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1
하비에르 시에라 지음, 박지영 옮김 / 노마드북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강군: 오랜만이야, 공군. 잘 지냈어?

공군: 응. 나야 잘 지냈지. 넌 어때, 요즘도 즐거운 독서 생활 하고 있니?

강군: 밀려드는 책의 홍수 속에 신음하고 있지. 제일 최근에 읽은 게 <최후의 만찬>이라는 책이야.

공군: 누가 쓴 건데?

강군: 말해줘도 모를 걸. 하비에르 시에라라는 스페인 출신 작가래.

공군: <최후의 만찬>이라니 다빈치가 소재인 것 같다.

강군: 오, 눈치 빠른 걸! <다빈치 코드>이후 유행하는 팩션이야. 팩션 알지?

공군: 사실(Fact)하고 허구(Fiction)하고 결합하는 거 말이지? 근데 요즘 그런 책 너무 나오는 거 아니니?

강군: 아주 쏟아져 나오고 있지. 다 <다빈치 코드>의 공이지 뭐. 공인지 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야. 그런데 그런 책들 보면 항상 들어가는 말이 있어.

공군: 나도 알아. 움베르토 에코의 후계자. 하하.

강군: 하하, 너도 아는구나. 그런 천편일률적인 홍보 문구 이제 지양해야 되는 거 아닌가 몰라.

 

 

공군: 그런데 왜 이렇게 팩션이 유행하는 걸까? 지구인들이 모두 다 음모이론에 빠진 것도 아닐텐데 말야.

강군: 세상이 흉흉하니까 그렇겠지 뭐. 어딜 봐도 밝은 미래는 없고, 누굴 믿어야할지도 모르겠고. 이럴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는 사실 이런 비밀이 숨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모두 가짜였다. 뭐 이런 불안과 의혹이 세기초의 주된 분위기인 것 같아. 팩션이 그런 우리의 정서를 잘 긁어주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

공군: 하긴 사람들은 누구나 사실을 그 자체로 믿는 것보다는 그 안에 뭔가 비밀이나 음모가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는 법이니까. 원체 인간들이 호기심이 많잖냐.

강군: 그럴수도 있겠네.

 

 

공군: 무슨 내용이냐?

강군: <다빈치 코드>는 현대 교수가 옛날의 그림이나 건축물 같은 걸 조사하면서 비밀을 밝혀내는 거잖아. 그런데 <최후의 만찬>은 좀 달라. 아예 배경이 르네상스 시대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실제로 등장하고 있어. 주인공은 레이레 신부라는 교황청 정보부 소속 신부고.

공군: 정보부하니까 좀 무섭다, 야.

강군: 우리도 알다시피 르네상스 시대는 천년간의 교황 독재가 끝나고 신이 아닌 인간의 시대가 도래하는 계기가 되잖아. 동양 사상도 들어오고, 그리스나 로마의 고전도 부활하고 말야.

공군: 아주 역사 선생질을 하는구나. 계속 읊어봐라.

강군: 당연히 로마 교황청에서는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사상을 탄압하겠지. 그런데 밀라노에서 이름난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리고 있는 <최후의 만찬>이라는 작품에 이교도의 상징이 가득 들어있다는 소문이 난 거야. 그게 노출되면 로마 교회가 크게 휘청일만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거지. 그래서 정보부의 레이레 신부가 조사를 나가면서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비밀을 찾는다는 내용이야.

 

 

공군: 재미있을 것 같은데.

강군: 대체로 팩션이 기본은 하지. 특히 이건 우리도 잘 아는 시대 이야기잖아. 르네상스 시대도 그렇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최후의 만찬>도 우리한테 친숙한 거니까. 이런 친숙한 것들에 사실 이런 비밀이 숨어 있었다, 그러면 당연히 호기심이 땡기지.

공군: 그래서 책에 나오는 비밀은 그럴 듯 하냐?

강군: 사실 <다빈치 코드>랑 비슷해. 작가가 오래 조사해서 사실 80%에 허구20%의 비중으로 썼다는데 대체로 작가들이 조사하는 소스가 다 비슷할 거 아냐. 그러니까 댄 브라운이나 하비에르 시에라나 별 차이가 없는 거지. 그래서 나는 <다빈치 코드> 표절설도 별로 안 믿어. 이번에 '유다복음'인가 뭔가 하는 게 나왔다며. 이 책에도 유다복음에 실린 것처럼 유다의 배신은 사실 예수의 완전한 영적 존재로의 전환을 위해 필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일이었다고 쓰고 있어. 어느 거나 다 비슷한 거야, 그러니까. 어차피 같은 된장을 갖고 끓이는 건데 냉이를 넣든 배추를 넣든 모양은 달라도 같은 된장국 아니겠냐.

