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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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드디어 그를 만났다.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났던, 언뜻 보면 만화 주인공의 모습을 한 오기사를. 그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지만, 1년 전 보았던 프랑스 소설 '하느님의 이력서'에서 그의 그림을 접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기사의 여행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두툼한 책 한 권을 손에 잡았을 뿐인데 무언의 힘이 느껴졌다면 나 혼자의 착각일까.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기 때문에 모든 게 좋게만 느껴졌다.

스케치북을 들고 혼자 여행하며 떠도는 모습이 내게는 멋지게 보인다. 겉표지를 따로 분리하여 넓게 펼치면 오기사의 그림 속 사진이 확대되어 있다. 겉표지와 책표지 모두 마음에 든다. 사진과 그림을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산뜻했다. 한 장면을 여러 컷으로 연속 촬영한 스타일의 사진도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색다르면서 하나의 작품 같았다. 만화 느낌의 그림도 재미있었고, 건축을 전공한 만큼 건축물뿐만 아니라 현장의 모습을 자세하고 꼼꼼하게 표현한 것에 감탄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부러웠다. 여행서적을 많이 읽으면서 글과 사진만으로 만들어진 책보다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작가의 손으로 그려낸 책들이 더 값어치 있어 보였다. 

글이 많지 않다. 글보다 사진과 그림이 더 많은 것 같다. 사진만 보고 있어도 한 권의 멋진 사진집을 보는 느낌이다. 한 군데를 여행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의 사진 설명이 있고 직접 그린 지도 또한 친절하다. 배낭여행을 계획할 때 그리스 전도를 보며 커다란 달력 뒷부분에 따라 그렸었다. 어느 곳을 여행하려는 게 아니더라도 국내지도든 세계지도든 어떤 곳의 지리를 살핀다는 것이 내게는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여행 중에도 각 지역의 지도를 얻어 한참을 살펴보고는 했다. 

혹자는 많지 않은 내용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목이 '여행을 스케치하다'가 아닌가. 여행에 대한 기억을 스케치북 위에 표현한 것으로만 본다면 백 점 만점이다. 오기사의 사진집과 화첩을 한데 모은 작품집으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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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T의 스타일 사전 - 스타일에 목숨 건 여자들의 패션.뷰티 상식 560가지
김태경 지음, 탄산고양이 그림 / 삼성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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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나 표지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스타일에 목숨 건 여자도 아니고, 단지 '세상 모든 여자들이 궁금해 할' 패션, 뷰티 실용 정보가 가득하다는 말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패션에는 관심이 없는 편이다. 옷을 잘 입고는 싶지만 쇼핑에 시간과 돈을 할애하거나 신경써서 옷을 입거나 하지는 않는다. 잡지 기자 10년 차 패션 에디터의 노하우를 토대로 한 스타일 사전의 목차를 살펴보다가 패션보다는 뷰티 쪽에 눈길이 갔다. 예컨대, 여드름의 붉은 자국을 없애는 방법이라든지 잠들기 전 5분 투자로 날씬해지는 방법 등 피부와 다이어트에 관련된 내용들 말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크게 둘로 나눈 패션과 뷰티를 좀더 일관성 있게 분류하여 정리했더라면 좋았을텐데. 가나다 순이 아니라서 뭔가를 찾아보려고 할 때 목차를 처음부터 훑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것 같다. 물론 큰 불편함은 아닐테지만.  

외국에서의 일이나 외국인의 이야기나 이를테면 마를린 먼로가 사랑했던 구두라든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한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듣지도 못한 어려운 브랜드의 이름이나 몇 십년 전의 일들은 내게 생소하기만 하고 흥미를 끌지 못했다. 중간중간에 도움이 되었거나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도 있다. 앙드레김이 하얀색 옷만 입는 이유라든가 내 몸에 꼭 맞는 청바지 고르는 요령, 속옷의 수명 기간, 스타킹을 탄력 있게 오래 신기 위한 비법, 여러 가지 세탁법과 세척법 등이 그것이다.  

