나 그러하겠지만 생생하게 기억되고 영원히 간직될, 여행이기도 하고 일상이기도 한, 낯선 도시에서 아파트 얻어 한 달 살기. 꽃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꽃의 계절 4월에 한 달간 머무른 암스테르담. 부지런한 여행자라면 일주일도 안 걸려 모두 돌아볼 수 있을 만큼 공간 집약적이다. 이런 도시 열 두 곳을 골라 한 달씩 생활하며 1년을 보낸다면, 생각만 해도 행복한 웃음이 난다. 

펼친 책의 양쪽 페이지에 찍힌 한 장의 사진도, 축소된 10여 장의 사진도 모두 예쁘고 아름답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모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암스테르담이 네덜란드의 수도인줄도 몰랐던 나는 어느덧 그곳의 모습에 푹 빠졌다. 저자가 한 여행이 내가 원하던 여행이기도 하고, 암스테르담의 모습이 내가 가고 싶어하던 곳의 모습이기도 해서일까? 언어는 잘 통하지 않더라도 그곳에서 얼마 동안 머무를 기회가 주어진다면 망설임없이 날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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