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런 Born to Run - 신비의 원시부족이 가르쳐준 행복의 비밀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 페이퍼로드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젠과 빌리는 비트세대(1950년대 물질문명에 반항한 미국의 젊은 세대)작가에서 사이클 챔피언, 맥주를 마시는 버지니아 해변의 구조대원 한 쌍으로 내려오는 계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한다는 기대가 없었으므로,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었다. '대담함'이 두 사람에게 손짓했다.

이 책은 기자가 지은 책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교과서 같다. 지은이 크리스토퍼는 달리기가 취미인데 자꾸 이런저런 부상에 시달린다. 왜 그럴까? 이 의문 하나를 깊게 파고들어 나온 책이다. 의사들, 학자들, 달리기의 명수들을 찾아다니며 원인을 찾고 자기 스스로 경험한 바를 적어냈다. 

책에 등장하는 달리기에 명수들은 뜨거운 사막을, 깎아지는 험준한 산을 밤새달릴만큼 엉뚱하고 대담한 사람들이다. 멕시코의 험준한 산속에 사는 몇 일씩 가뿐하게 달리는 타라우마라족과 미국의 달리기 명수들과의 박진감 넘치는 산악 달리기(온다리쿠는 밤의 피크닉을 지었지만 크리스토퍼는 경험했다. 훨씬 환상적으로!) 경주와 인간의 진화에서 달리기가 차지한 역할을 규명하는 두가지 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인간에게 무엇이 있겠는가? 아무것도 없었다. 함께 모여서 미친듯이 달리는 것 외에 아무런 수단이 없었다. 인간은 모든 영장류에서 가장 협동적인 존재였으며 공동체 생활을 했다. 송곳니로 무장한 세상에서 인간의 유일한 방어 수단은 결속이었다.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호흡과 내 동작이 하나가 되면서 끝없이 달릴 수 있겠다는 내 몸이 땅위를 스치는듯 가볍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다. 아마 그 기쁨을 느끼기 위해 또 운동화 끈을 묶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나까지 한마디 보탤 필요 없이 달리기 기쁨을 예찬한 책은 산더미처럼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우리의 몸은 그야말로 오래달리기에 적합하게 발달해 왔고, 이 달리기의 기쁨 역시 내 몸에 세겨져 있다는 것이다.    

진화의 과정 속에 우리의 발은 가장 달리기에 적합하게 잘 만들어진 기관이니 그 기관의 기능을 방해하는 두툼한 쿠션이 박힌 운동화는 던져버리고, 우리 조상들이 하는 것처럼 내 가족 친구들과 달리라는 것이다.  

우리 초등학교 아이들은 하루에 25분도 운동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좀 다른 얘기지만 이거야말로 학교가 아이들을 위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만과 우울, 왕따 같은 현대사회의 온갖 문제를 단숨에 날려버릴 비책, 그저 함께 달리면 된다는 것 아닌가. 그것도 십몇만원씩 하는 비싼 운동화도 필요없이 말이다. 

이 활기차고 위트있는 저자가 보증하는 확실한 삶의 행복 하나를 여러분도 확보하시기 바란다. 

참고로 이 글을 읽고 나도 달리기의 열정에 다시 감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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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6-1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존에서 뛰고 달리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저는 100미터 달리기 19초 이하였어요.^^
전 요즘 엄마들이 그래서 이해할 수 없어요. 저의 애는 날씨만 좋으면 나가서 사는 애인데
어떨 때는 애들이 없다고 들어오더라구요. 집에 있으면 귀찮아서라도 놀이터 가서 놀라도 하는데..^^

무해한모리군 2010-06-15 18:56   좋아요 0 | URL
저는 뒷 조랑 같이 들어오는 수준입니다 ㅎㅎㅎ
그런데 장거리 달리기만은 꽤 괜찮았는데 이 글을 보니 인간은 원래 장거리 선수래요.

그러게요!
애들은 놀아야지요. 저는 매일 다짐해요. 아이 생기면 아예 학교도 가기 싫다고 하면 보내지 말자 하면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