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망치 -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ㅣ 블랙 캣(Black Cat) 10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공군: 나 왔다. 뭐 하냐?
강군: 어, 왔냐. 저기 냉장고에 우유 있으니까 꺼내 마셔라.
공군: 내가 애냐. 우유는 됐고, 시원하게 맥주나 한 잔 하러 가자.
강군: 시원한 소리한다. 네가 살 거냐?
공군: 우유, 냉장고에 있다고? 그나저나 무슨 책을 읽고 있길래 쳐다도 안 보냐?
강군: 응, 조금만 기다려. 다 읽었어.
공군: 윽, 이 우유 상했어!
강군: 그러냐. 그럼 버려라. 방금 전까지 기시 유스케의 <유리 망치>를 읽고 있었다.


공군: 오! 기시 유스케는 나도 잘 알지. 네가 빌려준 <검은 집> 작가 아냐.
강군: 기억하네.
공군: 너무 인상 깊은 책이라 아마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다. 내가 그거 읽고 혼자 엘리베이터도 못 탔잖냐. 어찌나 무섭던지 지금 생각해도 오싹하다, 야.
강군: 나도 그랬어. <검은 집>에 나오는 검은 집이야말로 진짜 지옥이지.
공군: 그럼 <유리 망치>도 호러 소설이냐? 내가 원래 호러를 좋아하잖냐.
강군: 이런 호러를 좋아하는 호러 자식 놈 같으니라고.
공군: 아흑, 썰렁해.
강군: 미안하다. <유리 망치>는 공포 소설은 아냐. 보다 정통적인 추리소설이지.


공군: 기시 유스케가 그런 것도 쓰냐?
강군: 원래 다채롭게 쓰잖아. <검은 집>이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 살인범을 등장시킨 사이코 스릴러라면, <푸른 불꽃>은 범인의 시점에서 범죄를 그리는 도서추리소설, <천사의 속삭임>은 약간 메디컬 호러 느낌이 나고. 우리 나라에 나온 건 이게 다인데, 일본에 출간된 다른 작품들도 장르가 전부 다르다고 하더라.
공군: 대단하네. 그렇게 다채로운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니.
강군: 그럼 대단하지. 허구헌날 술타령이라는 단 한가지 관심사 밖에 모르는 누구와는 다르지.
공군: 그래도 순수한 추리소설은 의외다.
강군: 그러게. 아까 말했듯이 저번 <푸른 불꽃>도 도서 추리소설이었는데, 4년 반만에 돌아온 <유리 망치>는 아예 트릭을 중시하는 본격 추리소설이더라구. 작가 관심사가 호러에서 미스터리로 슬슬 옮겨 간다는 느낌을 받았어.
공군: 아무튼 대단한 작가네.
강군: 그렇지.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가 나와야 돼. 다양한 소재와 그에 걸맞는 완성도로 독자들을 완전히 넉다운시키는 그런 작가 말야. 히가시노 게이고나 심포 유이치, 기시 유스케 같은 작가들 말야. 이런 작가들이 팍팍 나와서 독서 행위 자체가 재미있다는 걸 알려야 우리나라 소설 시장이 확 살아나지 않을까 싶어. 독자들이 읽고 재미있어서 또 찾아보게 만드는 글을 써야지, 자기들만 신나서 소설쓰는 그런 작가들은 좀 문제가 있지.
공군: 아주 국회로 나가라. 백수 주제에 너나 걱정하세요.
강군: 너 집에 안 가냐?


공군: <유리 망치>는 무슨 내용이야?
강군: 아주 흥미진진하지. 고층빌딩 최상층에 있는 회사 사장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사장이 죽어 있는데, 유리창은 강화유리고. 복도에는 적외선 센서가 달려있는 감시 카메라가 있어. 그 감시 카메라에서 녹화되는 영상은 1층에 있는 경비원이 시종 눈을 떼지 않고. 완전 철벽 밀실이지. 외부에서의 침입은 불가능하다고 본 경찰은 사장실과 맞닿아 있는 전무실에서 혼자 있었던 전무를 체포하지. 전무실과 사장실 중간에는 문이 있어서 복도로 안 나가도 몰래 들어갈 수 있거든.
공군: 밀실 트릭이네.
강군: 그렇지. 철벽 밀실을 깨는 게 이 작품의 최대 재미야. 그래서 탐정 역을 맡은 사람이 방범 컨설턴트야. 방범 설비 전문가인 그가 외부에서의 침입 가능성을 조사하는 거지. 조수 역을 맡은 사람이 전무 변호사인 여자고. 두 사람이 각자 밀실 트릭을 깨기 위한 가설들을 세우는데, 이게 참 재미있어. 가설들 모두가 말이 되는, 그럴듯한 가설인데 꼭 한 끗발이 모자라서 밀실 파해에 실패하는 거라. 이런 가설들이 대여섯개 나오는데 아주 기가 막히지.
공군: 그런데 본격 추리소설치고는 좀 두껍다.
강군: 응. 작가의 시도가 또 있는데, 1부는 방범 컨설턴트와 변호사가 각종 단서들을 수집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본격 추리소설 구조고, 2부는 범인의 입장에서 완전범죄를 기도하는 모습들을 세세하게 그리는 도서 추리소설 구조거든. 나중에 하나로 합쳐지지만 말야. 두 가지 알싸한 맛을 다 느낄 수 있는 세련된 구성이야.


