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과 당신 - 서울대 빗물연구소 한무영, 그가 밝히는 빗물의 행복한 부활
한무영 지음, 강창래 인터뷰 / 알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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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읽기 전에
 

 빗물 박사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첫 느낌은 이랬다. 비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하겠다는 반가운 생각 또 나 역시도 비를 좋아해서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할 거 같았다. 어쩌면 빗물 박사가 전하는 다소 낭만적인 비와의 연관성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책표지도 정말 유쾌해 보이는 모습이어서 그랬을까.

 

 

- 책과 마주하며

 

 '비'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산성비'에 대해서부터 그동안 얼마나 잘못 알고 있었는가를 깨는 일부터 시작된다. 하나의 관습이 오래도록 이어져 그 생각의 틀을 깨끗하게 부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기존의 진실은 굳어질 대로 굳어져 왔고 은연중에 우리는 그것을 의심 없이 믿는다. 전문가의 말이니까. 내가 모르는 분야이니까. 그야말로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나 오염이 심한 현대사회는 산성비 괴담이 주를 이룬다. 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이 가장 흔하게 들리는 소리니까. 그래서 비를 좋아해도 선뜻 맞지 못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중학생 때 비가 내리면 기분이 좋아서 친구랑 신발을 벗고 맨발로 돌아다니며 비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야말로 뒤집어쓰고 다녔다. 시골도 아니고 도시에서 말이다. 그러다 어른이 되어서는 산성비라는 말과 다소 약해진 몸을 핑계로 비가 오면 맞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부질없는 짓이었다니!

 

 그러나 빗물 박사 한무영은 말한다. 산성비의 산성수준은 우리가 마시는 오렌지 주스나 콜라보다도 낮은 산성이며 과거 산업화가 될 때의 오염이 심하고 환경에 대한 각성이 없었을 때의 이야기라고. 다른 나라에서는 산성비라는 개념 자체도 없으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그렇다 한다. 또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산성비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 유럽 북단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이야기였고 그곳은 비가 내리면 중성화될 것이 없어서이고 우리나라는 흙이나 기타 환경이 다르기에 같은 이야기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산성비에 대한 심각성이나 그로 말미암은 생태계 파괴나 숲의 황폐화 등의 보고가 없단다. (대략의 내용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서 정확하게 알고 싶으면 책을 꼭 읽기를 권합니다.)

 

 이 개념부터 깨는 일이 시작이었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계속 이어지는 내용에 비하면. 다행히도 나는 저자의 이야기에 반론의 여지를 찾지 못했고 이어지는 이야기에 더욱 저자를 믿고 지지하게 된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옆지기에게 책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공감하며 우리가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고 모두가 바르다고 믿는바 대로 자신만의 필터 없이 사는지 잠시 이야기를 했다. 옆지기가 들려준 다른 이야기 하나. 어느 날부터 이를 닦을 때 빨랫비누를 사용하는 걸 발견했다. 나는 경악했다. 장난하는 거로 생각했지만, 진지하게 나도 해보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리고 이 책의 이야기 후에 옆지기가 들려준 말은 다음과 같았다. 어느 날 치과에 가니 의사가 권하더라. 그래서 긴가민가해서 직접 써보았더니 좋았다고. 어떤 원리로 그런지는 전문가처럼 몰라도 그랬다고. 그러다 뉴스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고 확신하게 되었노라고. 즉, 전문가의 말대로 행동했고 직접 체득해서 느낀 거에다 뉴스에서 어떤 정보를 토대로 나름의 확신이 더 생긴 거였다. 아마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내게까지 권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적으로 치약의 성분과 기능 이야기도 했었지만, 이야기를 줄이겠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처럼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많으며 그 중 하나인 빗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확실한 의식전환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이 밖에도 여러 가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비판적인 책읽기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한 강창래처럼 했던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는 빗물 박사 한무영을 인터뷰하는 동안 관계된 논문, 책 등을 읽으며 물어가며 실제로 체득하며 진행했다. 일반적인 묻고 답하기 형식을 훨씬 앞서는 인터뷰임이 틀림없다. 책임감이 강하다고 할까. 그저 누군가의 생각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거르고 전달하며 독자에게도 끊임없이 사고의 물꼬를 트라고 간접적으로 독려한다.

