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인류학 살림지식총서 14
류정아 지음 / 살림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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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날개에서 저자의 말.

 저자의 최근 책을 찾아보니 2013년 「축제 이론」이 있어다. 역시 꾸준하게 이쪽 책을 쓰는 열정 있는 저자로 축제와 문화 관광 쪽 책을 주로 내었다. 저자의 의도처럼 축제와 삶을 두고 생각해볼거리가 충분한 책이었다. ​

 그런데 일단 축제라는 말이 주는 어감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겠다. 축제하면 축하와 제사의 합친 말로 즐거운 느낌이 우선 앞선다. 그런데 오래전에 축제는 잔치나 축전으로 순화하라고 했던 거 같아서 찾아보니 역시 그랬다. 그러나 아직도 대중적으로 축제라는 말이 계속 쓰이고 있으며 저자 역시도 축제라는 말을 계속 쓴다. 이는 일종의 오류라고 보기는 뭐 하지만 어서 하나로 보편화된 말이 생기면 좋겠다. 입에 벌써 축제가 붙어버렸지만 축전이란 말도 괜찮은 거 같다. 그리고 잔치란 말은 좋기는 해도 어쩐지 ​축제를 포함하는 말이 아닌듯한 느낌이 있다. 보다 광범위하게 느껴지는 축제와 소규모로 느껴지는 잔치. 이것은 나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한 건 Festival(페스티벌)은 영어 그대로 쓰지 않고 축전, 축제로 순화한다고 적혀있다는 사실이다.(네이버 국어사전에) 이렇게 정해진 바가 없어서야. 아마도 이대로 정착돼 가는듯하여 바꾸기 어려운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아무튼, 저자의 방식대로 그리고 통념적으로 축제라고 하니 축제로. 사실 딱 어울리는 말을 못 찾겠다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실제로 축제에는 새로운 의미가 계속 부여되지만 그와 동시에 더욱더 민속적인 것이 되면서 항상 '전통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축제들은 참여하는 축제에서 관람하는 축제로 변해가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중략…) 그것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난장적인 축제의 성격은 약화되고 상업적인 성격이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 사회와 축제, 29쪽)

 가면은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고정시키고 개인의 정체성을 감춤과 동시에 또 다른 정체성을 부여한다. 즉 개인은 지극히 가변적이고 다의성을 가질 수 있지만 가면은 이러한 가변성을 고정시켜서 개인을 단순화시키기도 한다. 즉 가면을 쓴 상황에서는 상이하거나 대조적인 것의 접점에 있어 모호해지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대단히 분명하고 확고한 정체성을 새롭게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가면을 통해서 신화와 전설은 구체화되고 역사성은 현실 속에 표현되며, 동물성과 인간성이 결합되며, 초자연적 존재와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가면축제는 하나의 연행예술로 발전하기도 하고, 이 속에서 스스로가 연극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은 현대 자본주의적 사회의 상업화와도 자연스럽게 만난다.

(서구 사회에서의 축제, 42쪽)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살림지식총서는 참.. 별생각 없이 잡았다가 오호~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 또한 그렇다.

축제에 대한 관심이 아주 커졌다. 다음부터는 어떠한 축제를 보게 될 경우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그 축제의 참 면모를 찾아 즐기도록 할 것이다. 게다가 이건 아닌 데라는 식의 비판까지 하고 나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면 좋으리라.

 지금까지 어떤 축제에 가보면 대부분 드는 생각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라는 생각이 컸다. 그만큼 상업적인 축제만 다녔던 것일까? ​ 아니면 상업적으로 변질된 탓일까. 다른 축제는 몰라도 일단 강릉단오제는 관심이 크다. 그리고 얼마 전 춘천마임축제에 못 가서 많이 아쉬웠지만 해마다 축제는 이어지니 후일을 기약한다.

 가면 우리나라의 탈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나이면서 내가 아닌 나를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점. 이상이 될 수도 있고 대리인이나 본심을 숨길 수도 있으면서 솔직해질 수 있는 매력. 책을 읽으며 즐거웠다. ​

 갑자기 왜 마당놀이가 떠오를까. 한바탕 신 나게 놀아보자고~~~

삶에 대한 고찰 없이는 그 무엇도 정신적으로 뿌리내릴 수 없다는 자명함.

그 앞에서 삶의 환희를 느낀다는 것.

산다는 건 참으로 재미있구나.

축제는 인간의 기본적 속성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을 파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기득권의 권력, 불평등적 모순, 억압과 갈등, 어두움과 희미함을 걷어내고자 하는 것이 축제이다. 그래서 축제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파괴하고자 하며 스스로 모든 세속적인 허울과 위선을 벗어던지거나 모든 세속적 허상을 감출 수 있는 가면을 쓰고 변장을 하고 온몸에 그림을 그린다.



(축제의 의미, 4쪽)

이 책에서 필자가 시종일관 밝히고자 했던 바는 축제에 대한 고찰은 곧 `삶`에 대한 고찰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과연 축제를 벌이고 즐길 수 있는 삶의 뿌리를 굳건히 내리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깊이 해볼 수 있다. 아직도 대박과 한탕주의, 황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 조급함 등이 우리의 일상을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에게 축제가 안정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축제에 대한 고찰은 놀고 즐기는 그 자체에 대한 고찰이라기보다는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삶, 그것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 축제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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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03 16:40   좋아요 1 | URL
요즘 축제라고 하면 그저 즐겁게 노는 행사 정도로만 이해하는 데 그칩니다. 4쪽에서 인용한 ‘축제의 의미’ 문장은 공감합니다. 부정적인 대상이나 상황을 극복하자는 선결 목적이 명확하게 드러난 축제야말로 진정한 축제라고 생각해요.

은비뫼 2015-06-03 16:46   좋아요 0 | URL
진정한 축제로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지역명물을 내세운 상업적 축제가 아닌 진정한 축제에 참여해서 오롯하게 태울수 있다면 진정 좋을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