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주군의 태양이라는 드라마를 보는데 새삼 공효진이란 배우가 다시 보였다. (소지섭이야 오죽하면 별명이 소간지겠는가 좌르르르ㅎㅎㅎ) 예쁘거나 뭔가 '와'할만큼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리 과장된 감정이나 동작을 해도 이상하게 공감이 간다. 이런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맡지못하고 로코킹으로만 익식된듯해 아쉽다...[소지섭의 '애기야 오빠랑 가자'는 애드리브였다는데 그런 몹쓸 애드리브라니... 브라운관에 주먹 나갈뻔 했다... 대본은 작가에게 =.=]

 

여하튼 그 드라마를 보자 일전에 읽은 이스탄불의 사생아가 생각났다. 여기 예쁜 엄마의 못생긴 딸 '아시야' 역활을 공효진이 하면 아주 잘할듯 하다. 예쁘진 않지만 매력적이고 지적이며 반항아다. 아니면 예쁜 엄마 역활도 (사실 나이로 보면 이쪽에 가깝다. 슬프다 우리 벌써 나이 먹은거야? 그런거야?) 괜찮을듯 하고. 아시야를 낳은 엄마답게 이쪽은 예쁜데다 매력적이고 지적인 반항아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반항아인 여성은 많이 등장하지 않는데, 미니스커트를 입고 담배를 꼬나문 시니컬한 여자 주인공을 어서 만나고 싶다... 내 주변엔 한박스 있다... 모델이 필요하면 연락바란다.

 

또 옆길로 많이 샛는데, 책 얘기로 돌아가면 터키의 근대사를 두가족의 역사를 통해 그린다. 주요소재가 아르메니아 대학살인 터키판 대하역사드라마다. 거기다 주요배역은 모두 여자들 차지다. 영감이 발달한 여자, 너무 발달해 미친여자, 엄격한 여자, 방종해 보이는(?) 여자, 애를 낳아본 여자, 낳았지만 죽은 여자, 젊은 여자, 치매가 온 늙은 여자, 종교적인 여자, 냉소적인 여자 여하간 여자유형 박물관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르메니아인 젊은 여자는 터키를 방문한다. 그녀는 지적이고, 자신의 민족성에 대해 번민한다. 터키에 사는 또다른 젊은 여자 아시야는 사생아고 뿌리가 없다. 그녀는 '오스만 제국의 잘못? 내가 인정해줄게, 아니 원하면 용서도 구해줄 순 있지만 내 일은 아냐. 나에겐 역사는 없으니까.'라고 말한다.

 

같이 사는 사람이 가장 비웃는 말중에 '한민족 단일민족'이라는 표현이다.. 반도에 오가는 사람이 고대부터 얼만데 단일민족이냐는 거다. 나는 '같은 언어를 쓰거나 또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사람들'로서의 국민을 약간은 따듯한 마음으로 보는 편이다. 당연히 같이 사는 사람은 이것도 냉소다.

 

박터지게 어수선한 이스탄불이나 시리아지만 거기는 다양한 사람이 살았고 살고있다. 기독교도도 있고 이슬람도 있고 유대인도 있고 등등등. 권력자들은 지들이 유리한대로 이슬람풍 신자본주의 나라로 터키를 규정하고 싶기도 하고, 이슬람식 전제주의 사회로 만들고 싶기도 하고 막 그런 모양이다. 무섭게 두꺼운 이 책속에 유럽이기도 하고 동양이기도 한 이 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머물다 떠나며 남겨놓은 무수한 흔적을 가진 배 같다. 가해자이고 피해자이고 때로 용기있고 많은 순간 비겁했다. 우리처럼.

 

그리고 어느 길로 가든 우리처럼 실패할거 같다. 무슬림이든 기독교든 남들보다 너무 많이 가지는 것을 경개하면서 모두 형제자매인 따뜻한 공동체를 꿈꾸던데, 어째 현실은 자꾸 다른 곳으로 간다.. 제길 어떻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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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9-06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효진씨에게는 "미스 홍당무"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공효진씨의 매력은 "질리지 않는" 같아요. 그리고 뭘 입어도 그녀가 입으면 정말 잘 어울리죠. 이건 학벌 좋고 이쁘기만 한 배우가 절대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죠.

무해한모리군 2013-09-06 13:37   좋아요 0 | URL
저도 봤어요 ㅎ
미스홍당무일땐가 그녀가 인터뷰를 했어요.
다른 여배우들은 못생긴 분장을 해도 '참이쁘구나'라는 말을 듣는데, 자기는 사람들이 '어 쟤 정말 못생겼네'한다고 걱정이라고.. ㅋㄷㅋㄷ

맞아요 정말 스타일이 좋아요 ㅎㅎ
티셔츠에 꽃무늬 원피스 아무나 소화못하는 건데 멋지더라구요.
오늘 위키토피아에 소개된 그녀의 약력
"조기 유학 열풍을 타고 중학교 2학년때 호주 브리즈번으로 유학을 갔다가 IMF 사태로 인해 3년만에 귀국한 후 모델학원에 등록하여 음료·과자·통신사 등 CF 모델로 활동했다."
이 짧은 소개에도 굴곡이 느껴지는게 마음에 듭니다.

Mephistopheles 2013-09-06 14:00   좋아요 0 | URL
더불어 책까지 낼 정도의 강성(?) 환경론자이기도 하고요.

다락방 2013-09-0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품절이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해한모리군 2013-09-06 16:05   좋아요 0 | URL
저도 중고로 샀어요~~~~~~ 아주 싸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