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양영하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11월
평점 :

초록초록한 그림 같은 표지에 눈길이 갔다.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의 양영하 저자는 2011년부터 지리산학교 발효산채요리반 교사를 하고 있다. 몸에 좋은 발효요리, 뜻밖의 재료 한두 가지를 더해 새로운 간식과 반찬이 되는 응용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 책을 썼다고 한다. 에세이와 요리책이 합쳐진 듯한 두툼한 책 한 권이 마음에 든다.
처음에 책장을 쭉 넘기며 사진부터 보았다. 자연에서 얻은 싱싱한 식재료, 알록달록 선명하고 예쁜 색상, 맛깔스러움이 느껴지는 음식 사진의 시원시원함이 좋다. 지루하지 않게 읽혀지는 저자의 이야기와 갖가지 레시피가 더해져 책이 참 알찬 느낌이다.
차례를 보면 사계절로 나누어 장아찌, 떡, 김치, 차, 부각, 잼 등 다양한 레시피가 나온다. 저자는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을 하며 자연에서 난 재료로 소박한 밥상 차리는 법을 선물하고 싶었단다. 정해진 레시피를 살짝 변형하면 새로운 음식을 만들 수 있으니 요리를 할 때 정해진 틀에 갇히지 말라고 한다. 표고버섯간장, 다시마식초, 누룩소금과 누룩간장, 맛술 등 맛있는 천연조미료 만드는 방법부터 알려 준다.
쑥, 달래, 냉이 등 나물이 많이 나는 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레시피가 많다. 김장아찌, 치자열매차, 쑥인절미, 쑥팥시루떡, 봄동갓물김치, 명이나물간장장아찌, 발효쑥차, 제피잎고추장장아찌, 봄나물모둠장아찌, 뽕잎차, 쪽파초절임, 김부각과 가죽나무잎부각, 마늘장아찌, 오이지와 오이지냉국 등 20여 가지를 소개한다.
머위된장장아찌는 사진만 보아도 입맛이 도는 기분이다. 적당히 쓰고 적당히 부드러운 머위된장장아찌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 먹어 치울 것 같다. 저자는 해마다 앵두가 익으면 실컷 따 먹고 잼을 만든다고 한다. 한 알 한 알 씨를 빼서 만든 앵두잼은 깜짝 놀랄 만큼 맛있다니 먹어 보고 싶다.
봄 냄새 물씬 나는, 선명한 색감의 잘 찍은 사진이 예쁘다. 회와 채소가 들어 가는 물회를 응용하여 회 대신 봄나물을 넣은 봄나물물회라니. 보통 돌나물이나 엄나물, 더덕 등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나물이 있으니 가능하겠다. 완성된 봄나물물회를 찍은 사진에서 초고추장이 똑똑 떨어진 흔적마저 작품의 일부 같다.
매실 농부 남편 덕분에 저자의 집 여름은 매실의 계절이다. 매실로 청과 식초, 퓌레도 만든다고 한다. 개울물에서 물놀이하다가 다슬기를 잠깐만 잡아도 많이 잡힌다니 자연에서 얻는 식재료에 감사하다. 여름 레시피는 열무김치, 딸기 좋아하는 손주를 생각하며 만든 오디딸기잼, 오디막걸리, 양파김치, 깻잎구이, 매실퓌레, 매실김치, 상추김치, 다슬기장 등을 소개한다.
집에 있는 재료들을 돋보이게 하는 최고로 단순한 요리 매실퓌레된장소스채소구이는 매실퓌레와 자투리 채소만 있으면 멋진 음식이 완성된다. 부추꽃부각은 모양새가 예뻐서 입에 넣기 아까울 것 같다.
붉은 맨드라미 꽃잎으로 청을 만들어 진분홍 색을 낼 때 쓴다. 가을 레시피는 알배기배추단호박백김치, 다양한 식혜, 버섯조청, 코코넛아몬드와 콩,감자부각, 솎은무짜박이김치, 밤조림, 맨드라미청, 쪽파김치, 꽃부각, 꾸지뽕열매차 등을 소개한다. 꽃이나 잎으로 만든 부각은 입이 심심할 때 간식으로 좋겠다.
나는 식혜에 들어 있는 밥알을 좋아하지 않는데, 단호박식혜는 밥알을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맛이란다. 비싸고 너무 달고 짠 육포를 맛보고 직접 만들어보게 되었다는 저자. 식품 첨가물 대신 자연식품을 활용하여 짜지 않고 얼마나 맛있을까.
생강청 만드는 일로 겨울을 시작하는 저자. 생강차, 생강편, 생강란을 만들어 먹는다. 겨울을 나기 위해 잣장아찌를 만들고, 고추장도 만든다. 동치미를 담그고 김장도 하고 메주를 만들어 처마 아래 매달면 월동 준비가 끝난다. 겨울 레시피는 생강청, 당근차, 잣고추장장아찌, 고추장, 동치미, 꾸지지정과, 야생갓피클, 안동식혜, 한라봉껍질정과, 된장 등을 소개한다.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의 가을학기 마지막 수업은 김장이다. 수업 시간의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김장김치가 끝나면 겨울방학이라니 방학 동안 든든하겠다. 된장을 담그기 위해 콩을 삶고 메주를 만드는 과정은 얼마나 수고로울까. 사랑하는 가족이 먹을 건강한 밥상을 위해 애쓰는 마음이리라.
저자의 정성이 들어간 음식 레시피와 구수한 이야기가 버무려진 <지리산학교 요리 수업>.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과 자연의 지혜를 담은 건강하고 소박한 계절별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읽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