 

 

- 새롭게 알게 된 많은 진실과 판단

 

 서평이 길어지게 되었다. 사실 나 혼자만 알기에는 엄청나게(!) 아깝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읽어야만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산성비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환경적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아 대기오염 등의 기준을 올리고 개선했다는 점에서 장타를 쳤다. 환경론자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떤 결과이든 이제 산성비에 대한 오해는 풀렸으면 좋겠다. 2011년 중학교 교과서에는 저자의 빗물 이야기가 실린다니 그야말로 다행이다. 이 밖에도 주목해야 할 사실이 많은데 이미 댐이나 원자력 등에 대한 순기능보다 역기능에 주목하는 시대이니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희망차게 생각해 본다.

 

 그러나 빗물 박사 10년인데 나 같은 일반인은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안타깝다. 오래전 쏟아져 내리는 비에 대해 생활에 응용해 볼 방법이 없을지 나름 고민한 적은 있지만 그뿐이었다. 전문지식이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없어서도 그렇지만 사회분위기 또한 다르지 않은 거 같다. 그러나 광진구 자양동의 스타시티는 현재 정말로 빗물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수돗물과 하수도, 고층건물을 지을 때 뽑아내기만 하는 지하수, 해수의 담수화, 강에서 끌어오는 지금의 방법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뿐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도 주목해야겠다. 그에 비해 빗물은 자연에서 거저 주어지는 것이며 우리는 이를 받아 잘 걸러 보관하고 이용하면 되는 일이었다. 어찌 보면 정말 간단해서 일반인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과연 빗물이 그만큼 깨끗하고 안정한지에 대한 판단인데 저자의 말에 의하면 그렇다 이다.

 

 이쯤 되면 산성비에 대한 오해를 푼 후에는 문명의 혜택에 길들어져 살아온 우리에게 지금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정말이지 공개토론을 대중매체에서 하고 널리 알려져 화제가 되었으면 하지만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반대파에서는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니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책을 통해 독자들을 찾아왔을 것이다. 그러니 판단은 언제나 각자의 몫이겠지만 일단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 책을 내려놓으며

 

 가볍게 여겼던 한 권의 책에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육식의 종말> 정도가 아니었다. 물론 그 책도 그런 충격과 경악을 준 것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여러 권의 책을 다 찾아 읽지는 못해도 적어도 몇 권은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원자력은 아니다>> 작가/ 헬렌 칼디코트, 출판/ 양문, 발매/ 2007 

 

- 이 책을 검색하니 나란히 또 한 권이 뜬다. 바로 <원자력은 공포가 아니다>인데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 펴냈다. 두 책의 상반된 관점이 재미있을 거 같지만 일단 이번 일본의 원자력 사태도 있고 하여 <원자력은 아니다>에 우선 주목한다.

 

<<회의적 환경주의자>> 작가/ 비외론 롬보르, 출판/ 에코리브로, 발매/ 2003 


- 지나친 생태주의에 치우친 관점을 잠시나마 내려둘 수 있다는 책. 무엇이든 한쪽으로만 기울면 위험하다.

 
 
<<들풀에서 줍는 과학>>
작가/ 김준민, 출판/ 지성사, 발매/ 2006 


- 저자는 작년에 돌아가셨다는데 한무영 박사의 의견에 힘을 실어줄 내용이 담긴 책. 식물생태 분야 1세대 학자의 말이니 무게감 있게 느껴진다.

 
 

<<인간없는 세상>> 작가/ 엘런 와이즈먼, 출판/ 랜덤하우스코리아, 발매/ 2007

- 출간 당시에도 관심이 가서 읽고 싶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났다. 읽을 책 목록 위쪽에 올려두기.

 


<<문명의 엔드게임 1>> 작가/ 데릭 젠슨, 출판/ 황권, 발매/ 2008

- 문명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그 장단점을 차근하게 뜯어보고 싶다.

 

 생각나는 대로만 옮겼다. 지금 내가 가진『빗물과 당신』에 수많은 인덱스 표시(읽다가 표시해둔 곳.)를 다 펼쳐볼 시간이 없어서이다. 내가 쓴 이 글로 한 명이라도 이 책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출판사 알마와는 관계가 없다. 그저 한 명의 독자일 뿐이다. 전문가도 아니고 사회정의로 불끈 뭉친 사람도 아니다.

 

 내 관점에서 정말 읽어야 하고 중요한 책은 바로 이런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시는 생명의 물이 정치, 기업 등과 얽혀 있는 건 알겠지만, 누구를 위한 무엇이 되기 전에 모두를 위한 무엇이 되는 세상이면 좋겠다. 그 한발에 다가서는데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간다. 직접 읽으면 수많은 것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음을 느낄 것이며 이해관계로 연결된 것들을 생략하고 자금도 적게 들고 무한히 공급되며 누구에게나 내리는 빗물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들일 테니까. 자, 이제 선택은 나의 손을 떠나 이 서평을 읽는 당신에게 달렸다.

