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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평점 :
현대인은 누구나 떠돈다.
나 역시 스물 이후 집을 떠나 홀로 살아가고 있으며,
때론 외로움에 몸이 들썩이게 울곤하며
이 낯선 서울이라는 곳에 간신히 옅은 뿌리를 내렸다.
곰곰히 왜 내가 가정을 이루려고 할까 생각할 때면,
여기가 내 자리라고 확실히 증언해줄 누군가가 필요해서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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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부모님도 지구 반대편에 사는데, 남편과 자식 없는 중년 여자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눈이 오면 집앞을 치우고 때가 되면 융자금을 내는 일 모두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지만, 이제는 그러기가 싫었다. 그래서 결국 네빈과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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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조각 나 보이던 단편은 하나의 큰 이야기 이기도 하다. 형제와 부모, 함께 한 역사가 좋으면서도 또 그것이 한없는 부담이라 도망가고 싶은 관계이기도 했다. 내 생에서 가족과 느꼈던 이질감, 열적은 후회의 순간들이 남의 이야기로 활자화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참 이상하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다. 밑줄 그을 것이 한 없이 많아 하나도 그을 수 없을 것 같은 글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해체를, 가족사이의 대화단절을 이야기 했는가. 그래도 여기 줌파 라히리가 한 것 만큼 쉽고 호소력 있으면서도 예민하게 해 낸 사람은 극소수리라. 시카고 트리뷴의 이 책에 대한 추천의 글에 이 글은 이제까지 이민 소설이라 분류되어 온 장르를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그리는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그 부모에게 낯선 존재가 되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없는 인생을 생각할 수도 없던 가족이 남보다 더 숨이 막히고 도망치고 싶은 존재가 된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글이 마음에 와 닿으리라. 바다건너 겨우 집과 5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사는 내 마음과 공명하기에 충분했던 것을 보면 저 신문의 리뷰는 과찬이 아닌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