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뺐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삶에 대해 넓고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제부로 나는 치통이라는 삶의 고통을 전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의 얼굴에서 표정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새로이 이해하게 되었으며,
큰 고통을 생살을 찢는듯하다 뿐만 아니라 생니를 뽑는듯하다로 변주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책보다는 경험이다.
머리도 너무 아프고 해서 후애님이 미리주신 크리스마스 선물인 대단한 책을 빼들었다. 겨울에 읽으려고 했는데 맨날 가벼운 읽을거리부터 빼먹어서 치통과 함께 읽을 수 있는 녀석은 이것 밖에 없더라.
술술 넘어간다. 나열식 교과서의 문제, 세금 가지고 만든 단체로 돈놀이 하려는 우체국 민영화 등 이런저런 사안들에 대해 '자본주의 세계의 획일화 능력은 공산주의 세계의 세뇌능력을 월등히 능가한다' 든가 '악은 건실함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이다' 같은 통찰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자본주의 세계의 획일화는 각 사회가 가진 문제들 마져 획일화시키나 보다.
다만 이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책중 나의 관심을 크게 끈 알렉산드리 헤이젠의 작품이나 언어와 사람의 관계를 다뤘다는 다나카 가츠히코의 작품은 번역된 것이 없어 접할 수 없어 아쉽다.
한달에 한번 평일에 쉬는 날인데 이 화창한 날씨에 치통으로 누워만 있어서 너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