 

 

:: 빗물 박사 한무영 블로그 = http://blog.daum.net/drrainwater

 

 

* 다시 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읽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이 책이 튼 물꼬를 따라 꼬리를 무는 책읽기를 더디더라도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놈의 생각, 생각하다가 어찌 되려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무지해서 무관심했던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시작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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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5-15 19:3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산성비 좀 맞았다고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되겠군요.
그런데, 빨래비누 가지고 이를 닦는다는 건 또 처음 알았습니다.
권장사항으로까지...?!
그렇다면, 치약의 성분과 빨래비누의 성분이 같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거라면, 앞으로 빨래할 때 치약을 사용해도 되는 거구요. 하핫!
아무튼 앞으로는 빗속을 우산없이 걸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해 반가운 마음입니다.ㅋㅋ

은비뫼 2011-05-15 20:13   좋아요 0 | URL
네, 산성비가 우리가 마시는 음료보다 약한 산성이더라고요.
빗물 박사가 비를 맞고 대머리 된 사람 있으면 머리카락을 심어준다고 했을정도로 장담했습니다.

사용자의 말로는 빨래비누도 일반은 좀 독하다고 하고요. 유아용 빨랫비누 등이 쓰기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전 비위가 약해서 아직 해보지는 못했습니다. ^^;; 일단 치약은 수도꼭지 등 청소할 때 애용(?)하기는 합니다. 흐흣.

다른 나라에서는 빗물을 담아 걸러서 파는 생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

댄스는 맨홀 2011-05-16 23:11   좋아요 0 | URL
저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지식을 빨리 바로 잡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사실은 괜찮은데 괜시리 걱정하게 만들고 이런 사실을 유포한 이유는 뭘까요?? 빗물 받아서 다른거에 쓸까봐서요. ㅋㅋ

은비뫼 2011-05-18 02:00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이제라도 빗물의 활용을 널리 알리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놈의 이해관계가 막을 거 같기도 하고요. ^^
 
[101명의 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요즘 교양만화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최근 함께 읽은 시사만화는 그야말로 만화의 장점을 잘살려 재미있게 읽었다. 그렇다면 화가를 중심으로 한『101명의 화가』는 어떨까. 아주 큰 책일 거라고 짐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작은 책이었다. 딱 휴대용 크기와 두께였다. 한 명도 아니고 101명을 어떻게 담아냈을지 상상해보시라.

 

 아뿔싸. 부제를 이제야 보았다. '2page로 보는 畵家 이야기'였다. 이렇게 작은 책에 그것도 단 두 쪽을 할애해 설명하자니 정말이지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글자도 작았다. 책을 읽는데 옆지기가 물었다. 글씨가 보이기는 하느냐고. 다행히 시력이 좋아 다 읽기는 했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상당한 마이너스 요소였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의 이야기라서 그야말로 죽도록 읽었다. 읽으면서 그간 얼마나 미술책을 읽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새롭게 만난 화가 혹은 좋아하는 화가의 색다른 이야기도 알게 되는 재미는 있었다. 가볍게 읽어갈 수 있고 다양한 화가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서양화가들이다. 저자가 일본인인데 어쩌면 이건 그 나라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걸 잘 만드는 나라답게 우산도 최대한 접어 작게 휴대하는 나라이니 이런 책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같은 내용으로 우리나라에서 기획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한 사람만 놓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니 그러려니 하겠다.  

 

 화가의 작품이 빠질 수 없는데 책에는 화가의 특징, 도표 등을 모두 전체적으로 실어두느라 자연스레 작품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작품의 크기가 고작해야 엄지손가락 길이보다 작고 폭이 4cm나 될까. 이러니 크게 보지 못해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차라리 한 페이지의 반이라도 실었으면 좋았을 걸 싶다.

 

 비슷한 주제로 예전에『현대건축가 111인』을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책값이 조금 더 비싸지만 읽는데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아 고마운 책이었다. 한 면을 건축가의 작품으로 채웠는데 당시에 읽을 때는 더 많은 작품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었다. 자연스레 관심 건축가의 책으로 연결되는 안내책자가 된 셈이다. 아, 물론 이 책도 서양 건축가가 대부분이고 동양인은 일본과 중국 건축가 정도인데 그나마 아는 이름은 다다오 안도뿐이었다.

