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기억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오근형 옮김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붉은 기억>은 기억을 소재로 한 단편집입니다. 총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모두 길지 않은 분량이고 내용도 재미있어 금방 읽히는 작품집입니다. 작가 다카하시 가츠히코는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꽤 유명한 사람으로 83년에 쓴 데뷔작 <샤라쿠 살인사건>은 일본 걸작 추리소설 리스트에서 항상 상위권에 위치한 작품으로 꼭 읽어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작가 다카하시 가즈히코는 이 작품으로 에도가와 람포상을, <호쿠사이 살인사건>이라는 작품으로 일본추리작가협회 장편상을, 본서 <붉은 기억>으로 무려 나오키 상까지 탄 대단한 작가입니다.  

 

<붉은 기억>은 위에도 언급했듯이 작가가 인간의 기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테마로 7편의 단편을 실었습니다. 제목도 표제작인 <붉은 기억>,<뒤틀린 기억>, <말할 수 없는 기억>, <머나먼 기억>,<살갗의 기억>, <안개의 기억>, <어두운 기억>으로 전부 기억이라는 이름이 들어갑니다. 전체적으로 환상소설의 분위기에 공포소설, 추리소설의 분위기와 장점들이 녹아들어가 무언가 신비스럽고 긴장감 넘치는 독서를 할 수 있습니다.

 

기억이라는 한 가지 소재로만 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단편들이 전부 나름 특징이 있고 재미있어 만족도가 높은 단편집입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소개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몇몇 작품의 분위기만 보자면...

 

<뒤틀린 기억>에서는 어렸을 때, 홀어머니가 자신을 남겨두고 자살한 여관을 성장해서 다시 찾아가는 작가가 나옵니다. 여관에서 그 옛날 어머니를 꼭 닮은 여인을 만나 작가는 억압됐던 기억이 점점 돌아오는 것을 느낍니다. 점점 밝혀지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충격적인 진상이란?

 

<말할 수 없는 기억>은 성공한 디자이너가 어린 시절의 술래잡기를 기억하며 시작됩니다. 별다를 게 없던 아이들의 놀이였지만 웬지 그날의 기억만큼은 강렬하죠. 디자이너는 그당시 같이 놀았던 친구들과 다시 모여 그날에 있었던 일을 재구성합니다. 소름끼치는 마무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충 이런 내용들입니다. 판도라의 상자와 같이 애써 봉인해 놓았던 기억들이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열리고, 주인공은 악몽같은 과거의 진실과 마주친다는 내용이죠. 모두 환상소설+공포소설 분위기지만 유독 추리소설의 면모를 제대로 갖춘 <안개의 기억>이 저는 제일 좋았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26년전에 일어난 일본 여인의 실종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단편들이 모두 동북지방의 이와테현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작가의 고향이라더군요. 본문 중에 냉면으로 유명한 음식집은 조용필도 와서 감동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조용필도 감동했다니 먹어보고 싶네요.

 

간결하면서도 품위있는 문장과 억지스럽지 않은 반전, 소름끼치는 긴장감과 공포감, 기억이라는 소재가 주는 여운을 잘 살린 멋진 단편집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역자의 말에 재미있는 구절이 있더군요. 원문 그대로 써 보겠습니다.

 

"단지 이야기의 전개를 답답하게 하는, 너무 빈번하게 나오는 낯선 지명들과 지루하게 나열된 한두 문장은 역자의 재량으로 문맥의 흐름을 가늠하며 줄이기도 했다."

 

재미있는 역자분이시더군요. 아예 다카하시 가즈히코와 공저를 하지 말입니다. 작가 분이 피땀흘려 쓴 창작물을 본인이 읽기에 지루하다는 이유로 재량으로 줄이다니 어떤 생각으로 그러셨는지 궁금하네요.

