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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여행 - 내 인생의 첫 번째 여행
김병희 지음 / 황금사과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여행 관련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다.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제목에서부터 초등학교 시절 쓰기 책에 붙여 사용하던 미농지 두께의 두 배인 듯한 커다란 종이를 반으로 접어 만든 표지와 어느 한 장 색이 들어가지 않은 페이지가 없을 정도로 풍부한 감성이 느껴지는 이 책은 그야말로 내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이든 기차여행이든 도보여행이든 여행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내 관심사이다.
스무 살, 난 일곱 살에 학교에 들어갔으니 열아홉 살을 떠올려 보면 진정한 여행을 시작한 때이다. 대학에 입학하여 첫 여름방학에 모교가 있는 전라도를 시작으로 동기들이 살고 있는 충청도, 경상도를 돌아다녔고 겨울방학에는 강원도에 다녀왔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전남 영광과 광주, 충남 조치원, 경북 포항과 부산, 강원 춘천이었으니 돌아다녔다는 말은 틀리겠다. 이때는 막연하게 차비만 들고 친구들 집으로 선배들 동네로 놀러갔던 것 뿐이었지만 내게는 아직까지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는 여행이다. 그러다가 상세한 계획을 세우고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대학 4학년 때, 친한 친구와 배낭여행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일정표 짜기며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나는 여행지 관련 책을 소설이든 가이드북이든 가리지 않고 읽으며 배낭여행을 준비했다. 어쩌면 1년 7개월 전의 그 여행을 내 인생의 첫 번째 여행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의 사진 솜씨는 내가 그곳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친근하면서도 산뜻하다. 책읽기를 마쳐갈 즈음에는 저자의 사진과 글과 함께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자전거를 타며 흙을 밟고 섬을 거쳐 국내를 한바퀴 돌고 온 느낌이었다. 페이지 표시와 간혹 책을 돌려 세로로 볼 때의 느낌마저 신선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배경사진과 글자의 색때문에 글을 읽기 어려운 부분이 군데군데 있었고, 편집상 펼친 부분 가운데의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페이지가 있었다. 두껍지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한 권의 책으로 오감을 자극하는 여행기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