 

 이 책도 그랬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정말 크게 남았다. 그러나 이렇게나 많은 화가를 담은 책이니 함부로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아무튼, 저자도 나름 고민을 했을 테니까. 미술관 가는 길에 펼쳐 보면 그래도 재미있을 거 같다. 어찌 되었든 간에 내용은 재미있다. 쉽게 다가오도록 했고 백과사전방식이니만큼 깊이는 없지만, 저자의 주관적이면서도 약간의 객관성을 포함한 핵심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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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5-12 21:09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사가지 없게 평을 하긴 했지요?ㅋ
그런데 추천은 제가 젤 높은 것 같아요. 이를어째...ㅜ
솔직히 화가 좀 나긴 했거든요. 서평단 첫 책인데.ㅎㅎ

은비뫼 2011-05-15 01:51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솔직한 서평이었습니다. ^^
저도 서평단 첫 책을 두 권 다 만화책으로 한 것과 특히 이 책은 조금 심했다고 생각합니다. 읽기 불편했어요. 푸풋. 다음 서평책은 어떤 책일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본격 시사인 만화]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금은 시사인을 거의 읽지 못하지만, 예전에 시사인이나 한겨레 등을 가끔 읽고는 했다. 정치가 나와 무관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아니다. 도무지 속 시원한 일이 거의 없어서 자연스레 등을 돌리게 된 것인데 그렇더라도 이대로는 안될 거 같아 그나마 찾아 읽었던 게 이유였다. 그러나 분주한 생활 속에서 정말이지 오랜만에 그것도 만화로 나온『본격 시사인 만화』를 읽게 되었다.

 

 예전에 시사인을 읽을 때도 시사인 만화를 좋아했던지라 자못 기대되었다. 만화가 굽시니스트의 다른 작품은 만나보지 못해서 할 말이 없지만, 이 작품 하나만 보더라도 그는 풍자의 달인이라 할만했다. 특히나 정치이야기만 나오면 목청을 높여 열변을 토하는 방식의 대중에게 이보다 더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은 만화책이지만 정치책이기도 했다.

 

 오래전 우리네 조상이 해학적인 말과 글을 썼듯 그 계보를 잇는 굽시니스트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해지지만 일단 작가는 내용과 당시 현재를 반영하는 사건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사자성어 등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논리적인 면도 훌륭하고 재미도 있으니 스타처럼 얼굴을 보이지 않아도 대중에게 사랑받는 드러내지 않는 재주꾼 되시겠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려면 어느 정도 시사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루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모르면 풍자를 해도 맞장구 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자신만의 정치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정치를 잘 아는 게 아니지만, 출산으로 정신없던 때 놓친 부분은 옆지기에게 물어보게 되었었다. 그래서 전후상황을 대충 가늠한 후에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게 된 부분도 있다.

 

 2009년 8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비교적 최근의 따끈한 정치판에 대한 만화이니 살갗에 대이는 느낌이 현실적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 고 김대중 대통령뿐 아니라 여러 정치계 거물을 만날 수 있으며 중심(주인공 내지 주연인물)인 MB도 자주 볼 수 있으니 이런 책이 어디 있겠는가싶다. 굽시니스트의 시사인 만화가 앞으로도 날개를 달아 신나게 이어가길 기대하며 응원해본다. 그리고 이런 책이야말로 정치계에서는 돈 주고 사서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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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마흔살 여자의 기적같은 이야기
정은희 지음 / 다산라이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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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후 전업주부로 산다는 것에 대해 가끔 진지하게 고민한다. 아내와 엄마이기 전에 나 또한 하나의 인격체기에 꿈이 있고 성취하고 싶은 게 가슴 속에 있다. 그러나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살림과 육아에 치여 취미활동이나 이어가고 있는 정도이다.

 

『오늘도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나이 마흔에 이혼한 두 아이의 엄마 정은희 씨의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손에 쥔 돈 3만 원으로 로또를 사고 폐차 직전의 차를 갖고 있었다. 살아가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계속 이어온 상태도 아니고 나이도 있는데다 요즘 같은 취업이 어려운 세상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었다.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기에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았고 전문직을 하려고 해도 딱히 경력이나 능력을 쌓아오지도 못했다. 더 정확하게는 임시직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얼마나 막막했을까.