패션 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이었지만 뷰티 파트의 내용은 기대한 만큼 좋았다. 가격은 다르지만 효과가 비슷한 닮은꼴 화장품에 내가 사용하고 있는 제품도 있어서 신기했다. 같이 쓰면 시너지 효과가 높아지는 화장품 소개도 도움이 되었다. 여드름 피부에 녹차가 좋은 줄은 알았지만 꾸준히 관리하기가 어렵기만 했는데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시트 마스크를 떼어내고 시트에 남아 있는 액을 아까워하기도 했고, 클렌징 시간을 2분 넘긴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 생활에 연결 지어 읽었더니 재미있기만 하다. 책을 읽은 후로는 세안 후 수건으로 물기를 닦지 않고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려준다. 전에는 물기가 마르고 한참 후에 화장품을 바른 적도 많은데 물기가 마른 후 30초가 지나면 피부의 수분율이 급격히 떨어져 피부를 늙게 만든다고 한다. 샴푸 후 린스도 사용하게 되었고, 밤에는 사과, 바나나, 라면을 절대 먹지 않는다. 입맛 떨어뜨리는 책들도 읽어보고 먼지 쌓인 화장대 정리도 깔끔하게 할 계획이다. 

국어, 영어, 일어 사전만 사전인 줄 알았는데 실생활에 도움 되는 '스타일 사전'이 생겨서 든든하다. 두껍지 않은 책 안에서 내게 필요한 값진 내용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여자라면 한번쯤 읽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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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색에 물들다
강미승 지음, 장성철 감수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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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색연필을 좋아했다. 아니, 색깔을 좋아했다. 현란한 빛깔(原色)보다는 은은함이 느껴지는 파스텔 톤의 색을 좋아한다.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를 나만의 색의 리듬으로 정리하기도 했고, 중학교 때 접은 천 마리의 거북이를 긴 원통형의 유리병에 색에 따라 층층이 구별하여 담기도 했다. 언젠가는 책꽂이를 가득 채운 책들을 장르별로 정리할까 제목 순으로 정리할까 고민하다가 표지의 색상별로 정리한 적도 있다. 색(色)때문에 미술을 좋아했고, 그림을 좋아하고 미술관 나들이를 좋아하고 나아가 사진과 여행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색으로 분류하다. 여행과 색을 함께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이 두 가지가 정말 잘 어울리는구나, 생각했다. 어느 책이든 제목이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로 이루어졌다면 읽고 후회한 적은 없다. 여행, 색, 물들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의 풍차 그림에 형광빛 분홍색 굵은 띠가 눈이 부신다. 날짜와 장소를 불문하고 오직 색으로 사진을 분류하여 여행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여느 여행책과 차별화된 이 책이 정말 예쁘고 매력적이다. 

저자와 비슷하게 나도 일반 사람들이 관심있게 보지 않고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사진기에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단지 색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따분할 수도 있는 그것을 잠시나마의 추억으로 간직하고픈 마음이 있는지도 모른다. 길을 가다 특별할 것도 없는 파랑 표지판을 찰칵, 누군가 밤새 마시고 모아두었을 투명 초록빛 술병을 찰칵, 진하고 강렬한 색상의 공중전화를 찰칵, 듬직한 주인집 아저씨의 숙소에서 분홍빛 열쇠를 찰칵. 

나도 그랬었다. 저자와 다른 점이라면 내가 여행한 곳은 그리스 한 나라뿐이었다는 것, 나는 색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무조건 카메라를 들이댔다는 것. 크레타섬 하냐 항구의 쪽빛 바다, 크노소스 궁터의 뙤약볕 아래 상아색 모래, 영화에서나 보았던 높은 천장과 기다란 창문과 커튼이 있는 이라클리온 숙소의 은빛 낡은 열쇠, 달지 않은 초코 우유, 산토리니 음식점 니콜라스의 메뉴가 적힌 흑빛 칠판, 더운 날씨에 목마름을 달래준 빨간 음료, 코린트에서 마신 우유빛 우조와 기본 안주로 나온 노릇노릇 감자칩,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분홍빛 수화기가 눈에 띈 공중전화 등. 열거하다보니 여행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그리움이 더해진다. 여행 사진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색과 관련하여 찾아보니 내 여행 또한 색으로 분류가 가능할 것 같다. 물론 저자의 책만큼은 아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니 책을 보는 내내 보름간의 그리스 배낭여행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 저자의 사진과 나의 여행 사진과 닮은 점이 꽤 많았던 것이다. 델피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파란 하늘의 하얀 구름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고, 산토리니 신항구에서 배를 기다리며 허기를 달랬고.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과 피레우스 항구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보름간 시커멓게 타버린 손등을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길에서 만난 귀여운 삼남매를 몰래 촬영하기도 했고, 어두운 밤 주황빛 조명 아래 늦은 식사를 하기도 했다. 결국 내 여행 이야기로 빗나가긴 했지만 내게는 한번뿐이었던 그리스 여행을 <여행, 색에 물들다>로 인해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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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미학 - 진동선의 사진 천천히 읽기
진동선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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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자리를 살짝 그을린 듯한 검은색의 표지가 깔끔하면서 분위기있고 왠지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누가 찍은 사진일까? 한 장의 사진일 뿐인데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틀 안의 작품처럼 느껴지는 최중원님의 <거울 속의 꽃병>, 밝은 조명을 한 화분의 꽃이 작가에게 뭔가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여행기를 읽든지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책을 볼 때면 항상 그렇듯이 이 책도 사진부터 죽 훑어 보았다. 작가 미상의 <결혼식>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며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신부님 옆에 계신 분이 엄마의 젊은 시절 모습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사진 찍은 연도도 내가 태어난 다음 해여서 나이도 비슷해 보였다. 책을 들고 엄마에게 보여드리면서 엄마가 아닌지 물었더니 엄마도 남동생도 정말 비슷하다면서 웃는다. 

