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하나하나는 모래알처럼 작아. 이 사회는 무수히 많은 모래알로 이루어진 사막이야. 사막은 모래 한 알 한 알을 일일이 배려해주지 않고, 애당초 배려를 요구할 수 도 없어."
그렇지만, 하고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같은 모래알끼리는 서로 챙겨줄 수 있겠지. 난 그러고 싶어. 사라진 사람들을 아무도 찾아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어." - 비탄의 문 1권 177쪽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 이야기를 좋아한다. 배고프고, 무법천지인 세상에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힘을 모으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좋다. 비탄의 문은 기괴한 이야기다. 사람의 염원을 모으는 다른 세상의 존재가 나오고, 연쇄살인마도 등장한다. 다른 한편엔 이웃의 사정을 살펴주려는 다정한 마음과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인간의 집념도 그려진다. 기본적으로 다정한 시선을 가진 작가다.
상대에게 상처주는 말을 내뱉는 순간, 그 끈적이는 감정은 나에게도 들러붙는다.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이야기로 이루어진 온라인 세상의, 말이라는 창은 참으로 치명적이다. 우리는 자주 '말'이 행동을 부르는 것을 목도한다. 책에 나오는대로 '연쇄살인마'를 규정하고 묘사함으로서, 악의를 그렇게 풀려는 인간들이 늘어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적복수가 금지된 이유는 저간의 모든 사정을 당사자가 전부 헤아리기 어려울 뿐더러, 그 사적복수을 행하는 순간 그는 이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 고타로는 이형의 존재에 휘말려 한 존재를 소멸시키는데 동조한다.
이해안갈 이야기들이 잔뜩 써져있지만 재미는 있다. 이형의 존재의 힘을 빌려 연쇄살인법을 잡고자 하는 고타로는 이 모든 악의를 본 끝에 다시 삶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다음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