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망치 -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10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공군: 나 왔다. 뭐 하냐?
강군: 어, 왔냐. 저기 냉장고에 우유 있으니까 꺼내 마셔라.
공군: 내가 애냐. 우유는 됐고, 시원하게 맥주나 한 잔 하러 가자.
강군: 시원한 소리한다. 네가 살 거냐?
공군: 우유, 냉장고에 있다고? 그나저나 무슨 책을 읽고 있길래 쳐다도 안 보냐?
강군: 응, 조금만 기다려. 다 읽었어.
공군: 윽, 이 우유 상했어!
강군: 그러냐. 그럼 버려라. 방금 전까지 기시 유스케의 <유리 망치>를 읽고 있었다.


공군: 오! 기시 유스케는 나도 잘 알지. 네가 빌려준 <검은 집> 작가 아냐.
강군: 기억하네.
공군: 너무 인상 깊은 책이라 아마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다. 내가 그거 읽고 혼자 엘리베이터도 못 탔잖냐. 어찌나 무섭던지 지금 생각해도 오싹하다, 야.
강군: 나도 그랬어. <검은 집>에 나오는 검은 집이야말로 진짜 지옥이지.
공군: 그럼 <유리 망치>도 호러 소설이냐? 내가 원래 호러를 좋아하잖냐.
강군: 이런 호러를 좋아하는 호러 자식 놈 같으니라고.
공군: 아흑, 썰렁해.
강군: 미안하다. <유리 망치>는 공포 소설은 아냐. 보다 정통적인 추리소설이지.


공군: 기시 유스케가 그런 것도 쓰냐?
강군: 원래 다채롭게 쓰잖아. <검은 집>이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 살인범을 등장시킨 사이코 스릴러라면, <푸른 불꽃>은 범인의 시점에서 범죄를 그리는 도서추리소설, <천사의 속삭임>은 약간 메디컬 호러 느낌이 나고. 우리 나라에 나온 건 이게 다인데, 일본에 출간된 다른 작품들도 장르가 전부 다르다고 하더라.
공군: 대단하네. 그렇게 다채로운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니.
강군: 그럼 대단하지. 허구헌날 술타령이라는 단 한가지 관심사 밖에 모르는 누구와는 다르지.
공군: 그래도 순수한 추리소설은 의외다.
강군: 그러게. 아까 말했듯이 저번 <푸른 불꽃>도 도서 추리소설이었는데, 4년 반만에 돌아온 <유리 망치>는 아예 트릭을 중시하는 본격 추리소설이더라구. 작가 관심사가 호러에서 미스터리로 슬슬 옮겨 간다는 느낌을 받았어.
공군: 아무튼 대단한 작가네.
강군: 그렇지.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가 나와야 돼. 다양한 소재와 그에 걸맞는 완성도로 독자들을 완전히 넉다운시키는 그런 작가 말야. 히가시노 게이고나 심포 유이치, 기시 유스케 같은 작가들 말야. 이런 작가들이 팍팍 나와서 독서 행위 자체가 재미있다는 걸 알려야 우리나라 소설 시장이 확 살아나지 않을까 싶어. 독자들이 읽고 재미있어서 또 찾아보게 만드는 글을 써야지, 자기들만 신나서 소설쓰는 그런 작가들은 좀 문제가 있지.
공군: 아주 국회로 나가라. 백수 주제에 너나 걱정하세요.
강군: 너 집에 안 가냐?


