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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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대답은 도망칠 여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와 평생토록 맺어진다면, 그건 둘의 일생을 함께 거는 것이며, 그 결합을 갈라놓거나 훼방하는 일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거예요. 부부가 된다는 건 공동의 기획인 만큼, 두 사람은 그 기획을 끝없이 확인하고 적용하고, 또 변하는 상황에 맞추어 방향을 재조정해야 할 거예요. 우리가 함께할 것들이 우리를 만들어갈 거라고요." 당신의 입에서 나왔지만, 이건 거의 사르트르의 말 아니겠습니까.-24쪽

우리에게 영원히 이상적인 기본 유형으로 남을 어떤 목소리, 향기, 피부색, 존재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내 안에 들어와 울리던 느낌을 처음으로 그리고 근원적으로 발견한 경험 말입니다. 사랑의 열정이란 바로 그런 것이지요. 타인의 공감에 이르게 되는 한 방식입니다. 영혼과 육체를 통해 이 공감에 이르는 길은 육체와 함께하기도 하고 영혼만으로도 가능한 것입니다. -34쪽

"어서 와서 자요." 새벽 세 시가 되면 당신은 이렇게 말했지요. "곧 온다고 하지 말고, 그냥 와요 지금!" 당신의 음성에 나무라는 기색은 전혀 없었습니다. 내가 필요한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놔두면서도 그렇게 오라고 부르는 것이 나는 좋았습니다.-36쪽

그때 난 당신은 내게 아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지요. 지금도다 더 대접받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42쪽

당신은 내 삶에 온 정성을 쏟으면서도 당신만의 모임이 있었고 또 당신만의 삶이 있었습니다.-49쪽

카프카가 [일기]에 쓴 다음과 같은 말이 당시의 내 마음 상태를 요약해주는군요.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은 스스로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는 않았던 겁니다.-69쪽

그렇게 되면 인간을 위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을 위해 인간이 존재하게 됩니다.-76쪽

내가 보기에, 기술의학이란 훗날 푸코가 '생체권력'이라 부르게 된 것, 즉 각자가 자신과 갖는 내밀한 관계조차도 기술적 장치들이 장악하는 권력중에서도 유독 공격적인 형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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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긴밑줄)D에게 보낸 편지 - 여든두살의 아내에게 보낸 편지
    from 세상에 분투없이 열리는 길은 없다 2010-01-18 22:43 
          당신은 곧 여든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덦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
 
 
라로 2010-01-1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얇아서 속상했어요,,,마지막 페이지에 있던 두사람의 사진 넘 좋았죠!!!!

무해한모리군 2010-01-19 10:34   좋아요 0 | URL
나비님 저 아래 제가 옮겨둔 사진 보셨나요.

꽤나 긴 편지이긴 하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