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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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나니 선명하게 소설이 그리고 있는 풍경이 남는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로도 보고 싶다.

역자가 언급했듯이 스토리보다 묘사된 분위기와 풍경이 중요한 작품이다.


[밤 벚꽃]에서 여자는 일찍 이혼하고 홀로 키워온 아들마저 먼저 세상을 뜨자, 이혼할때 시부가 물려준 고풍스런 집에서 홀로산다. 어느 밤 벚꽃은 등처럼 밝고, 죽은 아들방엔 사이좋은 낯선 신혼부부가 들었다. 초로의 여자는 방에 홀로 앉아 벚꽃을 보며 이제사 '어떤여자라도 될 수 있는' 방법을 깨닫는다. 언제나 그렇듯 행복의 비법은 너무 늦게 깨달아지고, 그 깨달음은 찰라에 지나간다. 


[침대차] 말끔한 노신사가 기차 침대칸에서 서럽게 운다. 출장차 이 차를 탄 별 볼일 없는 영업사원인 나는 5년전 기차에서 떨어져 죽은 친구가 어린시절 함께 놀다 강에 빠져 둥둥 떠있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저 노인의 울음을 듣고만 있는다. 노인의 울음도 친구의 죽음도 그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박쥐] 여름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가 여자아이를 찾아가는 길에 동행한다. 날은 덥고, 친구는 여자아이와 단둘이 사라진다. 가난한 항구 동네 구석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린다. 기다리며 친구의 가방을 칼로 찢어발긴다.


표제작인 [환상의 빛]에서 사내는 저 멀리 자신에게 다가오는 열차의 빛을 보며 한발한발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여자는 파도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빈한한 어촌마을 낡은 집 이층 창가에 재혼한 남편의 헐렁한 가디건을 걸치고 서서 그의 죽음을 궁금해한다.


타인의 진의(어쩌면 자기자신도)에는 결코 다가가지 못한채 그저 풍경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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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2-19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 다음 지름에 이 책을 포함시킬건데 말입니다. 읽고 싶기도 하면서 어쩐지 안읽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고독`이라 휘모리님은 명명했지만 제겐 무서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무해한모리군 2014-12-22 09:0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사실은 제목을 정하지 못해서 한참 고민하다 두리뭉실하게 적어 올렸습니다. 이렇게 쓸쓸한 계절이라서 많은 축제들이 겨울에 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