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법 100년의 무게는 무겁다. 기득권은 오랜 세월 쌓이고 또 쌓였다. 관료주의는 제 살길을 찾는 데 무서울 정도로 능란하다. 식품법은 의약품과 가공식품의 이익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었다. 첨가물 소주와 바나나맛 우유는 식품체계의 강자가 되었다. 급식 공간은 영양사의 독재가 자리 잡았고, 학교급식 조리사들은 어떤 자연식품과 조리식품을 요리할 것인지 결정할 자유가 없다. 농지개혁이 준 벅찬 꿈을 꾸던 소농들은 식품체계의 문 밖으로 내쫓겼다. 소농은 백발노인이 되어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 옆에서 농협은 돈을 세고 있을 뿐이다. 축산은 진작 유전자 조작 옥수수의 등에 올라탔다.-249쪽
둘째 소비자는 작지만 귀한 자치의 공간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이 자치의 주머니야말로 새로운 식품체계의 주춧돌이다. 아파트의 같은 층, 친정의 자매들, 시댁의 동서들 또는 인터넷 카페의 회원들과 같이 소농을 직접 도울 수 있다. 소비자는 단지 이마트나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물건을 고르는 그런 존재만이 아니다. 소농과 함께 자치의 식품체계를 만들 수 있다.
열 명의 주부가 힘을 모으면, 평생 한 가구의 소농을 부양할 수 있다. 대신 소농은 열 명의 주부가 평생 필요로 하는 쌀과 야채를 책임질 수 있다. 소비자들이 한 농가와 평생 서로에게 의지하며 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소농의 생존을 보장하고, 소농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식품을 생산해 공급한다. 소농이 농사를 짓고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돈을 소비자들이 보장한다.-2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