 

 그래서 세일즈뿐이었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이혼녀라는 세상의 편견보다 가족과 가까운 이들의 편견이 더 힘들게 했다고 하니 짐작이 간다. 세일즈의 종류도 많지만, 그녀는 화장품에 관심이 있었고 우연한 기회에 메리케이라는 세계 100대 기업 화장품 회사의 방문판매 사업을 시작한다.

 

 

 삶의 질은 어느 대상에 주목하는가에 달려 있다. 인생은 우리가 주목한 것의 총합인 것이다.

세상의 편견은 무섭다. 그러나 더 무서운 건 자신의 한계를 지으려는 자신의 마음이 아닐까.

'나는 이혼녀니까', '나는 40대나까' 라며 스스로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닐까?  (62~63쪽.)

 

 

 여러 가지 우여곡절과 편견에 맞서며 당당히 우뚝 선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본다는 것과 끝까지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전문가적 근성을 유지하고자 나름의 방법을 활용한다. 결코, 어느 지점에서 만족하고 안주하지 않는다. 거꾸로 우리에게 자문해보자. 당신의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제력으로 안정되었으니까 무언가 믿는 구석이나 예비책이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의 꿈은 펼쳐보지도 못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고수는 "기본이 쉽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배운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고수의 한 수란 알고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본기'를 100퍼센트 자기 것으로 만든 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체득하게 된다는 사실 역시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기본을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틈만 나면 기본을 익히고 또 익힌다.

 

(156쪽,『창의적 기획법: 한 수 위의 기획, 김재호 저.』) 

 

 

 정은희 씨는 지금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으니까 그만두었다면 돈을 보고 달린 셈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펼치며 끝없이 정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자신의 상황에 좌절해서 주저앉아버렸다면 지금의 그녀는 없을 것이다.  그녀를 통해 현실에 수긍하며 사는 건 아닌지 자꾸 되묻게 된다. 계획했던 일을 자꾸 미뤄왔기에 새롭게 돌아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내 삶을 잠시나마 돌아본 시간이 좋았다. 그러나 책의 내용이 솔직히 그다지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무언가 극적인(드라마틱한) 감동을 기대하지는 않기 바란다. 이 책은 드라마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니까. 그렇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분명하게 말한다. 당신의 삶을 당당하게 펼치라고. 돈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지금 당장 시도해보라는 것 같다. 그것이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자아실현의 기회는 얼마든 있으니까 말이다. 자아실현과 동시에 직업으로까지 확대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저자의 억대연봉에만 끌리지 말고 그 사람이 노력한 부분을 기억해야겠다. 작은 일부터 미루던 것을 해보아야겠다. 그리고 나에게 박수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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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5-07 11:21   좋아요 0 | URL
은비뫼님 결혼하셨어요?
저는 아가씬 줄 알았다능.ㅎㅎ
참, 은비뫼 뜻이 뭔가요?^^

은비뫼 2011-05-11 01:31   좋아요 0 | URL
네, 결혼했습니다.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

"이순원 작가의 <은비령>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자주 질문을 받지만 사실 관계는 없습니다. 물론 소설과 드라마로도 본 작품이며 좋아하지만 은비뫼의 뜻은 '은색의 비가 내리는 산'입니다. 몇 해 전 아래 지방으로 여행을 갔는데 불일폭포 올라가는 도중 쉬다가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슬비가 살짝 내린 후라 안개처럼 몽롱한 풍경인데 산이 구름을 치마처럼 차려입었더군요. 그 풍경이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로와 기억에 크게 남았습니다. 그때의 풍경이 들어 있는 닉네임이 은비뫼입니다."

묻는분들이 간혹 계셔서 예전에 제가 썼던 글에서 복사해왔습니다.


stella.K 2011-05-11 10:2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군요. 닉넴이 멋집니다.
사실 그 질문 저도 한동안 꽤 많이 받았던 질문이죠.
매번 설명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ㅋ
벌써 결혼하신지 3년이군요.
사실 은비뫼님 저의 서재 몇년 전부터 찜해 놓으신 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때는 아가씨셨겠는데요?ㅎㅎ

은비뫼 2011-05-11 19:04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매번 설명할 수도 없고요...^^
듣고 보니 그렇군요. 제가 결혼 전에 그러니까 예**4에서 알라딘으로 갈아탄 게 꽤 되었군요.

