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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들 - 좋은 날엔 좋아서, 외로운 날엔 외로워서 먹던 밥 ㅣ 들시리즈 6
김수경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5월
평점 :

나는 밥이나 음식, 요리에 관한 글 읽기를 좋아한다. 그런 글들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읽고 싶었던 책 <끼니들>은 출판사 꿈꾸는인생의 '들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다. 들시리즈는 한 사람이 책 한 권 분량을 꽉 채워 말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에세이라는데, 김수경 저자의 '끼니'에 얽힌 이야기가 이 정도라는 것에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내가 할 수 있는 끼니 이야기는 어느 정도 될까?
그녀(저자)가 어릴 적 살던 집 뒤꼍의 텃밭에서 상추와 풋고추, 머위를 땄다면, 난 시골 사택 뒷산에서 고사리와 취나물을 땄다. 그녀가 처음 밥을 짓던 때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난 처음 떡국 끓이던 때가 생각났다. 수화기 너머로 엄마가 말해주시던 순서대로 했을 텐데 맛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처럼 책을 읽으면서 내 어릴 적 경험도 떠올릴 수 있어서 기분이 새로웠다.
대학생 때, 아빠가 콩나물국 싫어하신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려웠던 시절에 할머니가 자주 해주셔서 사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지금은 내가 딸아이 먹이려고 콩나물 넣은 된장국을 자주 끓인다. 책에서 콩나물 다듬기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나는 일일이 꼬리를 따지는 않고 콩깍지나 상한 부분만 골라낸다.
보통 장을 볼 때 대형 마트에서 보지만, 채소나 달걀은 채소가게에서 사는 편이다. 마트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별로 담아놓은 채소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리해본 적 없는 채소들도 한번 사볼까 하게 된다. 오이나 가지, 아욱 등 결혼하고 처음 내 손으로 장을 봐 와서 오이소박이나 가지무침, 아욱된장국을 끓이던 때가 생각난다. 제법 맛이 괜찮아서 혼자 뿌듯했었다.
그녀가 끼니 이야기를 하며 영화 이야기를 곁들이는 것도 좋다. '고양이와 할아버지', '바닷마을 다이어리'처럼 잔잔한 영화를 나도 좋아하는데, 딸아이가 좀더 자라면 함께 보고 싶다. 서른이 넘어 처음 달걀을 맛보는 주인공이 나오는 '줄리 앤 줄리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녀의 편식쟁이 남편이 두 아이를 골고루 잘 먹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결국 편식을 고쳤다는 말에 감동했다. 자신도 먹지 않던 채소의 중요한 영양소를 읊으며 아이들과 같이 입에 넣는다니.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대단하다.
라면 이야기를 읽으면서 대학교 입학하고 첫 동기 엠티 때 끓지도 않는 물에 면을 넣었다고 구박 받은 일이 생각났다. 김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전라남도에 살았던 중학생 시절 중국집 딸이 싸오던 새콤하고 맛있었던 김치가 떠올라 군침이 돌았다. '먹어 치우다'는 말이 싫고, 건강검진 결과가 성적표가 되는 나이가 되었다는 말에 공감한다. 제사 있는 날 우리 아빠도 밤을 치셨고, 우리집에서도 구운 가래떡은 간장과 참기름을 섞어 찍어 먹었다.
카스텔라 먹은 개 이야기나 엄마가 싸주시던 도시락,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식사 등 비슷한 기억이나 추억이 있는 이야기도 있고,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끼니에 관해 할 말이 꽤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니에 대한 에세이 <끼니들>을 읽으며 정감 있고 따뜻하고 아련하다. 아이 책만 잔뜩 읽다가 몇 달 만에 읽은 책이 <끼니들>이라서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