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가 전하는 건강 이야기 - 현대인을 위한 눈높이 한의학
김이현 지음 / 가치창조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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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을 위한' 눈높이 한의학이란 말에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부쩍 건강이야기에 관심이 가는 이유가 뭘까? 나는 수술이나 입원을 해본 적은 없지만 주변 사람 중에 건강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여도 몸 안의 상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무엇이든 미리 예방하고 내몸은 내가 챙기는 것이 우선이다.

한의학 박사인 저자가 꼭 알아야 할 한방 상식뿐 아니라 비만과 중풍에 관한 것과 알아두면 좋은 건강 상식을 이야기한다. 난 <몸에 좋은 음식, 약이 되는 음식>을 알려주는 1부가 가장 좋았다. 기억하고 싶은 내용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식혜는 장을 깨끗이 청소하는 작용이 있고, 은행잎은 향균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어 책갈피로 쓰면 좋다고 한다. 술을 마신 후 감을 먹으면 더 취하게 된다고 하니 염두에 두어야겠다. 상추를 먹으면 졸리다는 사실만 알았지 이유는 알지 못했는데, 상추의 우유빛 줄기에 진통과 마취작용을 하는 라쿠루신 성분이 있기 때문이란다. 직업상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목에 좋다는 무벌꿀 주스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어서 만들어 마시면 좋을 것 같다. 포도주를 제외한 모든 술이 산성식품이므로 과일이나 채소 등의 알칼리성식품과 함께 먹는 게 좋다고 하는데 열량이 높은 안주만 고르게 되니 걱정이다. 현대의학에서 술 마신 후 쌀밥을 많이 먹으면 위염이 생기거나 피부병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여드름이 났던 건가. 알고 있던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새로이 알게 되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고3 올라가기 전 한약을 먹었다.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앞두고 허약해진 몸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효과가 있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2부에서는 올바른 한약 복용법을 말한다. 인삼을 먹을 때에는 뇌두(꼭지)를 반드시 떼버리고 먹어야 하는데 두통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만한 체질이거나 속에 열이 많은 사람은 한약과 녹두를 함께 먹으면 치료에 좋은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한약의 부작용이나 복용시 주의점과 피해야 할 음식들, 한약 달이는 시간도 알려 준다. 집에서 자주 마시는 결명자차는 눈에 질병이 있거나 눈이 침침한 사람들이 마시면 좋다고 한다. 

3부는 한방에서 사용하는 치료법, 4부는 여성과 관련한 한방, 5부는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비만의 경우 대추와 옥수수 수염차가 좋다. 대추의 단맛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옥수수수염차는 소변을 정상적으로 나오게 하고 혈압을 내린다고 한다. 6부는 중풍, 7부는 알아두면 좋은 건강상식, 8부는 사람들의 궁금한 점에 대한 답변을 말한다. 건포도를 시원한 곳에 보관하였다가 한 번에 10알씩 하루에 2~3번 꾸준히 먹으면 눈의 피로, 불면증, 몸이 찬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녹차를 오래 마시게 되면 지방이 적어지고 몸이 날씬해진다고 한다. 춘곤증을 극복하려면 냉이, 쑥, 달래, 미나리가 좋고, 잠잘 때는 옆으로 누워서 다리를 조금 구부리는 자세가 가장 좋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명의의 한방 수업>을 들은 느낌이었다. 가족들과 책 내용을 공유하고 갖가지 방법들을 실천한다면 한 가정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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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다이어리
신민아 지음 / 나무수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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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 해 여름이었다.'로 시작하는 폴 오스터의『달의 궁전』을 영화 '마들렌'에서 희진이가 읽었다. 단지 그것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영화 '새드 무비'의 수은이나 '야수와 미녀'의 해주 역을 했던 배우 신민아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첫 번째 책, 꼭 읽고 싶었다.

그녀는 어디로 여행을 가고 싶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프랑스! 파리!'라는 단어가 늘 먼저 떠오른단다. 난 프랑스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 초등학교 시절 남동생과 함께 해가 바뀌어 벽에서 떼어 낸 달력에 여러 나라 국기를 그렸었다. 사회과부도의 세계지도 아래쪽에 나와 있던 것을 보고 그렸는데 그때 외웠던 삼색기(프랑스 국기)만 어렴풋이 떠오를 뿐이다.

내가 만약 책을 쓴다면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 얇고 가볍지만 저자에게 딱 어울리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책이기보다 저자 자신만의 책 말이다. '프렌치 다이어리'에는 그녀의 여행에 관한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것이다.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워 보인다. 표지 디자인을 포함하여 여행에 대한 욕망을 부추기는 생동감 있는 사진들과 그녀의 이야기로 구성된 편집 등의 북 디자인이 만족스럽다. 다만 그녀의 취향대로 고른 편집매장 위주의 소개가 아쉬울 뿐이다. 패션과 스타일에 관련한 것에 깊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매장 소개가 나올 때면 사진과 글을 대충 훑어본 뒤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시원해 보이는 공원 벤치에 앉아 지도를 살펴보는 노인, 벼룩시장의 모습, 여행 중 찍은 도시 풍경들, 카페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마음이 설렌다. 나 역시 배낭여행 하던 날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떠올라, 앞으로 만나게 될 낯선 여행지에서 부푼 마음의 내 모습이 떠올라 마구 여행이 그리워진다.

