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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 -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포괄적 성교육’
류다영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다. 나도 여섯 살 여자아이의 엄마로서 궁금한 것 많은 아이의 물음에 어떤 대답을 해주어야 좋을지 난감할 때가 있다. 성교육이 중요한 걸 알지만, 내가 십대였던 90년대에 집에서나 학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학교에서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영상만 보여줬던 것 같다.
아동청소년 분야 전문가이자 성교육 명강사인 류다영 저자의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 앞표지에 '유아.초등생부터 사춘기 자녀까지 한 권으로 끝내는 성교육 지침서'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나부터 꼼꼼하게 읽는다면 딸아이 성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저자는 책에서 성교육에 관한 정답을 알려 주진 못하지만, 지혜로운 방법을 함께 알아보면 좋겠다고 한다. 건강한 성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성교육은 다른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배우는 교육이다. 아이 연령과 성적 지식 수준을 고려해서 교육해야 할 것이다.
딸아이가 18개월 됐을 즈음부터 내 몸은 소중하기 때문에 누군가 몸을 만지려고 하면 "안 돼! 만지지 마!" 하라고 알려 주었다. 지금은 유치원에서 친구가 머리를 만지거나 몸에 손을 대면 "불편해. 만지지 말아 줘."라고 한단다. 친근함 표시에도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라도 불편하고 싫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해도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는 게 먼저다.
아이가 성에 관해 물어볼 때가 성교육 하기 좋은 시기라고 하지만, 성교육은 미리 준비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가장 큰 효과와 영향을 발휘한다고 한다. 보통 양육자를 포함한 어른에게 성교육이 무엇인지 물으면, 성폭력 예방 교육이나 보건위생 교육, 피임 교육을 말한다. 그러나 성교육은 삶에서 성과 관련한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교육이다.
6장에서 포괄적 성교육의 목적에 맞춰 교육하는 여덟 가지 주제가 나온다. 1.관계 2. 가치, 권리, 문화, 성 3. 젠더 이해 4. 폭력과 안전 5. 건강과 복지를 위한 기술 6. 인간의 신체와 발달(성, 생식기, 생리, 임신, 사춘기 등) 7. 섹슈얼리티와 성적 행동 8. 성과 재생산 건강(임신과 피임, 건강과 생명)
이렇게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것이 성교육인데, 부모인 나조차도 배운 적이 없다. 짧은 시간 안에 이 모든 내용을 교육하긴 어렵기 때문에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일상에서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엄마 아빠부터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성교육을 시작합니다>를 읽어 보길 권한다. 아이와 성에 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교육하기 위해 아이를 존재 자체로 사랑하고 존중하도록 하자. 그 마음을 전하는 긍정 언어를 통해 부모와 아이 간의 두터운 신뢰 쌓기가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이에게 존재와 행동을 구분해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있는 것처럼 상대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있는 건 당연하다는 인식을 서로 나누면 좋겠다. 요구와 부탁을 거절한다고 해서 상대, 즉 존재를 거절하는 게 아니라 요구와 부탁에 대한 거절이라는 걸 구분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면 좋겠다. (176-177p)
아이가 부정적인 말과 행동이 포함된 영상이나 행동을 접했을 때, 무조건 "안 돼. 나쁜 거야."라고 하기보다 왜 잘못 됐는지 그럴 땐 어떤 말과 행동을 하면 좋을지 알려주자. 또, 친하고 반가운 사이라도 성적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한 행동은 폭력이다. 행위자가 별거 아닌 듯 행동해도 겪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한다면, 폭력에 관한 인지와 폭력을 알아차리는 감수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동의는 대상을 보며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가족이더라도 어떤 상황을 내가 동의할 수 없다면 동의해선 안 된다. 동의에 관한 것도 가정에서부터 연습시킨다면, 사회에 나가서 자연스레 동의를 구하고 거절을 표현하고 타인의 거절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 도움되는 내용이 많았다. 딸아이가 언젠가 초경을 하고, 이성친구도 사귀고, 사춘기도 올 텐데 그때마다 지혜롭게 대처하고 싶다. 사춘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여섯 살 아이에게 "나중에 사춘기가 되어도 엄마 좋아하고 엄마랑 친하게 지낼 거야?" 물었더니 그럴 거라고 대답한다. 아이가 방황하거나 흔들릴 때 내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
*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