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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의 여행 바이러스 - 떠난 그곳에서 시간을 놓다
박혜영 지음 / 넥서스BOOKS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삶이 구구절절한 사연이 깃든 소설이라면 여행은 한편의 시 같다.
짧은 문장이지만 나름대로 수도 없이 많은 사연을 짐작해볼 수 있는 한편의 짧은 시.
제목과 표지에서 풍기는 히피스타일이 심상치 않으면서도 괜히 가슴이 콩닥거린다. 종이에서는 여행의 냄새가 맡아지고, 두께에 비해 무겁지 않은 책이 딱 맘에 든다.
여행이란 것에 어떻게 흥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본다. 여름 방학에는 섬으로 놀러다녔고 겨울 방학에는 배낭여행을 했었다. 다섯 식구가 배낭을 하나씩 짊어지고 열심히 걸어다닌 일이 생각난다. 당시 일들을 낱낱이 떠올릴 수는 없지만 10여년 전의 일기장이나 사진첩을 훑어보면 어렴풋이 기억나기도 한다. 어릴 적 풍성했던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여행이란 것이 내 삶의 중요 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신나기만 하다.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중독되는 것이 여행이고,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것이 여행이야기이다. 오랜만에 읽은 여행서 덕분에 몇 달째 일에만 매여 지냈던 내 생활이 조금은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내가 여행한 곳이 아닌데도 시장이라든지 골목길의 풍경 사진을 볼 때면 뭔가 울컥한다. 반갑고 설레이고 즐겁다. 특별하지 않아서 더 정겹고, 요란하지 않아서 더 친근하다. 세상 사람들이 동질감을 느끼는 때의 한 경우가 여행지에서가 아닐까. 단순히 유적지를 돌아보고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작은 마을에서라도 해맑은 웃음의 아이와 눈을 마주칠 때의 기쁨을 만끽한 여행서라고 하고 싶다.
예전에- 가보고 싶은 나라(터키)에 대하여 여행 계획서를 쓰는 공모전에 참여했었다.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손가락으로 써나간 지명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언젠가 나도 그곳을 여행하고 있겠지. 부푼 희망을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