 

 

공군: 너 아주 비유가 죽이는구나. 그래서 결론적으로 볼만하다는 거네?

강군: 내 생각에 작가로서 일류는 아냐. 일단 문장의 맛이 별루야. 기본적으로 14세기에 가장 교육을 잘 받은 교황청 소속 신부가 1인칭으로 자신이 본 것들을 쓰고 있는데, 문장 어디에도 지적인 맛이 없어. 오히려 너무 현대적이고 단순해서 멋이 없지. 예를 들어서 앨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가 중세 영어로 쓰여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중세 수도원과 수도사의 느낌이 팍팍 나게 아주 운치있게 쓰여졌잖아.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맛이 없어. 심지어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데 경찰이 출동하더라니까. 그 당시에 경찰이란 말을 썼겠냐. 이건 뭐 번역상의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현대적이니까 분위기를 확 깨지. 그 외에도 문제가 있는데.

공군: 또 뭔데?

강군: 1인칭으로 쓰여지다가 갑자기 3인칭이 나올 때가 있어. 여기서 주인공 레이레 신부는 암호해독 전문가라면서 거의 하는 일이 없거든. 대부분의 비밀은 레오나르도와 그의 제자들이 대화하면서 풀리는데 이 부분이 3인칭으로 쓰여져 있어. 추리소설로서는 여기가 좀 걸리는 부분이지. 작가가 주인공으로 하여금 그럴 듯하게 단서를 조합해 비밀을 풀어나가게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니까 그냥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줄줄 늘어놓는건데, 좀 더 고민을 해봤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어. 게다가 주인공 레이레 신부가 연쇄살인범과 다빈치의 관계에 대해 직관적으로 알아차리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도 좀 그렇지. 레이레 신부가 말하는데 이유는 댈 수 없지만 그냥 직관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대. 하하하

공군: 뭐냐, 크하하.

강군: 웃기는 거지. 여기도 작가가 제대로 쓰지 못한 건데 당연히 어떤 단서로 인해 레이레가 그 사실을 알아차려야 하지, 그냥 알면 뭐하러 추리를 하고 있냐. 점을 치지.

공군: 맞아, 맞아.

 

 

강군: 지금까지 너무 결점만 말한 것 같은데, 그런대로 재미있어. <다빈치 코드>가 모험담에 비중을 둔다면, 이 작품에는 <최후의 만찬>이라는 그림의 비밀에만 집중하니까 깊이는 더 있는 것 같아. 재미야 느끼는 사람 나름일테고. 각종 암호와 상징들이 풀려나가는 맛도 있고. 작가가 좀 그럴듯한 문장을 쓸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훨씬 나은 작품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다는 거지.

공군: 책 상태는 어떤데?

강군: 오타가 조금 있는데 편집은 아주 좋아.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그림이나 건축물 등의 사진이 전부 실려 있어 대조해서 보면 아주 재미있지. 그런 건 아주 꼼꼼하게 잘했더라구.

공군: 그래, 잘 알았다. 읽지도 않았는데 벌써 다 읽은 거 같다, 야.

강군: 목이 탄다, 아주 타.

공군: 타는 목에 시원하게 맥주 한 잔 어때?

강군: 네가 뭘 좀 아는구나. 그럼 가자구!

 

 

별점: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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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6-04-21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식이 색다른 리뷰네요. 재미있어요. 책의 장점, 단점도 멋지게 짚어주셨는데, 어쩐지 읽고 싶어지는걸요.

물만두 2006-04-21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짜요 ㅠ.ㅠ 다빈치 코드보다 낫잖아요^^:;;

jedai2000 2006-04-2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냐오님...감사합니다. 맨날 같은 유형의 독후감만 쓰다가 형식을 바꿔보니 저도 신이 나서 쓰게 되네요. 앞으로 종종 강군과 공군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물만두님...저에게는 두 작품이 비슷비슷한 재미를 줬던 것 같아요. 아주 솔직히는 <다빈치 코드>가 더 좋았구요. 아무튼 둘 다 읽어볼 만한 작품들이라 생각합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6-04-2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 >게 붙어 있으니 제목 리스트에는 만큼 '재미있는 팩션'으로 뜨는군요. html코드로 인식하는 모양입니다. 간만에 재미있는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언제쯤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써볼지 ^^

jedai2000 2006-04-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제목이 제대로 안 나오나 봅니다. 하지만 뭐 일부러 수정까지 하기는 귀찮고...재미있다니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