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클래식 2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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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그녀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작품을 읽어 본 적은 없다. 단 여섯 편의 소설로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켰다면 응당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만과 편견>이 봄날의 싱그러움을 담고 있다면, <설득>은 가을의 애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는 옮긴이의 말에 관심이 갔다. 처음 접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인 만큼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쳤다.

제 1부 제 1장을 읽고 헷갈리기 시작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관계를 떠올리느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무래도 '레이디'라는 호칭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문장을 읽는 느낌은 깔끔했다. 약 200년 전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으레 고전문학하면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말이다. 페이지 수가 늘어날수록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만큼 장면의 묘사가, 상황의 표현이 사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주인공 앤 엘리엇의 모습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 나와 같은 나이의 앤이라서 그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며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온유하고 겸손하며 취미가 고상하고 다정다감한데다 무척 예쁜 소녀였던(49p)' 앤은 프레더릭 웬트워스 대령의 청혼을 받아들였으나 그녀의 아버지 월터 경은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열아홉의 앤이 겪은 슬픈 사건이 있은지 8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다. 앤의 동생 메리, 메리의 남편 찰스, 찰스의 가족 머스그로브 집안 사람들, 크로프트 부인과 동생 웬트워스 대령 그리고 '분별력이 뛰어나다는 평판이 자자한, 너그럽고 인정이 많고 선량한 여성인(29p)' 레이디 러셀 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결국은 앤과 웬트원스 대령의 심리묘사가 중점적이다.

한 공간에 함께 있다가 말 한마디 없이 쳐다보지도 않고 나가버린 그가 다시 돌아와 아무도 몰래 그녀에게 편지를 건네주고 나간다. '8년 전에 당신 때문에 상심했던 마음보다 더 온전히 당신에게 속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다시 바칩니다(321p).'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내가 앤과 동일시되어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내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착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되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눈다. 앤은 놀라움과 긴장, 고통의 감정을 지나 기쁨과 행복함을 느낀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의 제인 오스틴과 <설득>의 주인공 앤 엘리엇은 왠지 모르게 닮아 있는 듯하다. 책을 읽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다시 한 번 읽는다 해도 절대 지루하지 않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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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조진국 지음 / 해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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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쳤을 때 책갈피의 진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표지를 본뜬, 보통의 책갈피보다 좀더 넓적한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파스텔톤의 연두색과 하늘색이 섞인 듯한 포근한 느낌이 책을 읽기 전부터 따뜻하거나 슬프거나 가슴 아프게 한다.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건 무슨 연유에서일까. 

드라마 작가 조진국의 '고마워요, 소울메이트'를 서점에서 읽었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문체가 마음에 들어 두 번째 이야기도 읽게 되었다. 각 장의 Love Letter에서 사랑의 단편을 보여주고 드라마의 한 장면을 결합시킨 독특한 구성이 특징이다. 에세이와 스토리텔링을 결합시킨 한 편의 드라마. 소설 같기도 하다.

가슴에 와 닿는 표현이 많았다. 내가 사랑을 하고 연애할 때를 생각하며 읽게 된다. 겨울 쪽에 사는 사람과 봄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그랬다. 상대의 무심한 말투나 차가운 손에 익숙한 겨울에 사는 사람과 기념일을 챙기는 상대의 따뜻한 손에 익숙한 봄에 사는 사람. 결국 난 겨울에 사는 사람이었구나 생각하며 내가 겨울에 태어난 것과 연관이 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금세 아니라는 걸 깨우쳤다. 난 봄이 시작될 즈음 태어났고 그는 한겨울에 태어났으니까. 게다가 여름과 가을에 태어난 사람도 있지 않은가.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을 주기보다 받는 것이 더 어울린다.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나를 좋아해주는 남자를 만나라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은 나만 그런 걸까.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운명적인 선택이란다. 