 

 

별점: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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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천에서 본 일이다.초라한 솔로 하나가 선물 가게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페레로 초콜렛 한 개를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초콜렛이 못 먹는 것인지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선물 가게 주인의 입을 쳐다본다. 선물가게 주인은 솔로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다가 초콜렛의 냄새를 맡아보며,

"먹을 수 있소"하고 내어 준다. 솔로는 그 말에 기쁜 얼굴로 초콜렛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귀를 자꾸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선물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초콜렛을 내어놓으며,

"이것이 정말 카카오로 만든 초콜렛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선물 가게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 보더니

"이 초콜렛을 어디서 훔쳤어?"

솔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었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초콜렛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솔로는 손을 내밀었다. 선물 가게 주인은 웃으면서

"좋소"하고 던져 주언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다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초콜렛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바닥이 촌스런 가다 마이 위로 그 초콜렛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초콜렛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큰 초콜렛을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소.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가나 초콜렛이라도 줍니까? 새알 초코렛 한 개 주시는 여자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개 한 개 얻은 새알 초코렛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새알 초코렛 마흔 여덟 개를 키세스 열 개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페레로 초콜렛 한 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초콜렛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솔로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초콜렛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초콜렛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초콜렛,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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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랑데뷰 2006-02-14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글프게 시리..^^

이매지 2006-02-1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풉. 재미있었어요 ㅋㅋ

jedai2000 2006-02-1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복의 랑데뷰님이야 초콜릿 받을 사람 없는 거 잘 아니까 같이 서글퍼하면 되겠네요..^^;;

이매지님...저는 슬픕니다..T.T
 
나는 살인한다 1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가 강렬한 <나는 살인한다>는 한 마디로 유럽식으로 맛을 낸 미국식 햄버거다. 작가 조르지오 팔레띠는 이탈리아 태생으로 50살이 넘은 늦은 나이에 데뷔작 <나는 살인한다>가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20여개국에서 번역 출판되어 절찬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유럽 색이 지나치게 강하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미국의 현대 스릴러를 몬테카를로의 이국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펼쳐놓은 작품이니까...

 

밤이 되도 불빛이 꺼지지 않는 환락의 도시, 모나코 왕국의 몬테카를로. 인기 라디오 프로가 생방송중인데 어딘지 모를 곳에서 전화가 온다. 자신이 '하나이자 아무 것도 아닌 존재'라고 밝힌 그는 곧 살인을 할 거라는 예고를 한다. 그날 밤, 유명한 카레이서와 그의 애인인 체스 선수가 잔인하게 살해된채 발견된다. 엽기적인 것은 범인이 두 남녀의 얼굴 가죽을 완전히 벗겨 갔다는 것...그러고는 그들의 피로 탁자에 써 놓은 한 마디...'나는 살인한다'

 

유명인들의 얼굴을 벗겨가는 살인마에 대항하는 존재는 전직 FBI요원 프랭크 오또브레. 한니발 렉터에게 클라리스 스탈링이, 자칼에게는 르벨 총경이 대항마인 것처럼 살인마를 잡을 사람은 프랭크 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아내의 자살로 상심해 경찰계를 떠난 상태. 계속되는 살인에 어쩔 수 없이 복귀하면서 예의 날카로운 추리력과 직관으로 순조롭게 수사를 계속하지만 희생자 중 한 명의 아버지가 미국 군부의 정점에 오른 인물임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딸을 잃은 미 육군 장성은 직접 몬테카를로에 날아와 범인을 자신이 잡겠다며 설치고 나선다. 얽히고설킨 복잡한 사건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하나이자 아무 것도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결코 결말을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빗나갈 테니까...

 

대단히 뛰어난 작품이다. 솔직히 커다란 판형에 2권 분량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특히 유럽산 스릴러라 인물이나 배경 등이 모두 프랑스 혹은 이탈리아 이름이라 묘하게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이나 일본의 도서에만 너무 매진한 것 같아 반성중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페이지가 넘어가서 사건이 점점 복잡해지면 재미가 확 살아난다.