공군: 이런 건 원래 밝혀지는 트릭이 핵심이잖아?
강군: 그렇지. 그런 면에서 <유리 망치>의 핵심 트릭은 사실 좀 단순한 면이 있지. 차라리 그전에 실패로 끝난 가설들이 재미는 더 있어. 핵심 트릭이 너무 단순해서 읽고 나서는 좀 멍했어. 하기사 제일 단순하게 보이는 트릭이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은 트릭이니까. 작가 기시 유스케는 원래 취재를 좋아한대. 이 작품에서도 엄청나게 취재를 했구나 싶은 대목들이 있는데. 방범과 불법 침입의 방법에 대해 진짜 많은 이야기가 나와. 특히 거기 필요한 기계 및 공구 설비들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잡지. 꽤 복잡한 이야기지만, 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하게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이게 힌트야. 하하.
공군: 그렇구나. 나도 읽어봐야겠는걸.
강군: 트릭이 조금 약한 감이 있지만 요즘 보기 드문 본격 추리소설을 멋지게 써낸 것에 점수를 더 주고 싶어. 물리적,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트릭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 트릭을 만들기 위해 아주 발버둥을 치는 걸 보니 좀 불쌍하기도 하더라. 여기는 스포일러니까 말 못하는데, 확실히 요즘 본격 추리작가들이 어렵긴 할 거야. 선배 작가들이 트릭을 다 동내버렸으니까 말야.
공군: 캐릭터는 어떠냐?
강군: 기시 유스케가 플롯에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 등장 인물도 매력있게 그리지. 특히 탐정 역의 방범 컨설턴트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위험한 향기를 풍기는 인물인데 독특하지. 범인도 나름 매력적인 인물이고.
공군: 재미있겠군. 이 책 빌려간다.
강군: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목이 마르냐?
공군: 하하. 나의 트릭에 걸려들었구나. 계속 말을 시켜 갈증을 유도하는 고도의 심리 트릭! 이제 맥주 마시러 가자!
강군: 크헉..너, 이 자식!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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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안 읽습니다^^ 저도 봐야해서요^^

jedai2000 2006-04-2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재미있어요. 만두님이라면 당연히 재미있어하시리라 믿습니다. 나중에 리뷰 쓰시면 꼭 읽어볼게요. ^^;;

Apple 2006-05-0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형식이 너무 재밌다는...^^;; 꽁트를 보는것같아요~
저도 곧 볼생각...^^

jedai2000 2006-05-06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매번 비슷한 리뷰만 올리다보니 쓰는 저부터도 재미가 없어 좀 바꿔봤는데 반응이 좋더라구요. 가끔 등장시킬 예정입니다. ^^;;
 
고독의 노랫소리 - 제6회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수상작
텐도 아라타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관계를 얻는다. 어쩌면 그 관계라는 것은 인생이 주는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행복과 편안함, 즐거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 소중한 사람들이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어둡고 암울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 내 곁에서 항상 웃음지어 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한층 커진다.

 

그러나 늘 만족을 못 하는 게 사람의 병. 어느 순간에는 필연적으로 맺어야 하는 많은 관계들이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집에 틀어 박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은 기분을 느껴봤을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을 혼자 마음껏 읽고 싶고,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듣고 싶을 때 만나자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몰래 이맛살을 찌푸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못지 않게 혼자만의 시간에서 느끼는 고독도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느끼는 고독에 대해 많은 발언을 하고 있다. 거칠게 봐서 연쇄살인마와 형사가 대결하는 사이코 스릴러로 분류될 수 있지만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작가가 말하는 고독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책장을 다 덮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이다.