기다리는 일에 지쳤었다. 수십 통의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약속 시간보다 한참이 지났기에 무슨 일이 생긴 줄만 알았다. 그는 잠을 자느라 연락이 두절되었던 것이다. 처음엔 기다리는 시간이 행복했다. 점점 기다리는 걸 지겨워하게 되고 그러면서도 매번 기다리고 힘들어하면서도 참아냈다. 기다리는 쪽은 항상 나였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이 아프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것들. 다음에 하자고 했던 일들이 있다. 오무라이스 전문점에 가기로 했었고, KTX 타고 부산에 가자고 했었고, 야구장에 가기로 했었고, (지금은 예술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동네 유원지에 놀러가기로 했었고, 일어능력시험 성적표 보여주기로 했었고, 그 당시 개봉한 영화 '그때 그사람들' 보기로 했는데...... 함께 하려고 했던 일들이 많았는데 우리는 헤어졌다. 

3년간의 다이어리를 펼치면 온통 그 사람과의 추억 뿐이다. 한 달에 몇 번을 만났고, 만나서 무슨 영화를 봤는지, 어디에 놀러 갔었는지,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그의 주소도 적혀 있다. 편지 한 통 부치지 못할 주소가. 가슴 아픈 기억들이 남아 있지만 그것 역시 소중한 추억이라고 행복했던 기억이라고 다이어리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처음 놀러갔던 곳은 학교 근처 유원지였다. 같은 동아리였던 내 친구와 그의 친구와 넷이서 갔다. 바이킹을 탈 때 그는 나에게 파카를 벗어 주었다. 밸런타인데이 전날, 밤을 새워 놀고 다음날 나와 내 친구는 다른 상대방에게 초콜릿을 전해주고 헤어졌다. 그 이후 그와 사귀게 되었다. 

아픈 추억이 떠올려질 것을 알면서 꼭 읽게 된다. 행복했던 옛 추억이 생각나 오랜만에 가슴 시릴 것을 알면서도 읽게 된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더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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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그 황홀한 유혹 - 마음을 두드리는 감성 파리 여행
최도성 지음 / 시공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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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은 제목에서처럼 황홀한 유혹이 느껴지는 듯하다. 파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어느 곳의 이야기든지 여행이야기는 항상 흥미롭게 읽힌다. 게다가 내가 관심있어 하는 문학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이고, 저자가 여행하며 느낀 감상이 보태어져 있다. 책을 읽기 전 목차의 오르세 미술관, <모나리자> 도난 사건의 진상, 카페 여행, 고흐와의 만남 등 눈길을 끄는 구절이 있어서 읽고 싶었다.

처음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은 무거운 문체에 지루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천년 역사의 올곧은 종소리가 저 멀리 센 강물 위에 살포시 내려앉을 때 나는 퐁 네프 북쪽 강변을 걷고 있었다.'라는 문장은 어떤 분위기 있는 소설의 첫 문장처럼 느껴졌지만, 가장 먼저 보이는 '뗑그렁 뗑그렁'이란 의성어는 투박하게만 들린다. 대학 시절 배낭여행을 하면서 아테네의 유적지를 둘러볼 때의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약간은 지루하겠지만, 뭔가 의미심장한 것을 찾아내겠다는 기분 말이다. 그것도 잠시였고 금세 흥미로운 사진이며 그림,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현재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과거 화가들의 그림을 비교한다던가 그림 속에 담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부분이 그랬다. 사진마다 그림마다 친절한 설명 덕분에 책을 읽는 재미가 더했다.  

파란만장한 역사 속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배경이 된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의 실제 장소, '화가들의 언덕' 몽마르트르, 퐁피두 센터......