 

연쇄살인범과 상처를 간직한 형사라는 전형적인 현대스릴러의 대결 구도지만 뜻밖에 옛날 본격 미스터리 장치를 사용하면서 작품은 진행된다. 희생자가 죽어가면서 남긴 피로 쓴 글씨가 다잉메시지가 되고, 암호를 해석하는 등 고전 미스터리의 향수를 자극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클라이막스, 대결 장면의 빠른 페이스나 모든 사건이 해결됐다고 생각했을 때 또 하나의 반전이 나오는 것은 현대 스릴러의 장점을 충실히 받아들인 듯하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제프리 디버(<코핀 댄서>)를 연상케 한다. 제프리 디버의 작품처럼 이 작품도 반전이 뛰어나며, 현대 스릴러 물에 고전적인 추리물의 요소가 있다는 것이 말이다. 범인도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인물이 아니며, 작품의 초반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인물 중에 한 명이다.

 

유럽 작가의 작품이라 그런지 묘사나 비유 등의 수사법도 화려하다. 작가의 문장력도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작품이 좀 더 품위있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긴장감을 훼손하는 단점은 있다. 이 작가는 어떤 상황이 나와도 문학적으로 한 번 짚고 넘어가는 버릇이 있어, 긴박한 장면에서는 조금 답답할 때가 있다. 여러모로 수준높은 데뷔작이었으며 <양들의 침묵>과 견주어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작년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추리소설의 홍수 속에 사장된 감이 있는데 적어도 이렇게 완전히 묻혀 버릴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권이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제법 크지만 기회가 닿으면 꼭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작품이다.

 

작가 조르지오 팔레띠는 재미있는 이력을 가졌다. 무슨 가요제에서 비평가상을 탄 적도 있는 것처럼 음악계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TV 코미디에서 활약하기도 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에서도 노래로 범인의 흔적을 뒤쫓는 장면들도 나온다. (산타나의 노래가 특히 중요하게 쓰인다..) 위에서 제프리 디버의 작품과 <나는 살인한다>를 비교하는 말을 썼는데 실제 작가의 경력도 비슷한 것 같다. 제프리 디버도 포크송 음반을 낸 적이 있고, 늦은 나이에 데뷔한 것이 말이다.

 

실제로 작가는 후기에서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훌륭한 작가는 소박하고 정감 있는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걸 보여줬던 친구 제프리 디버에게 감사합니다."

제프리 디버 역시 화답을 한다.

"조르지오 팔레띠는 세계적인 수준의 위대한 작가다."

두 사람이 미국과 유럽의 스릴러 마스터와 마에스트로로 좋은 우정을 쌓으며 앞으로도 굉장한 작품을 발표해주길 기대한다.

 

별점: ★★★★

 



 

 

 
 
 
 
 
 
 
 
<작가 조르지오 팔레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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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6-02-14 0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읽었어요. ^^ 솔직히 다잉 메시지는 좀 실망스러웠는데.. ^^;;;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좀 더 읽고 싶었답니다.

jedai2000 2006-02-1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분만...)

다잉메시지도 그렇고, 범인 집에 비밀통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날 때도 좀 어설펐죠. 거기 빼놓고는 크게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부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프랭크 오또브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후속작이 나올 것 같은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기대해보자구요..^^;;

jedai2000 2006-02-14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해랑님...땡스 투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실 마일리지가 정확히 9,900원이었어요. ^^;; 뭐 한 권 사고 10,000원 채워서 책 한 권 또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주문이 가능하게 됐네요. 크나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만약에 읽고 재미없으실까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만 좋은 작품이니 꼭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거란 약속을 드립니다..^^;;

jedai2000 2006-02-1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습니다. ^^;; 사실 책 살 것이 좀 있어서 주문했어요. 적립금은 10,000원 넘겼구요. 제가 막 조른 것 같네요. ^^;; 심려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망량의 상자> 정말 재미있으니까 기대하시구요. 저도 페이퍼에 올라오는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간만에 서점을 들렀습니다. 이런저런 책들을 훑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더랬죠. <별자리로 보는 연애운>을 탐독하며 계획을 짰습니다. 6월 생 여자분이 저에게 잘 넘어온다고 하더군요..-_-;;

한창 그러고 있는데 웬 남자애 둘이서 제 근처로 왔습니다. 아마도 형제인 것 같습니다. 보호자격인 아주머니 한 분도 계셨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모였습니다. 형이 초등학교 졸업을 해서 졸업선물로 책을 사주러 온 거였습니다.

