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엄청 가슴 설레는 책이거든! 

 훌륭한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이 여성에게 절실한 문제였던 18세기 영국을 무대로, 

지적이고 자립심이 강한 엘리자베스와 말이 없고 남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청년 귀족인 다아시가 서로의 자존심과 편견으로 생긴 다양한 장벽을 극복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 109쪽

 십대시절 영문본으로 본 후 십오년만에 번역본으로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었다. 제인 오스틴의 톡톡 튀는 문장이 번역을 거치면서 덜해진 것과 나이가 들어서인가 그 설렘이 다소 덤덤해져버려 아쉽지만 이 수다스러운 소설은 사랑스럽다. 

 오만은 우리 스스로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 31쪽 

 오만과 편견은 인간의 생존 기술중에 하나다. 편견이 없이 매번 모든 것을 판단한다면 그걸 판단하다 우리는 늙어 죽을 것이다. 오만 역시 마찬가지다. 내 책장의 8할의 책의 주제는 자존감이다. 요는 편견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편견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 그리고 그 증거를 발견한 즉시 수정하는 것이다. 오만도 타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유지하는 선에서 인간이 가진 수백만가지 성격결함 중에서 그럭저럭 봐줄만한 편이다.  

제인이 내일 그분과 결혼해서 행복해질 확률이나 열두 달 동안 그분 성격을 연구한 뒤에 결혼해서 행복해질 확률이나 반반이나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 결혼에서 행복이란 순전히 운에 달려있어. 서로의 취향을 아주 잘 알거나, 혹은 서로 아주 비슷하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둘의 행복이 더 커지는 건 결코 아니야. 취향이란 건 계속 변하게 마련이라 나중엔 누구든 짜증이 날 만큼 달라지게 마련이야. 평생을 같이 살 사람의 결점은 될수록 적게 아는 것이 더 나아. - 35쪽 

 남자나 혼인 관계 그 자체를 중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혼은 언제나 그녀의 목표였다.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재산이 없는 아가씨에겐 오직 결혼만이 명예로운 생활 대책이었고, 결혼이 가져다줄 행복 여부가 아무리 불확실하다 해도 결혼만이 가장 좋은 가난 예방책임이 분명했다. 이제 마침내 그 예방책을 손에 넣은 것이니 스물일곱의 나이에 한 번도 예뻐본 적이 없는 여자로서는 이번만큼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느꼈다. - 177쪽

 제인 오스틴 자신은 혼인하지 않고 친척들의 도움을 받으며 부모님과 함께 살다 죽었다고 한다. 그 시절 '숙녀'에게 경제적 자립의 방법이란 몇 안되는 가정교사 자리 밖에 없었을테니 비참하게 친척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남은 삶을 가난에 허덕이며 살지않으려면 결혼이야 말로 삶의 목표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 주변의 무수한 비혼남녀들이 경제적 이유로 혼인을 기피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세상은 그리 달라지지 않은듯도 하다. 여전히 처자를 먹여살릴 능력이 없는 남자의 결혼은 어렵고, 먹여살려 주지도 않을 거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이런저런 요구사항만 많은 혼인이 여성들도 별로 내키지 않는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는 오만과편견의 대화과 사건들까지 그대로 가지고 온다. 단지 영국이 하느님의 저주를 받아서 좀비로 가득차 있고, 이 시절의 신사 숙녀들의 필수 교양으로 전투기술이 추가된다. 돈 좀 있다하면 일본으로 자재들을 무술유학을 보낸다. 우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최고의 전사로 변모한다. 특히 엘리자베스는 중국의 무술 고수에게 기술을 전수받고, 자신을 모욕하는 사람의 목을 베고 심장을 꺼내 씹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원래의 오만과 편견에서 유일한 호구지책이던 결혼의 절박함이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에서는 중요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나 제인이 여전히 너무 사교계에 메여있는 모습인 것은 아쉽다. 하긴 혼인을 하는 것이 표준인 세상이니 그 편이 더 자연스럽다. 선시장을 보아도 너무나 능력있는 그녀들이 놀랍도록 결혼에 연연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니, 이 책속 엘리자베스 정도면 아주 쿨하다.

그래서 혼인하면 더 행복할까? 저 위에 적힌 것 처럼 운일까? 혼인에서 사랑은 얼마나 중요할까? 돈은?