 

어렸을 적 자신의 실수로 인해 친한 친구가 실종되고 결국 시체로 발견된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는 여형사와 일체의 관계를 거부하고 혼자만의 세계 속에서 침잠하는 음악가 지망생이 등장한다. 우연한 계기로 서로를 알게 된 두 사람이 차가운 고독을 넘어 서로를 느끼고 위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면 일종의 성장소설일뿐 추리 서스펜스는 아니다. 그래서 연쇄살인마가 등장한다. 하지만 그도 전형적인 악인은 아니다. 미혼모 슬하에서 자란 그는 가족을 간절히 원한다. 따뜻하고 행복이 넘치는 가정. 대다수의 인간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그것을 얻기 위해 그는 역시 혼자 사는 여자들을 납치해 가족으로 삼으려 한다. 자신의 가족이 되길 거부하는 여자들을 잔인하게 난자한 후 버리는 연쇄살인마. 모두 고독에 몸부림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이 책을 읽는 모두가.

 

도처에 훌륭한 문장들이 넘쳐난다. 고독에 대한 작가의 발언이 특히 그러한데 몇몇 좋은 문장들을 발췌해 소개하려고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깊이 교감할 수 있는 뛰어난 문장들이 너무 많아 도저히 이 짧은 글에 담을 수 없을 정도다. <양들의 침묵>같은 서양의 사이코 스릴러와 유사한 이야기에 이런 깊이를 담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밀리언셀러 작가 텐도 아라타의 비교적 초기작이지만 미래 대형 작가의 실력과 기품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대표작 <영원의 아이>보다 더 좋았다. <영원의 아이>가 대작을 의도하고 어깨에 힘이 팍팍 들어갔다면, 비교적 짧은 분량에 한정된 공간을 다룬 이 작품이 더 압축적이고 임팩트가 있는 것 같다. 그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는 대작보다 소품에 걸맞는다는 생각을 하는데 <고독의 노랫소리>가 바로 그의 장점이 최대한 발휘된 그런 작품인 것 같다. 물론 사건 해결 과정에서의 우연의 남발을 지적하거나 지나친 잔혹성 등이 거슬리는 독자도 있을 것 같지만 큰 흠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무덤처럼 잠든 도시에서 오아시스처럼 불빛이 밝혀진 편의점의 이미지나 도시의 뒷골목을 달리는 젊은 영혼들의 움직임이 발군이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서 역동적인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이런 것이야말로 초기작만이 보여줄 수 있는 풋풋함이 아닐까 싶다. 책 뒷표지에 실린 홍보문구처럼 쫓는 자도 쫓기는 모두 외롭다는 공통점을 지닌 현대사회의 쓸쓸한 풍경을 절묘하게 그린 작품이다. 텅빈 방을 부유하는 고독의 노랫소리가 역시 텅빈 방에서 고독한 행위인 독서에 몰두하는 우리들의 가슴에 절묘하게 공명한다. 모든 것을 갖춘 뛰어난 소설이다.

 

 

별점: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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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4-2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읽고 싶은 생각이 팍팍 들도록 리뷰 쓰시네요. ^^

물만두 2006-04-23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독의 공명... 정말 좋네요~

상복의랑데뷰 2006-04-2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 봤습니다. 파주에서 원기를 회복하셨군요 ㅋ

jedai2000 2006-04-24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꼭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재미와 감동이 모두 있는 소설이니까요.

물만두님...이 소설과 꼭 어울리는 말 같습니다.

상복의 랑데뷰님...원기 회복하느라 좀 오래걸렸답니다..^^;;

Apple 2006-05-05 0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최고..乃

jedai2000 2006-05-06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최고죠. ^^;; 정말 돋보이는 작가의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bongbong 2007-04-1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표작 '영원의 아이' 보다 좋던데요..
정말 최고 d^^b
이런 작품을 만날때마다 책읽기의 행복이 절실히 다가옵니다.

jedai2000 2007-04-20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품을 <영원의 아이>보다 높게 보는데, 그런 분들이 많지는 않더라구요. 동지를 만나 흐뭇하네요 ^^ 저력있는 작가의 저력있는 초기작이었어요 ^^
 


 

우연히 보고 나서 완전 사랑에 빠져 버린 드라마가 있다. 월화, 밤 10시에 방영하는 <연애시대>가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한때 열렬히 빠져 있던 손예진이 오랜만에 TV에 나오는 작품이라 주목은 하고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1회를 놓치고 2회부터 보게 되었다. 2회를 보고 난 소감은 간만에 물건 하나 나왔네, 였다. 흥미로운 상황 설정에서 감칠 맛 나는 대사, 배꼽을 살살 간지르는 유머까지 흠잡을 데가 없는 수작이었다.