 

 

  형은 바람직스럽게도 이번에 새로 나온 해문출판사의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을 들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박수를 쳤죠. 그러나 이모는 말했습니다.
"너 추리소설 좋아하니?"
"네."
형이 대답하자 이모는 말하더군요.

"책을 한 번 사면 두고두고 볼 책을 사야지, 한 번 보고 버릴 거면 빌려보는 게 낫지. 뭐하러 사니?"
"버릴 거 아니예요. 책장에 꽂아둘 거예요."
"추리소설은 한 번 보고 마는거야. 이모가 화장실 갖다 올 때까지 다시 골라봐."
이모는 뚱뚱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갔습니다. 나는 화가 났더랬죠. 추리소설을 무시하다니...

 

 동생이 형에게 말합니다.
"형, 뭐로 고를거야?"
"추리소설 사지 말라니까 딴 거 사야지."
하면서 집은 것이 <어린 왕자>였습니다. 저는 슬며시 형제에게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얘,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이 훨씬 재밌어. 이모한테 그냥 졸라."
저의 펌프질에 아이는 그 책을 들었고, 이모에게 조르더군요. 그러자 이모는...알겠다며 항복을 하셨습니다. 아~ 감격입니다. 어린 소년에게 추리소설 한 권을 더 읽힌 저도 큰일을 한 것 마냥 뿌듯했습니다.
그래, 소년아. 열심히 자라서 꼭 듬직한 추리소설 마니아가 되거라.

 

그런데 동생이 이모에게 조르더군요. 자기도 책 사달라며... 이모가 말합니다.
"그래, 생일선물도 못 해줬으니까 너도 사줄게. 너도 골라."
그러자 동생은 자신은 공포소설을 좋아한다며 딱 고른 게...
<렉싱턴의 유령>이었습니다.

 

그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아이는 딱 봐도 초등학교 4학년...제가 말릴새도 없이 아이는 주문하더군요. 얘야~ 넌 이제 죽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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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6-02-14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뭐, 언젠가는 읽겠지요. ^^;;;

제다이님, 십만양병설을 생활속에서 추진하고 계시는군요. ^^ 멋지십니다-

jedai2000 2006-02-14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놔두면 버리기야 하겠습니까. 소년이 커서 읽으면 되죠..^^;;

재야에서 십만양병설을 추진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오늘 한 일은 정말 자랑스럽네요. 쿄쿄쿄~

아영엄마 2006-02-1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니아를 양성하려면 학교며 집, 학원 등등 주변에 추리 소설을 많이 비치해두어야 합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추리소설 접하고 그 때부텀 필 받아서 추리소설 팬으로 성장...^^*

nemuko 2006-02-1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제다이님 멋지십니다^^ 저도 저기 이모님이랑 똑같은 말을 하는 신랑이랑 살고 있습니다만, 가끔씩 재미난 추리소설을 찔러 줘서 조금씩 우리편으로 만들고 있답니다.

물만두 2006-02-14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셨어요^^

jedai2000 2006-02-1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그러게요. 자라면서 늘 추리소설을 생활 가까이에 두는 거죠..^^;; 가정에서도 화장실이나 침대 머리맡등에 추리소설을 의무적으로 비치해야겠습니다.

네무코님..감사합니다. 신랑분께서도 조금만 더 펌프질 하시면 추리 마니아로 넘어올 것 같은 분위기던데요. <13계단>도 재미있게 보셨다고 하셨으니까요. 꼭 추리 마니아로 전도하시기 바랍니다.

물만두님..감사합니다..^^;;

페일레스 2006-02-1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뭐 종교의 단계인데요? 흐흐. 저도 제다이님과 물만두님을 비롯한 고명하신 독자분들에 힘입어 추리 쪽에 슬슬 손을 대고 있어용. 감사합니다! ^^

jedai2000 2006-02-16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을 완전한 추리 마니아로 세례를 드려야겠군요. 제가 대부는 안되고 소부(小父)가 되어 페일레스님을 추리 마니아로 거듭나게 하는 의식을 집전하겠습니다..^^;;
 

이미 물만두님께서 기쁜 소식을 전했지만, 혹시 못 들으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 올립니다.