훌륭한 작품들의 탄생지와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카페를 직접 여행한 듯 신난다. 서울시립미술관 퐁피두 센터 특별전에 갔었다. 커다란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실제 퐁피두 센터의 모습을 확인하니 새삼스러운 느낌이 든다. 영화 <다빈치 코드>에 나왔던 루브르 박물관 입구의 유리 피라미드도 반가웠다. 저자가 유리 피라미드의 유리장 개수가 궁금해 직접 구하려다가 직원에게 물어보는 장면은 재밌었다. 프랑스인들이 즐겨 먹는다는 '크로크 무슈(식빵에 햄과 치즈를 얹어 뜨겁게 구워먹는 샌드위치)'는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돈다. 그리스를 여행할 때 구경하는 곳마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정말 많았는데 사진만 찍고 마음껏 사먹지는 못했다. 날씨가 더워서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사먹는 일이 많기도 했고, 여행 경비를 아끼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예술의 전당에서 오르세 미술관展을 할 때 갔었다.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많아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인상파 미술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오르세 미술관의 내부 사진과 몇 점의 작품 이야기가 마음을 들뜨게 한다. 

같은 해에 그려진 클로드 모네의 <퐁 네프>,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퐁 네프>와 퐁 네프 현재의 모습, 카유보트의 <파리의 비 오는 거리>와 그 배경이 된 더블린 광장, 카미유 피사로의 <프랑수아 테아트르 광장>과 루브르 호텔 쪽에서 바라본 오페라 가르니에 사진 등 그림과 사진을 비교하는 즐거움이 가장 컸고,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파리 시내 지도와 여행 정보는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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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닥 한 끼 186가지 - 바쁜 웰빙족을 위한 스피드 & 영양만점 레시피
김경미 지음 / 리스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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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웰빙족을 위한) 스피드 & 영양만점 레시피'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후다닥 한끼'로 해결될 186가지 레시피라니, 게다가 표지의 사진을 보니 책을 펼치기 전부터 군침이 돈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엄마가 먼저 훑어보셨다. 파트별로 초스피드 한 그릇 요리, 국과 찌개, 건강 요리, 다이어트 요리, 술안주와 손님초대 요리, 웰빙 간식과 디저트까지 다양해서 엄마가 환하게 웃으신다. 

어릴 적에 9년간 사택에서 지낼 때는 아빠 회사 분들이 집에 자주 초대되었다. 그럴 때면 옆집, 윗집, 아랫집 아주머니들께서 오셔서 엄마와 함께 푸짐하게 상을 차리시곤 했다. 학창 시절에 세 번 정도 반 친구들을 생일파티에 초대했었다. 공통적으로 생일상에 올려진 음식은 하이라이스, 김밥, 치킨이나 탕수육, 과일 샐러드였다. 요새 같으면 치킨이나 피자, 중국 음식 등을 배달시키는 일이 많겠지만 그 당시에는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 집에 오븐이 없어서 오븐에 굽는 음식을 못하는 게 아쉽지만, 예닐곱 살 때 엄마가 찜통에 쪄 주신 노란빛의 빵은 아직까지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밀가루에 우유를 넣고 달걀을 풀었을 뿐인데 정말 맛있었다. 음식 솜씨 좋은 엄마를 보며 자랐기에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매일 즐거운 요리를 하며 세계요리여행을 꿈꾸고 있는 저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요리도 쉽고 간단한 레시피로 정리해 버리는 간단주의자란다. 요리를 빠르게 해주는 기본 양념과 소스는 미리 만들어 두면 좋겠다. 예전에 티비에서 보고 따라한 초고추장은 고추장, 식초, 설탕만으로 만들었는데 책에는 물엿과 다진 마늘, 통깨도 들어간다. 데리야끼 소스나 허니 머스타드 소스는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새로웠다. 생선구이를 먹을 때는 간장에 고추냉이를 풀어 찍어 먹곤 했는데 마요네즈로 타타르 소스도 만들어봐야겠다. 샐러드드레싱도 항상 먹던 것만 먹었는데 참깨 소스나 오리엔탈 간장 소스도 좋을 것 같다.  

