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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기르는 새
야나 지음 / 올리 / 2024년 5월
평점 :
저는 보통 책을 고를 때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먼저 보는 편입니다. 표지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오거나 책 소개글을 읽고 마음에 드는 경우, 아이와 함께 읽을 책으로 선택합니다. 하지만 올리 출판사의 야나 그림책 <행복을 기르는 새>는 제목과 표지 그림보다도 저자 소개글이 마음을 울려서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오래전에 이탈리아 북부의 아주 작은 마을 깜비아노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깜비아노는 작은 새를 뜻한다고 하는데요. 사람들이 작은 새처럼 산다는 그곳이 궁금해졌습니다.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을 배웠고, 깜비아노 마을에서 느낀 행복을 책에 담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에서 깊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행복을 기르는 새>의 주인공은 깜비아노. 아주 많은 씨앗을 가지고 있어서 매일 씨앗을 심고 기다립니다. 어떤 열매가 열릴지 생각하며 사랑을 듬뿍 담아 보살핍니다.
깜비아노의 나무에 책이 잔뜩 열렸네요! 아이와 책을 읽다가 이 장면부터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열매가 책이라니! 다음 나무에는 악기가 잔뜩 열렸습니다.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납니다. 아코디언, 실로폰, 바이올린, 마라카스 등 바람이 불면 빨간 음표와 함께 음악 소리가 흐르겠네요. 아름다운 멜로디가 들리는 듯합니다. 세 번째 나무는 물감과 붓이 가득한 알록달록 색깔 열매입니다. 상상력이 돋보이는 나무들을 보며 <행복을 기르는 새>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습니다. 큰 기대 없이 펼쳤는데,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입니다. 너무 멋진 책이고, 많은 아이들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와 노래와 그림으로 인해 깜비아노는 나무 기르는 일에 행복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새로 심은 씨앗의 싹은 아무리 기다려도 자라지 않네요.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컸을까요? 지쳐버린 깜비아노는 가지고 있던 씨앗을 모두 버리고 열매를 찾아 떠납니다. 아이의 눈이 또 커집니다. 도넛과 젤리가 가득 열린 나무가 잔뜩 있습니다. 맛있는 열매들을 맛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배가 불러옵니다. 점점 지루해지고 허전해진 깜비아노는 버려두고 온 자신의 나무가 생각납니다.
깜비아노의 마음처럼 엉망이 되어 버린 정원을 청소하다가 한참을 자라지 않던 싹이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조그맣고 여린 새싹을 찾았을 때 깜비아노가 흘린 눈물은 행복함을 뜻하겠지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지만, 깜비아노가 찾아낸 행복을 정성스레 키우기 시작합니다. <행복을 기르는 새> 제목처럼 말이죠.
깜비아노의 이웃으로 등장한 고슴도치, 토끼, 곰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씨앗 심는 깜비아노, 떠나는 깜비아노를 궁금해 하고, 돌아온 깜비아노를 반겨줍니다. 깜비아노가 버리고 간 씨앗이 이웃 친구들 집에 열매를 맺어 서로 나누는 장면도 감동적입니다. 어떤 열매가 나올지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깜비아노의 모습이 저자가 작은 마을에서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던 모습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이 느껴지는 따뜻한 그림책 <행복을 기르는 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