 

  옆 사진의 손예진과 감우성이 주연을 맡았다. 청순계 지존이라 불리우는 손예진과 <왕의 남자>로 1,200만 배우가 되버린 감우성이라는 스타 캐스팅이다. 두 사람은 이혼한 부부다. 이혼하면 다신 안 보는 웬수가 되는게 예전의 모습이라면, 이 드라마에서는 세태를 반영하듯 이혼후에도 서로를 챙기고 걱정하며 관심을 갖는 따뜻한 이혼부부가 등장한다.

 두 사람은 어쩌다 보니 서로의 연애 상대까지 골라주게 된다. 예전의 미운 기억들에도 불구하고, 웬지 두 사람은 자기들이 아닌 다른 남녀에게 점점 끌리는 상대의 모습을 보며 씁쓸해진다. 아직도 미련이 남은 것일까. 당사자도 알 수 없는 두 이혼부부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절묘하다.

 

 이 드라마의 잔잔한 분위기가 기존의 한국 드라마와 다르다는 걸 느끼고 알아봤더니, 원작이 일본 소설이란다. 요즘 다운로드로 일본 드라마를 보는 게 유행이라 원작자를 알 것이다. 노자와 히사시라는 일본의 드라마 작가인데 소설도 쓰고, 각본도 쓰는 등 다양한 활약을 펼치다 작년에 자살했다고 한다. 데뷔작으로 그해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 작품을 쓴 신인 작가에 수여하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탄 미스터리 작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을 볼 기회는 없었지만 <잠자는 숲>이나 <얼음의 세계>같은 작품들은 미스터리 색채가 짙게 드리워져 있단다. 그러면서도 부부의 문제에 굉장히 천착한다고 하는데, <연애시대>를 보니 과연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미스터리와는 전혀 무관하지만 원작자의 취향에 맞춰 미스터리 기법을 일정 부분 차용하고 있다. 작품 초반에 감우성의 절친한 친구로 나오는 공형진의 캐릭터가 개인적으로 참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이면서 분만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고, 특히 아이를 받지 못하는 특이한 의사다. 무엇보다 그는 생업을 팽개칠 정도로 감우성, 손예진 부부의 재결합에 열중인데 이것도 좀 이상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는 감우성, 손예진 부부의 아기를 받아내다 실수로 죽인 것 같다. 그래서 아기를 받지 못하는 공포증에 걸린 것이고, 자신의 실수로 부부 관계가 파탄이 났다는 생각에 두 사람의 재결합에 열심인 것이다. 중요한 비밀을 초반에 밝히지 않고, 복선만 깔아주다 나중에 그 비밀이 풀릴 때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짜릿한 재미를 주는 것이다. 영락없는 미스터리 기법이다.

 

이 작품에는 이런 기법를 제외하더라도 기존의 한국 드라마와 좀 다른 면이 많다. 시종일관 잔잔한 분위기와 뭔가 있어 보이는 내레이션, 대폭소가 아닌 자잘자잘한 유머 등이 영락없는 일본 드라마 풍이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이 완성도에 비해 시청률이 낮은 것 같다. 톱스타들이 출연함에도 14%라는 낮은 시청률에 머무는 것은 작품이 그만큼 우리 시청자들에게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잔잔한 분위기가 가장 큰 약점인 것 같다. 나와 드라마를 같이 보는 엄마는 이 작품이 시작됨과 동시에 주무시고 만다...-_-;;

 

 우리 드라마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연애시대>답게 신선한 배우도 등장한다. 좋은 드라마는 늘 좋은 배우를 배출하는 법. 이 드라마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 주연 손예진, 감우성이 아닌 이하나라는 신인 배우다. 손예진의 동생으로 나와 기상천외한 세계관과 엉뚱한 행동들로 웃음을 유발하고 있는데, 그녀와 공형진의 러브 모드가 어떻게 진행될가 하는 것이 팬들의 최대 관심사이다. 이하나에게서 데뷔 초기 손예진이나 김하늘 같은 풋풋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신인임에도 자연스러운 연기와 화려하진 않지만 은근한 아름다움에서 TOP이 될 만한 배우라는 걸 직감할 수 있다.