밖에서 사먹거나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만 먹어봤지 요리법에 따라 요리해본 적이 거의 없다. 요리를 해도 내 마음대로 하는 식이었다. 치킨데리야끼 덮밥이나 일본식 볶음우동, 샤브샤브, 생선커틀릿, 오코노미야끼, 찹스테이크처럼 사먹어보기만 했던 음식들의 레시피가 친절하게 나와 있어서 정말 신난다. 충무김밥이나 궁중떡볶이는 들어보기만 했지 먹어보지 못했는데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 조리법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콩나물밥이나 달걀야채부침 샌드위치, 떡만두국, 수육과 무생채, 도토리묵, 어묵탕, 프렌치토스트는 가끔 먹는 메뉴라서 반가웠다. 여러 종류의 밥과 죽, 국과 찌개는 어렵지 않을 듯하면서 막상 만들려면 어려웠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늘볶음밥과 무쌈냉채, 쌈밥, 두부스테이크, 매운 볶음쌀국수, 오징어감자채구이는 직접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다. 금세 입 안에 군침이 돈다. 채소잡채나 깻잎두부전은 간단한 반찬으로 좋겠다. 

맛깔스러운 느낌의 음식 사진도 좋았고 쉽게 적혀있는 레시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플러스 요리'이다. 감자조림, 달걀찜부터 시작하여 갖가지 나물, 찜, 구이, 조림, 볶음, 무침 등 다양한 요리법이 나와 있어서 더욱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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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 개정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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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이의 사슴 같은 눈망울은 예쁘지만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웃고 있는 얼굴이거나 좀더 밝은 표정이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을 읽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글은 많지 않았고, 멋진 사진과 그림들이 가득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티 없이 맑은 해변, 노을 지는 수평선, 그리고 이제 막 물감을 칠한 듯한 그림들. 무엇보다도 해맑은 아이들의 사진이 가장 따뜻했다.

저자 다카하시 아유무의 소개글에 쓰여진 '자유인'이라는 말이 참 부럽다. 단어 자체만으로 여유로움과 행복함이 묻어난다. 요즘으로 따지자면 어리다고도 할 수 없는 스물 여섯이란 나이에 결혼을 하자마자 아내와 세계일주 모험에 나섰다는 그가, 그들이 용감하다.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남극에서 북극까지 세계 수십 개국을 돌았다고 한다.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세계일주, 생각만 해도 멋지다. 여행 코스도 주기도 정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여행하고 돈 떨어지면 돌아오자는 생각으로 출발한다. 사진을 찍고 시를 쓰고 한 권으로 정리하여 책을 완성한다. 그와 그녀의 책이다. 그들의 추억이다.   

세계의 길모퉁이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팬티 한 장 걸치고 노래하며 돌아다니는 아저씨, 슈퍼마켓 바닥에서 잠에 빠진 소년, 팔뚝에 잔뜩 문신을 한 젊은 사람들, 바다를 지키는 사나이들, 바람의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준 유목민 소년.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생활한다면 어느 나라 어느 땅에 있건 행복하지 않을까? 

누구든지 여행을 하는 동안 더욱 성숙해지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니는 기분으로 각지에 일주일씩 머물며 하는 여행이라든지 돈은 좀 부족하지만, 시간만은 무한히 가진 여행에서든지. 어느 잠 오지 않는 밤도 있을테고, 세상의 골목골목을 걸으며 감상에 젖기도 할테지만 발 가는 대로 거닐고 싶고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싶다.   

여행으로 인해 완성된 책이지만 여행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다. 여행하면서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과의 다짐도 있고, 학창시절의 기억도 있다. 소소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도 있고, 반성도 있고, 앞으로의 희망도 있다.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것 같기도 한 글도 있다. 사진과 그림의 색감이, 여행 중에 끄적였을 그의 글들이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저자의 일본어를 영어로도 번역해 놓아서 함께 읽어보면 색다른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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