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최종진

소중하기로야  
밥보다 더한 것이 있으랴만 
오늘 해 질 때까지 
갈아야 할 밭이 얼만데
여기저기 풀 뜯어 먹으며
느릿느릿 가시는구려
고삐는 내가 쥐었소만
그대 영혼은 자유롭소이다 

오늘은 보름이 가까우니
일이 늦어지면 달빛 밟으며 돌아옵시다 
소중하기로야 
밥보다 더한 것이 있으랴만
그대와 나 달빛 벗 삼아
터벅터벅 걸어오는 삶 또한
소중하지 않겠소  

(녹색평론 108호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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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녹색평론 108호를 받아 훑어보니 
일제고사, 제주 주민소환투표, 기본소득에 대한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후에 따로 정리해 봐야겠다. 

녹색평론에 실리는 것들이 점점 시의적절해진다는건 이노무 세상이 끝에 다달았다는 증거같다.
예전엔 녹색평론에 나오는 글들이 꽤나 호들갑스럽게 느껴지고, 한참후에나 일어날듯 했는데 말이다.

김종철 발행인의 글만 읽어보았는데,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주후보를 지원했다고 재판을 받은 허모교사의 최후진술이 인상깊다.
학원을 다섯개 다니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나는 죽어도 좋아요,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잖아요' 했다는 말을 인용하며 이런 교육을 바꾸자는 것이 나의 소망인데, 이것이 죄인가 물었다 한다.  
우리 재판부는 그것이 죄라 하며 6개월에서 1년반까지 실형을 선고했단다.
이런 아이들의 삶이나 용산참사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근원을 망가뜨리면서 나가갈 수 밖에 없는 것, 약자의 희생 없이는 단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것이 자본의 논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의 논리가 결합된 '폭력'의 작동방식이라는 걸 말한다. 

김종철 발행인의 글 제목은 '민주주의를 위하여'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내새끼 공부 뒷바라지, 누울 집칸 마련하기까지만 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언제 짤릴지 모를 직장에 밤늦게 까지 일해야 한다. 
분명 내가 사는 곳에 '미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나
'재개발' 문제 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할 일이다.

하루에 내가 자유롭게 쓸 시간이 잠자는 시간 빼면 1~2시간도 힘이 든데, 
어찌 내가 자유로운 개인이 되고
민주주의가 되겠는가.. 

김종철발행인은 끊임없이 소규모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고민해야할 것은 경제성장이나 개발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거 해봐야 나같은 서민에게 돌아올 것이 없다는 것을
용산참사가 생생히 증언해주고 있다. 
진정으로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삶으로 가는 길을 고민해야 한단다.. 
그러나 이 쳇바퀴 밖으로 나가면 죽을 것 같다는 이 두려움은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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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9-1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갈 수 없는 사회로 가고 있죠... 붕괴 되지 않는 한...

무해한모리군 2009-09-16 18:58   좋아요 0 | URL
스스로에게 말해요.
나는 벗어날 수 있다 이 종의 삶에서..

그래도 아침이면 일어나서 출근하고,
마트가서 물건사고 또 그렇게 하루가 가요.

머큐리 2009-09-17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씩...그러다가 전화가 일어나겠지요...

무해한모리군 2009-09-17 08:32   좋아요 0 | URL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 길을 찾아봐야겠지요. 포기하지 말고, 몸은 순응해도 머리는 하지 않으면서?!!!

머큐리님 오늘은 토요일만큼 좋은 목요일이예요 ㅎㅎㅎ
(내일이 금요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