 

 영화감독 한지승 씨와 영화음악가 노영심 씨의 참여 등으로 인해 드라마 때깔도 참 좋다. 여러모로 웰메이드를 자랑하는 드라마로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몇 단계 올려놓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작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새로운 기운을 일본 작가가 아닌 우리 작가가 불어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4회가 끝났을 뿐이니 처음에 놓치신 분들도 부담없이 보기 바란다. 내용의 곡절보다는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관건인 작품이니 그 점에 유의해서 보시면 즐거운 드라마로 남을 것임을 장담할 수 있다.

 

 참고로 원작도 출간되어 있으니 읽어보고 싶은 분들은 비교해봐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읽어보고 싶은데 아직 2권이 안 나와서 한꺼번에 보려고 기다리고 있다. 노자와 히사시 씨의 미스터리 작품이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나왔으면 좋겠고, 그의 아까운 죽음에도 명복을 비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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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1
하비에르 시에라 지음, 박지영 옮김 / 노마드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강군: 오랜만이야, 공군. 잘 지냈어?

공군: 응. 나야 잘 지냈지. 넌 어때, 요즘도 즐거운 독서 생활 하고 있니?

강군: 밀려드는 책의 홍수 속에 신음하고 있지. 제일 최근에 읽은 게 <최후의 만찬>이라는 책이야.

공군: 누가 쓴 건데?

강군: 말해줘도 모를 걸. 하비에르 시에라라는 스페인 출신 작가래.

공군: <최후의 만찬>이라니 다빈치가 소재인 것 같다.

강군: 오, 눈치 빠른 걸! <다빈치 코드>이후 유행하는 팩션이야. 팩션 알지?

공군: 사실(Fact)하고 허구(Fiction)하고 결합하는 거 말이지? 근데 요즘 그런 책 너무 나오는 거 아니니?

강군: 아주 쏟아져 나오고 있지. 다 <다빈치 코드>의 공이지 뭐. 공인지 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야. 그런데 그런 책들 보면 항상 들어가는 말이 있어.

공군: 나도 알아. 움베르토 에코의 후계자. 하하.

강군: 하하, 너도 아는구나. 그런 천편일률적인 홍보 문구 이제 지양해야 되는 거 아닌가 몰라.

 

 

공군: 그런데 왜 이렇게 팩션이 유행하는 걸까? 지구인들이 모두 다 음모이론에 빠진 것도 아닐텐데 말야.

강군: 세상이 흉흉하니까 그렇겠지 뭐. 어딜 봐도 밝은 미래는 없고, 누굴 믿어야할지도 모르겠고. 이럴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는 사실 이런 비밀이 숨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모두 가짜였다. 뭐 이런 불안과 의혹이 세기초의 주된 분위기인 것 같아. 팩션이 그런 우리의 정서를 잘 긁어주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

공군: 하긴 사람들은 누구나 사실을 그 자체로 믿는 것보다는 그 안에 뭔가 비밀이나 음모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는 법이니까. 원체 인간들이 호기심이 많잖냐.

강군: 그럴수도 있겠네.

 

 

공군: 무슨 내용이냐?

강군: <다빈치 코드>는 현대 교수가 옛날의 그림이나 건축물 같은 걸 조사하면서 비밀을 밝혀내는 거잖아. 그런데 <최후의 만찬>은 좀 달라. 아예 배경이 르네상스 시대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실제로 등장하고 있어. 주인공은 레이레 신부라는 교황청 정보부 소속 신부고.

공군: 정보부하니까 좀 무섭다, 야.

강군: 우리도 알다시피 르네상스 시대는 천년간의 교황 독재가 끝나고 신이 아닌 인간의 시대가 도래하는 계기가 되잖아. 동양 사상도 들어오고, 그리스나 로마의 고전도 부활하고 말야.

공군: 아주 역사 선생질을 하는구나. 계속 읊어봐라.

강군: 당연히 로마 교황청에서는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사상을 탄압하겠지. 그런데 밀라노에서 이름난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리고 있는 <최후의 만찬>이라는 작품에 이교도의 상징이 가득 들어있다는 소문이 난 거야. 그게 노출되면 로마 교회가 크게 휘청일만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거지. 그래서 정보부의 레이레 신부가 조사를 나가면서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비밀을 찾는다는 내용이야.

 

 

공군: 재미있을 것 같은데.

강군: 대체로 팩션이 기본은 하지. 특히 이건 우리도 잘 아는 시대 이야기잖아. 르네상스 시대도 그렇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최후의 만찬>도 우리한테 친숙한 거니까. 이런 친숙한 것들에 사실 이런 비밀이 숨어 있었다, 그러면 당연히 호기심이 땡기지.

