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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파는 캔커피를 원두커피를 평가할 때 이용하는‘커피 커핑’방식으로 시음하고 평가했다. / 조선영상미디어 허재성 기자 heophoto@chosun.com 이경민 객원기자 potoessay17@chosun.com |
편의점 캔커피 13종, 바리스타가 평가해보니
커피 하나 사서 마시려고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뭘 골라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던 경험 없으신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종류가 그만큼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커피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캔커피도 고급화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가 아닌, 원두커피를 이용해 뽑은 에스프레소에 물을 탄 '아메리카노'나 우유를 더한 '카페라테' 또는 '카푸치노'가 캔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유명 커피전문점의 이름을 브랜드로 붙인 캔커피도 등장했다. 이런 고급 캔커피 중에서 어떤 제품이 가장 맛이 훌륭할까. 가격 대비 맛에서는 어떤 제품이 가장 우수할까. 서울 종로의 커피전문점 '카페 뎀셀브즈'(
www.caffethemselves.com) 바리스타들에게 커피 테이스팅(시음)을 부탁했다. 이 카페의 바리스타 중 일부는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도 출전했다.
캔커피 시음에는 카페 뎀셀브즈 사장이기도 한 김세윤씨를 비롯, 김정회, 김진희, 양진호, 유정현, 명노진 등 바리스타 여섯이 참가했다. '커피 커핑(coffee cupping)'이라고 하는 고급 원두커피 평가방식을 따랐다. 종로 일대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캔커피 중 원두를 추출한 커피 13종류를 구입했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더한 '아메리카노' 타입이 5가지, 우유를 더한 '카페라테' 또는 '카푸치노' 타입 8가지다. 이중 '일리 카페 에스프레소(illy caffe espresso)'는 물을 더하지 않은 에스프레소 원액 제품이다. 구입한 캔커피는 20~30분 정도 놔뒀다. 같은 온도 즉 실내온도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캔을 따서 잔에 따른다. 13개 잔은 모두 흰색이며 크기와 모양이 같고 표시가 일절 없다.
바리스타들은 스푼을 하나씩 들고 다니다가 그 스푼으로 커피를 떠서 입술에 가져다 댄다. '쉬리릭'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커피를 입술 사이로 빨아들인다. 바리스타 양진호씨는 "이렇게 해야 커피가 혀의 한 부분이 아닌 전체적으로 닿기 때문에 맛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 항목은 '깔끔함' '애프터테이스트(aftertaste)' '질감' '향미' '균형감' '총체적 느낌' 여섯, 그리고 이 여섯을 더해 총점을 냈다. 항목당 0~5점으로, 총점은 30점 만점이다. 원래 커피 커핑에는 '당도' 항목이 있다. 설탕 등 감미료를 첨가해 얻는 단맛이 아닌, 커피 자체가 함유한 자연스런 단맛을 뜻한다. 하지만 캔커피 제품은 모두 설탕을 첨가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평가 항목에서 아예 당도를 제외했다.
김세윤씨는 "바리스타들은 커피를 맛볼 때 '얼마나 깨끗하고 전체적 균형이 잘 맞느냐'로 평가하지만, 일반인들은 쓴맛과 단맛, 구수한 맛으로 커피를 평가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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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커피를 시음하는‘카페 뎀셀브즈’바리스타들. / 허재성 기자 이경민 객원기자 |
바리스타들은 "커피 맛이 예상보다 낫고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평가했다. 아메리카노는 아무래도 커피의 결함이 드러났다. "우유가 좋지 않은 맛을 가려주네요. 하지만 커피를 끓이고 오래되면 나는 묵은내는 아무리 진공포장을 해도 어쩔 수 없나봅니다."
일리, 네스카페, 프렌치카페가 상위에 올랐다. 일리는 아메리카노와 라테 두 부문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얻었다. '일리 카푸치노'(17.2점)는 2·3등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일리 카페 에스프레소'는 21.6점으로 다른 아메리카노 스타일 캔커피와 점수 격차가 월등했다. 양진호 바리스타는 "전문가들의 입맛을 반영한 것이라 일반 대중적 소비자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일리 원두 특유의 홍삼(紅蔘) 냄새는 특히 일반적으로 선호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라테·카푸치노 제품 중에서는 '네스카페 프렌치라테'가 16.2점으로 2위에, '프렌치카페 카페오레'가 근소한 차이(16점)로 3위에 올랐다. 네스카페는 아메리카노 분야에서도 16.2점으로 2위에 올라, 전반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가격=프렌치카페 카페오레(바이더웨이), 일리 카페 에스프레소(바이더웨이)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GS25 판매가 기준
캔커피 평가표 읽는 법
깔끔함|마시고 난 뒤 얼마나 입 안이 깨끗하고 상쾌한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거나 느글거리는 등 불유쾌한 느낌이 있는지 등을 평가.
애프터테이스트(aftertaste)|커피를 마시고 난 후 입안에 좋은 느낌으로 남는 풍미. '잔향' '잔미'로 번역할 수 있다.
질감|입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바디)과 촉감을 통칭. '묵직하다' '가볍다' '매끄럽다' '거칠다' 등으로 표현하기도 함.
향미|다양한 향기를 품고 있는가, 풍부한가 빈약한가 등을 평가.
균형감|신맛, 단맛, 쓴맛 등 커피에 포함된 여러 맛과 향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평가.
총체적 느낌|커피 마신 후 전체적인 평가. 개인적 선호도 포함.
총점|30점 만점. 항목당 0~5점. 모든 항목의 점수를 합한 점수.
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출처]
[본문스크랩] 잘 고르면 카페급 까딱하면 자판기급|작성자 지광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