사진 작품은 하나 같이 멋지고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는 조금 어려웠다. 사진에 숨은 이야기나 저자가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해주는 이야기들은 재미있었다. 다만 사진 용어나 사진의 역사, 해석학 등 전문적인 내용이 내게 무겁게 느껴졌을 뿐이다.  

사진을 보고, 사진을 읽고, 사진을 느끼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두 다르게 보일지라도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는 소중한 순간을 간직하고픈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 사진이다. 사진을 배운 적도 없고 사물이나 인물, 풍경을 향해 디지털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본 것이 전부지만 찍는 것과 표현하는 것이 다르다는 말에 공감한다. 보는 대로 누를 수는 있지만 보이는 것들로 하여금 말하게 하기는 어렵다. 아빠가 찍어주신 어릴 적 사진들이나 성인이 되어 여행하면서 찍은 풍경 사진들을 보면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찍었다기보다 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찍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진이라는 영역은 넓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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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풀리는 여자 스타일
신영란(신새미) 지음 / 행복한발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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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사소한 예의가 인생을 잘 풀리게 만든다

어렸을 적에는 내성적이어서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고 꾸중을 듣고는 했다. 크면서는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 큰 목소리로 변해갔다. 목소리 작다는 말이 나름의 스트레스였는지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는 크게 이야기한다. 큰 목소리에 화난 줄 아신 적도 많다. 말이든 행동이든 습관이다. 습관이지만 고치려고 노력하면 뭐든 바뀌지 않는 것은 없다. 

풀리는 여자 스타일, 제목을 보고 끌리지 않는 여자가 있을까? 나 스스로 '잘 풀리지 않아.'라고 생각한 적이 언제였던가. 학교 생활, 연애, 인간 관계, 사회 생활 등의 문제로 벌써 스물 다섯해가 넘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고민, 걱정을 수도 없이 했을 터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별 탈 없이 지내온 걸 보면 내 인생이 순탄했다고 해야 하나. 책의 붉은 표지에서 주술적인 느낌이 났다. 읽고 나면 내 인생도 잘 풀릴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잘 풀리는 인생에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좋아해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프롤로그만 읽었을 뿐인데 벌써 답을 찾아버렸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특별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했던 걸까. 중고등학교 시절 소위 왕따라는 것의 심정을 한두번 느꼈을 때를 제외하고 누구나 나를 좋아해준다고 생각했다. 선생님들께서도 좋게 봐주셨고 친구들과도 사이가 좋았다. 대학 시절에도 선배들에게 이쁨 받았고 후배들도 잘 따랐다. 졸업을 하고 학교에서 만난 인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누구나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들이 오래도록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는 건 쉽지 않다. 무슨 일이든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 관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화술, 인맥, 스타일, 매너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말 한마디도 신경써서 하고, 나 먼저 필요한 사람이 돼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인간관계)'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책에서도 인맥이나 매너 부분의 이야기가 쉽게 흡수되었다. '직장 여성들에겐 이런저런 이유로 새로운 친구 만들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년 넘게 일한 직장에 있는 대부분이 여자라는 점도 있지만 나이가 비슷하거나 10살까지 차이 나는 사람들과도 언니처럼 혹은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있다. 물론 편하게 느끼는 것 만으로 친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 잘 통하고 마음이 맞는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친구가 아닐까. 친구 사이를 길게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한 가지뿐이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받고자 하는 것을 먼저 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책 곳곳에서 마음에 와닿는 부분을 많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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