내 결론은 혼인을 하건, 혼자 살건 자족한 삶, 행복한 삶의 여부는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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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4-0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다른 알라디너분도 오스틴의 소설에 대한 글을 자주 본 적이 많았는데
저는 이 유명한 고전을 아직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어요. ' 꼭 읽어봐야겠지 ' 하고
이번에만해도 서너번 다짐만 하게 되네요 ^^;;

무해한모리군 2011-04-04 08:57   좋아요 0 | URL
저는 읽은 고전 수가 얼마안됩니다.
올해 저는 여름휴가때 토지를 다시 읽을 결심을 하고 있어요.
사실 작년 여름휴가때도 그런 결심을 --;;
어쨌거나 연달아 <오만과 편견>과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읽는 일은 살짝 지겨웠답니다.

신지 2011-04-04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휘모리님이 제 여자친구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아요.
"편견이 없이 매번 모든 것을 판단한다면 그걸 판단하다 우리는 늙어 죽을 것이다."
ㅡ> 편견이 없는 사람은 없지. 그런데 편견이 없다면 더 잘 볼 수 있고, 좀 더 올바른 결론에 다다르게 되지.

"요는 편견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편견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 그리고 그 증거를 발견한 즉시 수정하는 것이다."
ㅡ> 그 말도 난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편견이 문제가 아니라면 증거가 발견되었을 때 수정할 필요도 없겠지. "나의 편견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는 것," 은 '내 생각이 편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맞는 것 같아. 편견은 이미 잘못되어 있다는 말이거든. 공정하지 못하고 치우쳐 있다는 말이니까..

음.. 그런데 휘모리님은 제 여친이 아니니.. 제가 실례한 거겠죠...

무해한모리군 2011-04-04 08:53   좋아요 0 | URL
두번째 문장은 신지님 말씀대로 고치는게 맞을 듯 합니다 ^^
제가 쓴게 완전히 비문이네요!

첫번째 문장은 많은 사물과 사람에 대해 주변에서 듣고, 읽고, 본 것에 따라 선험적인 판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썼습니다. 저는 인간의 특성상 그럴 수 밖에 없고, 단지 내가 알고 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두자는 점을 쓰고 싶었는데 표현력이 부족합니다 .생각해보니 이건 어디서 읽은 걸 따왔네요 ^^;;

역시 생각이 짧다는게 티가 나네요.
좋은하루 되세요 신지님!

신지 2011-04-04 11:38   좋아요 0 | URL

"...늙어 죽을 것이다~" 전에 알라딘에서 다른 분 한테도 들었던 말이라, 그만 발끈했네요. (편견에 대해서)휘님과 저는 같은 생각인데도, 왠지 편견이 합리화되는 느낌이었어요.

의외로 화를 안 내시네요... 제가 저런 식으로 말하면 여자친구는 너무너무 싫어했거든요.^^;

저는, 대화를 하는데, 분별하지 않고 소통이 될 수 있나라고 생각하는 편이죠. 말이 생각이나 의도를 다 표현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말싸움' 안하는 연인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요.

그런데 참, 우리는 연인이 아니죠... 그래도 오래 봐 온 사람들이어서인지, 어떤 분들은 꼭 아는 사람같은 친근한 느낌이 들거든요. 하지만, 알라딘은 말 한마디 잘못하면 관계가 끝나게 되는 구조여서... 저는 말싸움 정도 한다고 큰일나나 그런 맘이 좀 있어요. 얼굴 마주보고 말하면, 서로 아무 것도 아닐 건데도 말이죠.

다른 곳과 달리 온라인인데도 더 답답한 면이 있어요, 알라딘은. 각자 성에 들어앉아서. 다들 생각이 같거나, 다 맞는 말만 하는 것도 아닐텐데요.

또 느닷없이 말을 많이 했군요. 휘모리님 기분은 모르지만, 저는 호감이어서 그렇게 됐어요. 말꼬리잡기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잘 하겠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4-04 12:30   좋아요 0 | URL
제가 글을 쓸 일이 잘 없다보니, 비문이 많아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자꾸 끄적여야 좋아지겠지 싶어서 독서를 하면 메모라도 남겨야지 싶어서 억지로 씁니다 ㅎㅎㅎ 이번에도 6권이나 밀려있어서 후다닥 썼더니 더 그러네요.

아마도 제 일이나 제가 잘한다고 자부하는 일에 대해 누군가 말했으면 발끈했을거 같아요 ^^;; 연인사이야 제일 가까운 사람한텐 쉬이 자존심이 상하는 법이잖아요.

유난히 알라딘에서는 비평이 조심스러워요. 선수들도 많고 자기 생각이 확고하신 분들도 많아서 그런듯 합니다. 장점은 어설프게 아는 걸 들이밀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신지님 자주 글담 나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