공군: <유리 망치>는 무슨 내용이야?
강군: 아주 흥미진진하지. 고층빌딩 최상층에 있는 회사 사장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사장이 죽어 있는데, 유리창은 강화유리고. 복도에는 적외선 센서가 달려있는 감시 카메라가 있어. 그 감시 카메라에서 녹화되는 영상은 1층에 있는 경비원이 시종 눈을 떼지 않고. 완전 철벽 밀실이지. 외부에서의 침입은 불가능하다고 본 경찰은 사장실과 맞닿아 있는 전무실에서 혼자 있었던 전무를 체포하지. 전무실과 사장실 중간에는 문이 있어서 복도로 안 나가도 몰래 들어갈 수 있거든.
공군: 밀실 트릭이네.
강군: 그렇지. 철벽 밀실을 깨는 게 이 작품의 최대 재미야. 그래서 탐정 역을 맡은 사람이 방범 컨설턴트야. 방범 설비 전문가인 그가 외부에서의 침입 가능성을 조사하는 거지. 조수 역을 맡은 사람이 전무 변호사인 여자고. 두 사람이 각자 밀실 트릭을 깨기 위한 가설들을 세우는데, 이게 참 재미있어. 가설들 모두가 말이 되는, 그럴듯한 가설인데 꼭 한 끗발이 모자라서 밀실 파해에 실패하는 거라. 이런 가설들이 대여섯개 나오는데 아주 기가 막히지.
공군: 그런데 본격 추리소설치고는 좀 두껍다.
강군: 응. 작가의 시도가 또 있는데, 1부는 방범 컨설턴트와 변호사가 각종 단서들을 수집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본격 추리소설 구조고, 2부는 범인의 입장에서 완전범죄를 기도하는 모습들을 세세하게 그리는 도서 추리소설 구조거든. 나중에 하나로 합쳐지지만 말야. 두 가지 알싸한 맛을 다 느낄 수 있는 세련된 구성이야.


공군: 이런 건 원래 밝혀지는 트릭이 핵심이잖아?
강군: 그렇지. 그런 면에서 <유리 망치>의 핵심 트릭은 사실 좀 단순한 면이 있지. 차라리 그전에 실패로 끝난 가설들이 재미는 더 있어. 핵심 트릭이 너무 단순해서 읽고 나서는 좀 멍했어. 하기사 제일 단순하게 보이는 트릭이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은 트릭이니까. 작가 기시 유스케는 원래 취재를 좋아한대. 이 작품에서도 엄청나게 취재를 했구나 싶은 대목들이 있는데. 방범과 불법 침입의 방법에 대해 진짜 많은 이야기가 나와. 특히 거기 필요한 기계 및 공구 설비들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잡지. 꽤 복잡한 이야기지만, 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하게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이게 힌트야. 하하.
공군: 그렇구나. 나도 읽어봐야겠는걸.
강군: 트릭이 조금 약한 감이 있지만 요즘 보기 드문 본격 추리소설을 멋지게 써낸 것에 점수를 더 주고 싶어. 물리적,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트릭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 트릭을 만들기 위해 아주 발버둥을 치는 걸 보니 좀 불쌍하기도 하더라. 여기는 스포일러니까 말 못하는데, 확실히 요즘 본격 추리작가들이 어렵긴 할 거야. 선배 작가들이 트릭을 다 동내버렸으니까 말야.
공군: 캐릭터는 어떠냐?
강군: 기시 유스케가 플롯에만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 등장 인물도 매력있게 그리지. 특히 탐정 역의 방범 컨설턴트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위험한 향기를 풍기는 인물인데 독특하지. 범인도 나름 매력적인 인물이고.
공군: 재미있겠군. 이 책 빌려간다.
강군: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목이 마르냐?
공군: 하하. 나의 트릭에 걸려들었구나. 계속 말을 시켜 갈증을 유도하는 고도의 심리 트릭! 이제 맥주 마시러 가자!
강군: 크헉..너, 이 자식!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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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4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안 읽습니다^^ 저도 봐야해서요^^

jedai2000 2006-04-2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재미있어요. 만두님이라면 당연히 재미있어하시리라 믿습니다. 나중에 리뷰 쓰시면 꼭 읽어볼게요. ^^;;

Apple 2006-05-04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형식이 너무 재밌다는...^^;; 꽁트를 보는것같아요~
저도 곧 볼생각...^^

jedai2000 2006-05-06 0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매번 비슷한 리뷰만 올리다보니 쓰는 저부터도 재미가 없어 좀 바꿔봤는데 반응이 좋더라구요. 가끔 등장시킬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