공군: 그래서 책에 나오는 비밀은 그럴 듯 하냐?

강군: 사실 <다빈치 코드>랑 비슷해. 작가가 오래 조사해서 사실 80%에 허구20%의 비중으로 썼다는데 대체로 작가들이 조사하는 소스가 다 비슷할 거 아냐. 그러니까 댄 브라운이나 하비에르 시에라나 별 차이가 없는 거지. 그래서 나는 <다빈치 코드> 표절설도 별로 안 믿어. 이번에 '유다복음'인가 뭔가 하는 게 나왔다며. 이 책에도 유다복음에 실린 것처럼 유다의 배신은 사실 예수의 완전한 영적 존재로의 전환을 위해 필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일이었다고 쓰고 있어. 어느 거나 다 비슷한 거야, 그러니까. 어차피 같은 된장을 갖고 끓이는 건데 냉이를 넣든 배추를 넣든 모양은 달라도 같은 된장국 아니겠냐.

 

 

공군: 너 아주 비유가 죽이는구나. 그래서 결론적으로 볼만하다는 거네?

강군: 내 생각에 작가로서 일류는 아냐. 일단 문장의 맛이 별루야. 기본적으로 14세기에 가장 교육을 잘 받은 교황청 소속 신부가 1인칭으로 자신이 본 것들을 쓰고 있는데, 문장 어디에도 지적인 맛이 없어. 오히려 너무 현대적이고 단순해서 멋이 없지. 예를 들어서 앨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가 중세 영어로 쓰여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중세 수도원과 수도사의 느낌이 팍팍 나게 아주 운치있게 쓰여졌잖아.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맛이 없어. 심지어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데 경찰이 출동하더라니까. 그 당시에 경찰이란 말을 썼겠냐. 이건 뭐 번역상의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현대적이니까 분위기를 확 깨지. 그 외에도 문제가 있는데.

공군: 또 뭔데?

강군: 1인칭으로 쓰여지다가 갑자기 3인칭이 나올 때가 있어. 여기서 주인공 레이레 신부는 암호해독 전문가라면서 거의 하는 일이 없거든. 대부분의 비밀은 레오나르도와 그의 제자들이 대화하면서 풀리는데 이 부분이 3인칭으로 쓰여져 있어. 추리소설로서는 여기가 좀 걸리는 부분이지. 작가가 주인공으로 하여금 그럴 듯하게 단서를 조합해 비밀을 풀어나가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니까 그냥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줄줄 늘어놓는건데, 좀 더 고민을 해봤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어. 게다가 주인공 레이레 신부가 연쇄살인범과 다빈치의 관계에 대해 직관적으로 알아차리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도 좀 그렇지. 레이레 신부가 말하는데 이유는 댈 수 없지만 그냥 직관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대. 하하하

공군: 뭐냐, 크하하.

강군: 웃기는 거지. 여기도 작가가 제대로 쓰지 못한 건데 당연히 어떤 단서로 인해 레이레가 그 사실을 알아차려야 하지, 그냥 알면 뭐하러 추리를 하고 있냐. 점을 치지.

공군: 맞아, 맞아.

 

 

강군: 지금까지 너무 결점만 말한 것 같은데, 그런대로 재미있어. <다빈치 코드>가 모험담에 비중을 둔다면, 이 작품에는 <최후의 만찬>이라는 그림의 비밀에만 집중하니까 깊이는 더 있는 것 같아. 재미야 느끼는 사람 나름일테고. 각종 암호와 상징들이 풀려나가는 맛도 있고. 작가가 좀 그럴듯한 문장을 쓸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훨씬 나은 작품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다는 거지.

공군: 책 상태는 어떤데?

강군: 오타가 조금 있는데 편집은 아주 좋아.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그림이나 건축물 등의 사진이 전부 실려 있어 대조해서 보면 아주 재미있지. 그런 건 아주 꼼꼼하게 잘했더라구.

공군: 그래, 잘 알았다.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 읽은 거 같다, 야.

강군: 목이 탄다, 아주 타.

공군: 타는 목에 시원하게 맥주 한 잔 어때?

강군: 네가 뭘 좀 아는구나. 그럼 가자구!

 

 

별점: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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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6-04-21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식이 색다른 리뷰네요. 재미있어요. 책의 장점, 단점도 멋지게 짚어주셨는데, 어쩐지 읽고 싶어지는걸요.