나보다 어린 스물다섯 그녀의 모습이 성숙해 보인다. 햇살 좋은 날 잔디밭에 누워 낮잠도 자보고, 낯선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 본다. 늘 머물던 곳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도 해보고, 화려한 거리를 거닐어 본다. 차분하지만 알록달록하기도 한 도시에서 골목을 걸어다니며 일상을 만난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만면(滿面)에 평온함이 가득하다. 불안한 모습의 여행자는 본 적이 없다. 아마도 여행이 사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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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레슬리 가너 지음, 이민주 옮김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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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만 해도 내 나이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스물일곱이 되고 보니 서른에 부쩍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에 친한 친구들끼리 10년 뒤에 만나자고 약속하며 10년 후가 오지 않을 것처럼 까마득하게만 생각되었다. 그와 비슷하게 대학 입학하고 새내기일 적엔 서른이란 나이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갑자기 막막해진다. 대학 졸업 후, 직업과 직장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던 것처럼 이제는 내 인생의 중심부를 책임질 나이가 되어간다는 게 조금씩 두려워진다. 그리고 마음이 조급해진다. 뭔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놓아야 할 것 같고 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마쳐야 할 것 같다. 솔직히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의 10대인 내 모습에 만족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만한 문제들에 시간을 낭비했던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온 것 같다. 하지만 20대에 들어서면서 5년 후, 10년 후의 내 모습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계해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기에 지금도 늦지는 않았지만 무엇이든 더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서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에 고른 책이다. 제목에 '꼭 알아야 한다'는 말이 들어가면 난 항상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바랐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그래야 실천할 수 있을테니까. 그러고 보면 [알아야 한다]와 [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니까 말이다. 차례를 살펴보면 '세상은 좀더 적극적인 사람에게 열려 있다.'나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는 [알아야 할 것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는 [해야 할 것들]에 가깝다. 물론 '화낼 줄 모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는 [알아야 할 것]이지만 동시에 [해야할 것]이기도 하다. 화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차례의 서른 가지 내용을 읽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판단력이 흐릿해진다. 아무래도 [알아야 할 것]과 [해야할 것]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나 보다. 

기자에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레슬리 가너가, 그녀가 만난 사람들과의 인생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이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서른이 되기 전에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정리해준다. 그녀는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들려주기도 하고, 무력감에 빠져 있을 때의 일도 서슴없이 말한다. 주변에서 관찰한 것을 이야기하고, 신화(神話)도 들려주며, 친한 친구의 이야기도 한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반환점이기도 한 서른살을 맞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레슬리는 말한다. 사실 책의 제목에서 궁금했던 내용들에 대한 답을 시원하게 듣지 못한 느낌이다. 그저 서른 살을 앞두고 진정으로 홀로서기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갑작스럽게 받아들이기보다 천천히 다가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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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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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를 연상시키는 샛노란 바탕에 사내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고 책의 제목은 '하하 미술관'이다.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 마음속까지 환해지는 느낌이다. 표지만 보고 '만면(滿面)에 웃음 가득할 수 있는 책이겠구나' 생각하여 책을 펼쳤다. 저자는 우울한 소식만 가득한 세상의 우리들을 그림으로써 환하게 웃기고 싶었고, 그래서 책을 쓰게 되었다. 국내 작가에게 긍정할 수 있는 삶의 조건과 공통분모가 더 많기 때문에 책에 담은 작품들은 모두 국내 작가들의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시종일관 웃을 수 있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종일관 웃는 우리들을 떠올릴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하하하 소리내어 웃을 수 있게 한 작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조장은의 <기억이 안 납니다>(82p)를 보고 처음 웃음이 터졌다. 과음하고 들어온 여성의 모습인데 초록색 이불 위엔 술병이 가득하다. 산발(散髮)한 채 술이 덜 깬듯 두 볼은 발그레하고 그 모습이 꽤 오래된 지난 어느 날의 영락없는 내 모습이었다. 많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아닐까. 조장은의 다른 작품들도 실감나는 표정으로 인해 그림을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한다. 이소윤의 <장면1-설렘과 기대>(90p)도 뭔가 말하려는 듯하다. 등받이 없는 의자에 단발머리 소녀가 몸에 비해 엄청나게 큰 가방을 메고 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주변의 큰 기대에 부담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의 부탁으로 무거운 짐을 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소윤의 다른 작품명은 <불안>, <불신>, <혼란>, <단절> 그리고 <위로>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소녀의 행동이나 옷차림, 표정의 적절한 표현이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커플천국을 걷는 싱글들에게 보이는 주정아의 작품들도 재밌다. 다정한 연인을 바라보는 남자와 개의 표정이 실감난다. 