그런데 스텔라님의 닉네임 뜻도 궁급합니다.
검색하다 포기했습니다. 결국 묻게 됩니다. 풋.

stella.K 2011-05-12 11:27   좋아요 0 | URL
앗, 이런...검색까지!
죄송합니다. 진작에 알려드렸어야 했는데...ㅜ

별뜻은 없구요, 제가 중학교 때 잠시 성당에 다닌 적이 있어요.
거기서 영세 받으면서 갖게된 이름이 스텔라죠. 별!
지금은 기독교로 개종했는데, 블로그 계정 만들면서
얼떨결에 닉네임을 뭘로 할까 하다가 이걸로 했습니다.
09는 저의 생일이 9월인지라.^^

은비뫼 2011-05-12 20:38   좋아요 0 | URL
죄송할 일 아니니 괜찮습니다, 스텔라님. ^^
세례명과 태어난 달이셨군요.
저도 예전에 성당 잠시 다니다 최근 기독교 교회 다니지만 워낙 날라리 신자라서요. 만들어보자니 전 아냐스타시아06 이 나오네요. :)
 
예술/대중문화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꽃이 피는가 싶더니 요즘은 초록색 나뭇잎들이 싱그럽게 제법 올라왔다. 좋아하는 계절의 풍경이지만 즐기지 못해 아쉽기는 하다. 행사가 많은 눈부신 5월에는 어떤 책과 만나게 될까. 책을 살짝 구경하러 나선다. 

 관심가는 첫 번째 책은 <한국인의 마음, 지상현 저.>이다.  

 80여 점의 한국미술품을 신경과학과 뇌과학에 근거해서 진행하는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인다. 한국인의 기질에 대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바에 대해 더 공감하게 될지 아니면 의문이 들지는 모르지만 우리네 미술을 통해 읽는 것이니 보편적으로 타당할 거 같다. 더불어 한국미술의 아름다움까지 함께할 수 있을테니 장점이 많을 거 같다. 

 

 

 그리고 제목만으로도 관심 가는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강판권 저.)  

 저자 강판권은 십 년 넘게 나무 이야기로 책을 냈다. 대단한 사람이다. 꼭 이 책이 아니어도 그의 책을 한 권 정도는 읽어보고 싶다.  산수화 속 나무 이야기에는 어떤 사연이 숨 쉴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또 한 권의 끌리는 책은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 월리스 파울리 저.)  

  아니 이런 책이 나왔던가! 시인 랭보와 도어즈의 짐 모리슨이 어떤 관계가 있다고? 짐 모리슨의 편지를 받고 랭보의 시세계와 짐 모리슨의 가사를 살피면 과연 무엇이 나올까. 저자는 상당 부분을 연구했을 테고 두 인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환영받을 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두 인물의 세계를 동시에 만나며 그들의 접점을 찾아내 보는 즐거움이 있을 거 같다. 

  

 

  오랜만에 영화에 대한 책. <사유 속의 영화, 이윤영 저.) 

 

 영화와의 소통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와 심리학 등 영화를 통한 이야기로 맥락을 같이 한다. 이 책은 20세기의 지성인 발터 벤야민, 질 드뢰즈 같은 이들이 영화에 대한 썰을 푸는 책. 어쩐지 깊은 사유를 필요로 할 거 같지만, 영화이론부터 빠질 수 없는 심리학까지 만날 수 있어서 느리게 읽어가면 좋을 거 같다. 

 건축책은 늘 궁금한 부분인데 특히나 한국건축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지혜로 지은 집, 한국건축, 김도경 저.> 

 한국건축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고 넘어가지 못할 거 같다. 그런데 전문적인 부분이 많아 읽기에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혜와 과학이 만나 쌓아올린 눈부신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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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5-03 13:42   좋아요 0 | URL
이제보니 은비뫼님도 평가단이셨군요.
저도 말씀하신 책 관심이 가요.
님도 하루키의 1Q84를 그렇게 받아드리셨군요. 저도 그랬다는...!ㅎㅎ

은비뫼 2011-05-06 16:39   좋아요 0 | URL
네, 스텔라님. ^^
흐흐흣. 하루키의 책을 읽기도 전에 스포일러를 몰랐던 때라 혼자 상상했었답니다. 아무튼, 몰입해서 읽었던 책입니다.

댄스는 맨홀 2011-05-04 23:11   좋아요 0 | URL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저도 읽어 보고 싶네요.

은비뫼 2011-05-06 16:39   좋아요 0 | URL
네, 댄스는 맨홀님.
읽으면 마음이 편해질 거 같습니다. 미술과과 나무의 조합...
생각만으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