물만두 2006-04-21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짜요 ㅠ.ㅠ 다빈치 코드보다 낫잖아요^^:;;

jedai2000 2006-04-2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오님...감사합니다. 맨날 같은 유형의 독후감만 쓰다가 형식을 바꿔보니 저도 신이 나서 쓰게 되네요. 앞으로 종종 강군과 공군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물만두님...저에게는 두 작품이 비슷비슷한 재미를 줬던 것 같아요. 아주 솔직히는 <다빈치 코드>가 더 좋았구요. 아무튼 둘 다 읽어볼 만한 작품들이라 생각합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6-04-2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 >게 붙어 있으니 제목 리스트에는 만큼 '재미있는 팩션'으로 뜨는군요. html코드로 인식하는 모양입니다. 간만에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언제쯤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써볼지 ^^

jedai2000 2006-04-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제목이 제대로 안 나오나 봅니다. 하지만 뭐 일부러 수정까지 하기는 귀찮고...재미있다니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
 

어제는 서울역을 갔었다. 옛날가수 예민씨의 노래 중에 <서울역>이라는 명곡이 있는데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역에 간 이유는 BOOK-OFF라는 일본 헌책방 체인점을 가보기 위해서였다. 일본에서는 굉장히 지점이 많다고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1호점이란다. 뭐 일본인들이 워낙 책을 많이 보고 또 책도 깨끗이 봐서 헌책방 문화가 굉장히 발달해 있다고 한다. 이 점은 우리나라와 비교되는데, 절판된 추리소설을 구하기 위해 국내 헌책방도 많이 돌아다녀봤지만 좁고 더럽고 영세하고 낙후된 곳 천지다. 특히 대부분의 운영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하시는데 살 책이 마땅한 것이 없어 그냥 나오려 하면 그순간부터 갑자기 밭은 기침을 컬럭컬럭 하신다. 여기서는 냉혈한이 아닌 이상에야 그냥 나올 수 없다. -_-;; 일종의 세련된 강매라고나 할까...

 

이렇게 낙후된 한국 헌책방과 비교해 보면 일본 BOOK-OFF는 확실히 다르다. 물론 한국 헌책방도 나름의 정서와 정감이 있지만 값싸고 깔끔하며 정리 정돈까지 잘되어 있는 BOOK-OFF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건 인지상정이리라. 아무튼 세계 최고의 질과 양을 자랑하는 일본추리소설을 기념삼아 몇 권 집어오려고 간 것이다. 물론 본인은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를 공부하고 있는 생초짜에 불과하다. 그나마 꼬부랑꼬부랑 비슷하게 생긴 글씨 때문에 맨날 까먹기 일쑤다. 하지만 평소의 지론, 무언가를 공부하고 싶으면 일단 사고 봐라, 그러면 나중에 사놓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공부하게 될 것이다를 실현하기 위해서 무조건 책을 사고 봤다.

 

사진을 작게 줄여 거의 알아보기 힘들텐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츠사마' 츠츠이 야스타카 옹의 대표작 <부호형사>다. 여형사가 사실 어마어마한 재벌의 후계자라 돈을 쳐발라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위트와 재미가 만점인 작품이란다. 알만한 분은 다 아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놀라운 재미를 생각해 보면 기대가 커진다...하지만 언제 읽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른 작품은 다카하시 카즈히코의 <용의 상자>라는 제목. 굉장히 유명한 작가지만 국내에는 단편집 하나만 나왔다. 이건 그냥 기념으로..  ^^;; 여기까지가 6,500원이었다. 책 상태도 좋은데 저렴하기도 하지...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소설 중 한 편인 <불야성 Sleepless Town>이다. 하세 세이슈라는 작가가 썼는데 표지에서 알 수 있듯 금성무 주연으로 영화화된 적도 있다. 스트리트 크라임 노벨이라는 별명을 내 멋대로 붙여준 작품으로 암흑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혼혈아 류젠이의 악몽같은 3일을 그리고 있다. 빠르고 박력 넘치고 한계를 넘는 강렬함으로 도배된 소설이다. 반드시 읽어보시길...

