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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라이온 1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09년 6월
평점 :
살면서 누구나 가까운 사람을 잃는다.
그게 연인이든 가족인든..
그 잃음을 극복하면서 우리는 어른이 된다.
이 만화의 등장인물들은 가족을 잃었다.
그 사랑하는 이로의 소통 단절은 세상 속에 내 자리를 없애 버린 듯 하다.
긴 이야기의 시작이다.
가족을 잃은 네 사람과 장기라는 게임의 고수들의 세계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기대 된다.
슬픈 이야기도 아닌데 그냥 만화를 읽다 눈물이 후두룩 떨어진다.
그건 나도 가족을 잃어본 적이 있고,
첫사랑에게 애써 준비한 도시락을 건네주지 못한 적이 있고,
둥글고 통통한 것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리라.
감성적이고 따뜻한 이야기에 사랑스런 그림체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책 속의 몇 구절>
이 동네로 이사오고 얼마동안은,
어디를 걸어도 꿈속에 있는 듯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거리가 흑백으로 깜박깜박거렸다.
-하지만 나중에 깨달았다....
긴장했던 것이다. 낯선 거리에,
그리고
혼자만의 생활에.
그러나,
아는 사람이
생긴 순간,
다리 건너편에
색깔이 입혀진
느낌이 들었다.
타향 살이를 하면서
집을 옮길때마다 드는 느낌이다.
정 줄 곳이 없다보니 집 자체 장소 자체에 정을 주고 만다.
그래서 사는 곳을 옮긴다는 건 늘 쉽지 않다.
어디서 온지 알 수 없는 외로움에 잠결에 엉엉 울어본 적 있다..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건
이런 상시적은 감성의 공격에 너무 쉽게 무너지고 마는 것인가 보다.
반 아이들이 하는 말은 너무 빠르고 정신 없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종잡을 수도 없는,
외국말처럼 들렸다.
그런데 장기판을 사이에 두고 앉은 그사람의 말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어른인데도 나에게 진지하게 '말을 걸어' 준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요즘도 너무 느리고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 나는 가벼운 관계에서의 대화에 어려움을 느낀다.
가벼운 농담과 스포츠, 연애 얘기로 버무려진 사교적인 대화에 영 소질이 없다.
그것이 내가 책을 읽는 이유지 쉽다.
이 죽어있는 무생물체는 내가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