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휘, **형이야' 언듯 그가 말하는 이름을 듣고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가 다시 일러준 본명보다 익숙한 별명을 듣고서야 겨우 떠올렸다.
한때는 밤낮으로 붙어다니던 사람의 아이가 9개월이라는 소식을 이제서야 듣는다.
거참..
놀다보면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는게 괜스레 자격지심에 미안해지고 소원해진다.
어쨌거나 전화 용건은 영화를 보러오라는 것이고, 두자리를 비워두겠다는 것인데..
그 난폭했던 파업현장을 찍고 있었을 사람을 떠올리면 가보고 싶은데..
놀고 있는데다, 옛사랑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곳이라
그와 나를 아는 사람들을 만날까봐,
또 만난 다음의 내 마음의 그늘이 두려워서..
애써 나를 챙겨준 선배의 마음을 거절하고 만다.
"형 제가 밥 한번 사러갈게요."
아이 기저귀값은 벌고 있는지..
내 마음이 왜 이리 떳떳해지지 않는지,
내 인간관계를 왜 자꾸 손바닥만하게 줄이려고 하는지..
나도 날 모르겠다.
저 밥한번 사러는 꼭 가야할텐데..
내 두둑해진 뱃살을 내려다보며, 툭하면 후배들 주머니에 있는 돈을 털어주고 차비와 끼니 떼울 돈도 없이 상근하던 그가 눈에 아른거린다. 이런 사람이 있기에 누가 아무리 욕해도 또 조금의 희망을 가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