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인권영화제를 보러 간 시청 앞 광장에서 

박종태 열사를 기리는 초라한 가판대를 만났다. 

그래 추모소라 말하기도 무엇한 아주 조그마한 가판대였다.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쳐간다. 

한눈에 지방에서 올라온 것이 분명한 그의 동지들은 

덕수궁 담벼락에 쪼로록 앉아,  

붉은 머리띠를 두리고 술에 취해 팔뚝질까지 하며 혼자서 부르는  

검은 얼굴의 그의 동료의 투쟁가 가락은  

화창한 날 나들이 나온 시민들의 무관심과 밝음에 그저 작은 얼룩으로 보인다. 

세상에 그렇게 짠한 광경이 없다.  

그렇게 애잔한 곡을 본 적이 없다. 

어제 간 덕수궁에는 그 애닯픔이 없더라.. 

그 절절함이 없다.  

나는 엄숙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산과 강이 파헤쳐지고, 

노동자들이 죽어가는데, 

우리는 정말 원하고 있는지,  

원한다고 충분히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알다싶이 우리 대통령은 귀가 안좋은데 말이다. 

도란도란 축구를 보며 술을 마시며 집회에 참석하는 분들을 보면서 
(난 이게 절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의사표현을 하러 오시는 분들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 한켠이 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넌 뭐 어쩌자는 건데? 

솔직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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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6-1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그 사건을 겪었던 세대들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지금까지 잊지 않고 그렇게 추모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그저 부끄럽고 감사드릴 뿐입니다.
박 종쳘, 학교는 달랐어도 저와 같은 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더구나 저와 같은 학년의 학우였는데 말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6-11 13:24   좋아요 0 | URL
죽음으로 말하는 시절이 끝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