하하하 소리내어 웃으며 본 작품은 얼마 없지만, 감탄하거나 미소지으며 본 작품도 꽤 있다. 박재영의 스웨터 그림은 정말 섬세하다. 보고 있는 내 눈이 아플 정도다. 작가는 올을 그리는 행위가 삶의 과정을 현재와 결합시키는 일이라고 말한다(29p). 조성연의 '사물의 호흡' 연작 사진은 거실 한쪽 벽에 걸어 놓고 싶은 욕심이 난다. 표지 그림은 이순구의 <웃는 얼굴-소년>이다. 작가는 노란색이 소년의 빛깔이라고 생각해서, 배경에 노란색을 자주 썼다고 한다(45p). 목젖까지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모습이 보고만 있어도 마음까지 환해진다. 홍일화의 그림은 인위적인 아름다움과 성형에 중독된 한국의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144p).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한 가지씩 단점을 안은 얼굴이지만 실제 모습을 보는 듯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권경엽의 붕대를 싸매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그림도 사진을 찍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그 외에 전영근의 '여행' 그림은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게 하고, 김정아의 발레복을 입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어느 외국 작가의 그림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김혜연의 <은반의 여왕>이나 <가족 풍경>을 보면서는 풍자적이고 희극적인 패러디의 대가인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가 생각났다. 구본주의 그림에서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았고, 김정란의 수묵 채색한 그림과 김소연의 시멘트 패널에 그린 그림은 오래된 사진첩의 어린 시절 사진을 떠올리게 했다. 안정민의 <은골단심24-황금>과 <은골단심27-목련꽃>, 왕열의 작품은 액자 속에 넣어 집안을 장식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듣는 표현들이 있었다. '더께더께' 쌓인 시간의 지층 위에 외롭지 않게 핀 꽃(38p), 낙숫물에서 태어난 음계가 왈츠 보폭으로 '톰방톰방' 뛰어다니는(76p), 좁은 골목길을 '톰방톰방' 뛰어가는 어린아이(107p)가 그것이다. 재미있는 표현들을 알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보고 싶은 영화 여섯 편과 읽고 싶은 책 여덟 권의 제목을 적어놓았다. 이렇게 따듯한 그림치유 에세이를 쓴 저자가 알려준 영화와 책이라서 꼭 보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 3년간 이벤트에 당첨된 도서에 한해서만 서평을 써왔다. '하하 미술관'은 처음으로 서평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책이다. 내가 소중하게 얻은 책인 만큼 읽고나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멋진 작품들과 따뜻한 이야기가 함께 있는 책이라서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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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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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한 책은 꼭 수첩 같다. 표지의 '눈의 여왕' 일러스트가 책의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어릴 적에 만화영화였는지 어린이 명화극장이었는지 '눈의 여왕'을 본 적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게르다의 눈물이 카이의 눈에 떨어져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짤막하게만 알고 있던 내용이 일곱 번째 이야기까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알지 못했던 동화를 읽는 새로운 느낌이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덴마크의 동화 작가이자 소설가인 안데르센의 동화 중 여섯 편이 실려 있다. 여섯 편의 이야기 중 대여섯 살 즈음에 읽었던 '성냥팔이 소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서는 네 장도 안 되는 짧은 내용이지만 어린 아이가 읽기에는 강한 인상을 주는 내용이라서가 아닐까. '인어공주'나 '백조왕자'도 알고 있던 내용과 조금 달랐다. 몰랐던 내용이 덧붙여져서 역시 색다른 기분으로 읽었다. '나이팅게일'은 제목을 본 순간 위인전기인가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던 새, 나이팅게일의 이야기로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장난감 병정'도 만화로 보거나 책으로 읽었던 내용과 달랐다.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의 내용과 다르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에게 원작에 가까운 내용으로 동화를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예쁜 색상으로 표현한 반짝반짝 빛나는 일러스트다. 책의 4분의 1 정도가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어서 그림 동화책을 볼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표지 디자인에도 사용한,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차가운 느낌의 '눈의 여왕' 일러스트나 열한 마리의 백조로 변한 오빠들이 그물을 만들어 사랑하는 동생 엘리자와 구름 위를 혹은 바다 위를 날고 있는 일러스트가 마음에 든다. 세밀한 표현과 편안한 느낌의 색감이 좋다. 

엄마가 읽어주셨고 동생들과 함께 보았고 나중엔 그림까지 따라 그렸던 60권짜리 커다란 동화책이 그립다. 안데르센 동화 중에 좋아했던 이야기는 '엄지공주'와 '피리부는 사나이'다. 20년도 훨씬 넘은 지금 생각나는 것은 두꺼비가 창 너머로 호두 껍데기 안의 엄지공주를 납치하는 장면과 사나이의 피리 소리로 도시 전체의 쥐들을 강가로 유인하는 장면이다. 그 외에 그림 형제의 라푼첼이나 백설공주, 빨간 모자도 좋아했다. 이번에는 인디고에서 <그림 형제 동화집>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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