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나무 I LOVE 그림책
발린트 자코 지음 / 보물창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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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아이 책을 고를 때, 글자 없는 책은 제외하는 편이었습니다. 추천 도서라고 해서 빌렸던 글자 없는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이야기 지어내며 보았더니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글자 없는 책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발린트 자코의 첫 그림책 <토끼와 나무>는 최고의 그림책, 최고의 어린이책이라는 찬사가 가득해 무척 궁금했습니다. 제목은 단순하지만, 180쪽이 넘는 두꺼운 책 안에 따뜻한 색감의 그림이 가득합니다.



바람 따라 날아온 풀씨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면서 멋진 나무로 자랍니다. 1장에서 등장한 토끼는 늑대에 쫓기다가 함께 있던 토끼들 무리에서 혼자만 떨어졌습니다. 늑대로부터 달아나다가 나무를 만났고, 나무가 토끼를 구해줍니다. 나무가 늑대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몸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바바빠빠'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이지만, 서로의 대화도 말풍선 속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아이와 대화 내용을 해독하고 이야기를 지어내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나무가 뿌리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자 토끼는 수레를 가지고 나타납니다. 나무를 뿌리째 수레에 싣고 토끼는 앞으로 나아갑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수채화가 너무 예쁩니다. 알록달록한 꽃과 나비,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모습, 나뭇잎 하나하나 세심하게 그려내고 채색하여 표현한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 등 그림마다 꼼꼼함이 느껴집니다. 나무가 철길에서는 기차로, 바다에서는 돛단배로 변신하며 토끼와 높은 산꼭대기까지 올라갑니다.

토끼가 까만새에게 친구들에 대해서 물으니 힌트를 줍니다. 비행기로 변신한 나무와 함께 힌트 속 장소에 도착하네요. 고생 끝에 친구들을 만나 얼싸안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그림만으로도 어떤 내용인지 이해되고, 글자 하나 없이도 감동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토끼는 친구들에게 나무를 소개하며, 그동안 자신이 도움받은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놓습니다.

토끼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곳에 나무를 심습니다. 책의 앞부분부터 나무의 눈일까 생각했던 2개의 까만 동그라미를 토끼들은 위가 아닐까 하네요. 토끼들이 당근을 말하자 나무가 당근으로 변신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 부분에서 토끼들이 깜짝 놀라며 발라당 눕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입니다.



나무가 뿌리 내린 땅속에서 토끼들의 똥은 거름이 됩니다. 토끼똥은 토끼들의 털색과 같고, 뿌리까지 같은 색으로 물들입니다. 나무는 점점 자라 책의 첫장에서 시작했던 것처럼 풀씨를 날립니다. 아이가 유치원 숲체험 시간에 단풍나무의 단풍씨앗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풀씨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게 되니 흥미롭고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풀씨들이 다시 뿌리를 내리고 나무로 자라난 모습은 마지막 장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무들과 토끼들이 어우러진 멋진 숲속 모습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엄청난 양의 그림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과정이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기분입니다. 책을 다시 펼칠 때마다 이야기 짓는 아이의 표현력이 점점 더 나아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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