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천에서 본 일이다.초라한 솔로 하나가 선물 가게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페레로 초콜렛 한 개를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초콜렛이 못 먹는 것인지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선물 가게 주인의 입을 쳐다본다. 선물가게 주인은 솔로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다가 초콜렛의 냄새를 맡아보며,

"먹을 수 있소"하고 내어 준다. 솔로는 그 말에 기쁜 얼굴로 초콜렛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귀를 자꾸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선물 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초콜렛을 내어놓으며,

"이것이 정말 카카오로 만든 초콜렛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선물 가게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 보더니

"이 초콜렛을 어디서 훔쳤어?"

솔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었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초콜렛을 빠뜨립니까? 떨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솔로는 손을 내밀었다. 선물 가게 주인은 웃으면서

"좋소"하고 던져 주언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다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초콜렛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바닥이 촌스런 가다 마이 위로 그 초콜렛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초콜렛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큰 초콜렛을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소.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가나 초콜렛이라도 줍니까? 새알 초코렛 한 개 주시는 여자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개 한 개 얻은 새알 초코렛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새알 초코렛 마흔 여덟 개를 키세스 열 개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페레로 초콜렛 한 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초콜렛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솔로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초콜렛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초콜렛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초콜렛,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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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랑데뷰 2006-02-14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글프게 시리..^^

이매지 2006-02-14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풉. 재미있었어요 ㅋㅋ

jedai2000 2006-02-1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복의 랑데뷰님이야 초콜릿 받을 사람 없는 거 잘 아니까 같이 서글퍼하면 되겠네요..^^;;

이매지님...저는 슬픕니다..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