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현상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에 따른 전조가 있기 마련이라 그렇기에 하루종일 그런걸 관찰하는 직업이 고대로 부터 있어왔다.
로버트 해리스의 폼페이는 그 유명한 폼페이 화산폭발 전 사흘간의 이야기다. (나는 이 작가가 좋고 근작으로 갈수록 더 마음에 든다) 화산폭발 전 폼페이와 그 주변지역엔 어떤 조짐이 있었을까? 그의 소설 속에서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자기일에 몰두한 남자주인공이 역시나 등장하고, 주변 사람들을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다. 아무리 미화해도 다수대중에겐 참으로 끔찍한 시절이었다. 물고기 한마리를 죽였다고 수조관에 먹이로 던져질 수도 있고, 열살부터 사주는 사람이 없을 때까지 냄새나는 골방에서 창녀로 지내야 할 수도 있다. 한편 가진 자들은 더 많은 부를 위해 부정부폐에 젖어있다. 매일 뉴스에서 듣는 익숙한 얘기다. 이 작가는 늘 그렇듯 과거를 끌고와 현재를 이야기 한다.
요즘 뉴스에서 일본 방사능 오염 수산물 얘기로 시끄럽다. 이미 몇개월 전 정부는 농수산물은 상할 염려가 있어 전수가 아닌 샘플링 조사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그렇게 많은 해수로 원자로를 식히고 있는데 그게 바다로 안흘러들어갔다면 그것이야 말로 놀라운 일인텐데, 그 샘플링 조사를 어떻게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결과가 이렇다.
폼페이에서 학자인 플리니우스가 말한 것처럼 자연을 인간이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오만한가. 자연은 그야말로 변화무상하고 많은 순간 예측불허다. 그리고 인간이 만든 것중에 고장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런데도 한방에 모든 걸 다 잃을 원자력 세상에 우리의 미래를 걸자며 홍보한다.
폼페이의 화산 폭발도 아는 자가 있었다. 그러나 돈을 먹고 침묵했다. 아마 방사능 수산물도 많은 사람이 알았을 것이다. 그들도 끊임없이 사실을 숨겼다. 결론은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았을지 모르는 어린 아이는 죽음의 순간이 화석이 되어 관광객 앞에 있고, 나는 뭘 먹고 살아야될지 모르겠다.
이제 우리도 알았으니, 권한 없는 결정을 한 자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자. 일상이 많이 바쁘고 고단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