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서점을 들렀습니다. 이런저런 책들을 훑어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더랬죠. <별자리로 보는 연애운>을 탐독하며 계획을 짰습니다. 6월 생 여자분이 저에게 잘 넘어온다고 하더군요..-_-;;
한창 그러고 있는데 웬 남자애 둘이서 제 근처로 왔습니다. 아마도 형제인 것 같습니다. 보호자격인 아주머니 한 분도 계셨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모였습니다. 형이 초등학교 졸업을 해서 졸업선물로 책을 사주러 온 거였습니다.
형은 바람직스럽게도 이번에 새로 나온 해문출판사의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을 들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박수를 쳤죠. 그러나 이모는 말했습니다.
"너 추리소설 좋아하니?"
"네."
형이 대답하자 이모는 말하더군요.
"책을 한 번 사면 두고두고 볼 책을 사야지, 한 번 보고 버릴 거면 빌려보는 게 낫지. 뭐하러 사니?"
"버릴 거 아니예요. 책장에 꽂아둘 거예요."
"추리소설은 한 번 보고 마는거야. 이모가 화장실 갖다 올 때까지 다시 골라봐."
이모는 뚱뚱한 몸을 이끌고 화장실로 갔습니다. 나는 화가 났더랬죠. 추리소설을 무시하다니...
동생이 형에게 말합니다.
"형, 뭐로 고를거야?"
"추리소설 사지 말라니까 딴 거 사야지."
하면서 집은 것이 <어린 왕자>였습니다. 저는 슬며시 형제에게 다가가서 말했습니다.
"얘, <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이 훨씬 재밌어. 이모한테 그냥 졸라."
저의 펌프질에 아이는 그 책을 들었고, 이모에게 조르더군요. 그러자 이모는...알겠다며 항복을 하셨습니다. 아~ 감격입니다. 어린 소년에게 추리소설 한 권을 더 읽힌 저도 큰일을 한 것 마냥 뿌듯했습니다. 그래, 소년아. 열심히 자라서 꼭 듬직한 추리소설 마니아가 되거라.
그런데 동생이 이모에게 조르더군요. 자기도 책 사달라며... 이모가 말합니다.
"그래, 생일선물도 못 해줬으니까 너도 사줄게. 너도 골라."
그러자 동생은 자신은 공포소설을 좋아한다며 딱 고른 게...
<렉싱턴의 유령>이었습니다.
그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아이는 딱 봐도 초등학교 4학년...제가 말릴새도 없이 아이는 주문하더군요. 얘야~ 넌 이제 죽었다...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