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취미중 꽤나 호사스럽다고 할 만한 것은 세가지다.
하나는 한달에 한번 목욕탕에 가서 남에게 떼를 미는 것과
두번째는 매달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것이었다.
보네거트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말은 "~했었다"라고 했던가.
그렇다.
내가 사는 곳은 신도시라 목욕탕이 없고,
놀랄만큼 머리를 자르는 비용이 비싸서 두가지 다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 세번째는 유지할 수 있었는데,
차를 마신다.
내게 커피를 마시는 것과 차를 마시는 것은 좀 다르다.
뭔가 차를 마시는 것은 업무를 보는 것과 동시에 하기가 쉽지 않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차가 들어가는 순간
몸이 한숨을 후 내신 후처럼 약간 늘어진다.
내 일이란게 아주 쪼잔한지라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해서 차를 마시면서 슬슬 해나갈 수 없다.
(니 일이 그런게 아니라 한번에 두 가지를 못한다고 해라...)
그래서 지금 이렇게
보이차 티백을 우려 마시며 실없는 글을 쓴다.
하나에 6백원은 하는 티백 두개를 800ml짜리 텀블러에 우려내 마신다.
한모금씩 마실때마다 후 하고 늘어진다.
흙냄새가 난다. 들이건 산이건 나가본 건 오래라 그립다.
티백도 나쁘지 않다. 아니 충분히 여유롭다.
이번달에 저 멀리 인도에서 직구한 차가 지금 우편으로 오고 있다.
그건 홍차니까 왠지 예쁜 잔에 색을 즐기며 마시고 싶지만
회사의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아(설겆이라던가, 주위의 관심이라던가)
고작해야 하얀색 잔에 마시는 정도로 만족해야겠지.
아쉽다.
하루에 열몇시간을 보내는 이 책상위 조차 나의 개성을 표현하기가 눈치가 보인다.
오늘 내가 사용하는 달력에 이번달 그림이 '평등'이라고 커다랗게 적혀있어서
결국 눈치가 보여 접어두었다.
너무 많은 컵도 눈치가 보이고,
내년엔 아라시 캘린더를 사고 싶었는데 너무 튀는거 같아 몇번을 고민하다 포기하고,
타협한다 내 책상뒤를 지나다니는 수백명 눈동자의 취향과.
사치스러운 취미 하나쯤은 유지해도 될까?
언제까지?
층층시하 조직생활이란 점점 더 간단치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