제목 그대로 올해 모 출판사에서 현대 스릴러 시리즈를 야심차게 런칭한답니다. 수석 번역 및 기획자로 <스파이더 게임>과 <첫 번째 희생자> <파이트 클럽> 등을 번역하신 최필원 님께서 참여하십니다. 현대 스릴러에 대한 많은 지식과 열정을 가진 분이니만큼 멋진 타이트들을 많이 소개해주실 것 같습니다. 올해 4월부터 매달 1,2권씩 속속 소개될 예정이랍니다. 판형은 밀리언셀러 클럽보다 조금 작다고 하고, 되도록 단권으로 나온답니다. 기쁜 소식이죠?

 

구체적으로 소개시켜 드리자면...

 

4월: 제임스 시겔의 <탈선>, 캐시 라익스의 <크로스 본즈>

 

- 작년에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으로 영화화된 <탈선>이 소개됩니다. 가편집해보니 550페이지 정도가 나왔다고 하네요. 제임스 시겔은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지만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라고 합니다. 반전이 기가 막히고 영화가 오히려 책만 못하다는군요. 캐시 라익스는 법의학, 인류학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많이 쓰는데 실제 미국 법의학/인류학 협회에서 공인받은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하네요. FBI에서 시체 분석법 등을 강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류의 퍼트리샤 콘웰보다 오히려 전문성 면에서는 한 수 위일 듯 합니다.

 

6월: 할런 코벤의 <단 한 번의 눈길>

 

- 국내에도 <마지막 기회>와 <밀약>이 소개된 바 있는 할런 코벤의 작품입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속도감이 굉장히 빠른 스릴러를 쓰는 작가로 반전도 기막히죠. 단연 기대되는 목록입니다.

 

7월: K 작가의 신작 외 1권

 

- 굉장히 유명한 작가라고만 말씀하시고 아직 이름을 밝히지 않으셨습니다. 출판 시장의 빅네임 중 한 명이라고 하시네요.

 

8월: 제프 린제이의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

 

- 이건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목받는 신예 제프 린제이의 근작입니다. 덱스터는 형사면서 흉악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는 연쇄살인범입니다. 동료 형사로부터 의심을 받으면서도 범행을 저지르는 덱스터는 어떻게 될까요? 작년에 속편이 나왔습니다.

 

9월: 로버트 크레이스의 <2분 법칙>

 

- 작년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호스티지>의 원작을 쓴 로버트 크레이스입니다. 영화는 액션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머리쓰는 스릴러라고 하네요. <2분 법칙>이 어떨지 굉장히 기대됩니다.

 

10월: M 작가의 신작과 D 작가의 신작

 

11월: <스릴러 단편선>

 

- 제임스 패터슨이 편집하는 스릴러 단편집이 나온답니다. 참여 작가가 쟁쟁합니다. 미스터리가 아닌 순수 스릴러 분야에서 이런 단편집은 유래없는 시도 같습니다. 리 차일드, 제임스 시겔, 조셉 파인더, 앤 라이스 등의 유명 작가들이 참여합니다.

 

12월: I 작가의 신작과 캐시 라익스의 <데자 데드>

 

- 역시 캐시 라익스의 탬퍼넌스 브래넌 시리즈의 한 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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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6-02-14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 무지하게 기대됩니다. ^^ 아, 좋아라..

jedai2000 2006-02-14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도 미스터리 풍년일 듯 하네요. 물경 100여권의 책이 나와주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아, 좋아라...^^;;

bono 2006-02-1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냥 기뻐할 수도 없고... 이 많은 작업을 스케줄에 맞춰 다 해놓으려면... 올해도 휴가는 없을 듯 하네요...

jedai2000 2006-02-1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노님...아니, 이 많은 책을 다 하시는 겁니까? 보노님한테 맛난 거 사달라고 졸라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