 

 

  이 사람이 바로 작가인 하세 세이슈다. 하세 세이슈는 한자로 '馳星周'라고 쓰는데 읽어보면 '치성주'이다. 누군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지 않는가? 그렇다. 이 작가는 주성치를 너무 좋아해 필명을 주성치를 거꾸로 해서 붙였단다. 이 사람 어떤 사람일지 감이 팍 오지 않나? 아주 쌈마이 정서가 생활화된 사람인 것이다. <불야성>에도 정상적인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주인공 류젠이는 17세에 사람을 죽이고 남자를 강간한 엽기적인 인물이다. 이런 정 안가는 인물을 갖고 그토록 뛰어난 소설을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웹서핑하다 발견한 사진인데, 작가 하세 세이슈가 그렇게 좋아하는 주성치를 만나 파안대소하는 장면이란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폭력적이고 막 나가는 사람은 전혀 아닌데, 이상하게 하세 세이슈는 마음에 든다. 인간 세상을 정글에 비유해 내가 살려면 남을 죽여야 한다는 식의 극단적인 세계관도 좋고, 섭씨 2만도는 될듯한 들끓는 열기로 가득찬 작품의 분위기도 좋다. 한 마디로 좋아하는 독자는 아주 미칠 지경이고, 싫어하는 작가는 거품을 물고 씹는 그런 작가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자랑질이다. 어제 무심코 집은 <불야성> 문고본에 하세 세이슈의 친필 사인이 있었던 것이다. 분위기를 보니 1999년 7월 25일에 00씨에게 드린 책 같은데, 이 정신병자 같은 인간이 헌책방에 팔아버린 것 같다. 나 같으면 가문의 무한한 영광일텐데 팔아 버리다니 배짱도 좋다. 어쩌면 무심코 읽어보고 작품에 등장한 폭력신, 섹스신에 넌더리가 나서 팔아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어떻게 돌고돌아 한국에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하세 세이슈의 진가를 너무도 잘 아는, 친필 사인을 너무너무 받고 싶은, <불야성>같은 명작을 쓰고 싶은 본인에게 온 것은 일종의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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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0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어도 읽으시는구요. 흑! 부럽습니다 ㅠ.ㅠ

jedai2000 2006-04-2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_-;; 저 하나도 못 읽어요. 언젠가 일어공부를 해서 읽으려고 그냥 사둔 거예요..^^;;

nemuko 2006-04-2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저도 북오프에서 불야성 샀는데 잘 뒤졌으면 사인본 가졌을텐데..으흑...
그래도 팬인 제다이님 손에 들어간 게 훨씬 다행이예요. 저라면 낙서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jedai2000 2006-04-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하하 운이 좋았죠. 같이 가신 분도 내노라하는 하세 세이슈 팬인데 제가 먼저 챙기게 되었습니다. 네무코님이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는데 읽어볼 만한 작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음에는 하세 세이슈 사인을 직접 받는 걸 목표로 정진하겠습니다..^^;;

oldhand 2006-04-2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공척씨의 女女탕탕과 크리스티의 공포의 肉女도 꼭 한번 보고 싶은 책입니다. ㅋㅋ

jedai2000 2006-04-2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그날 이야기 나온 얼 스탠리 가드너 원작, 사공척 번역, 제목 <女女탕탕>이군요. 완전 코미디네요..ㅋㅋ 삼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져요..^^;;

panda78 2006-04-21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호형사 드라마는 별로던데, 원작은 재밌을 것같아요. ^^ 츠츠이 야스타카라니, 드라마의 인상만으론 무지 의왼데요? ^^;
저도 북 오프 가서 만화책이랑 쉬운 책 한두권 사 오고 싶네요. 요 며칠, 네무코님이 주신 호숫가 살인사건 원서를 보고 있는데, 하루에 두세 페이지가 한계군요. - _ -;;

jedai2000 2006-04-21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은 아주 유명합니다. 일본 미스터리 100선에도 들어갈 정도로 평이 좋아요. 츠츠이 선생이야 워낙 천재적인 작가니 뭘 써도 기본 재미 보증이니까요. ^^;; 북오프 한 번 놀러가세요. 2,000원 코너에서 잘 고르면 10,000원이면 다섯 권! ^^;;

BRINY 2006-05-0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호형사 드라마에서만 부호의 손녀딸인 여자 형사지, 원작은 본인이 부호인 남자 형사가 주인공이랍니다. 하세 세이슈의 친필 사인이 있는 책이라니, 부럽네요.

jedai2000 2006-05-0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아직 일본어를 못해 원작을 못 읽어봐서 그냥 드라마 내용이랑 비슷하겠거니 했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데 언제 읽어볼 수 있을지 암담하네요. 하세 세이슈 친필 사인은 가끔 혼자 꺼내보면 실실 웃곤 합니다. 좋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