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의 원근법 - 서경식의 서양근대미술 기행
서경식 지음, 박소현 옮김 / 돌베개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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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이 세번째 그림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그의 그림 읽기는 남다르다. 그는 그림에서 시대를 읽고 그 속의 사람들의 고통을 읽어 낸다. 그것도 아주 쉬운 언어로 말이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서경식 선생은 재일조선인이다.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일본으로 이주되나, 패전이후 시민의 권리를 빼앗겼고, 종국에는 조국의 분단으로 조선이라는 나라가 없어져 무국적자가 되거나 반쪽짜리 조국을 선택해야 했던 한일 어느곳에도 속하지 않은 디아스포라임을 예민하게 인식하는 사람이다. 또한 그의 두 형 역시 한국의 군사정권에 의해 20년 가까운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그 자신이 시대의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살아온 근대 폭력의 증언자, 그 자체다.  

   
  우리 근대인, 혹인 현대인에게 자신의 형제나 가족 중에 '예술 내지 인간은 이래야 한다'는 이념이나 이상을 그대로 실천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싫을지 쉽게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위의 문장은 고흐의 동생 테오를 얘기한 대목이다. 재일조선인 빨갱이로 몰려 조국에 투옥된 두 형을 둔 가족으로서 한번도 내뜻대로 살아보지 못한 사람의 절절함이 느껴진다. 고흐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은 고통안에 있지 않기에 남의 고통을 바라보며 즐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경식은 고통안에 있는 사람의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이 책의 여는 글에 그는 '왜 한국의 미술은 예쁘기만 할까?'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진다. 그리고 과연 주제성이 있는 작품은 예술성이 떨어지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이는 내가 우리나라 현대미술관에서 느꼈던 질문의 다름 아니다. 고난한 우리의 일상은 도대체 그 삐까번쩍한 건물 어디에 있는가? 아름다운 것은 중요하지만 과연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아름답기 때문인가?

가장 비중있게 다루어진 오토딕스는 나치의 위협하에서 자신이 본 그대로의 전쟁을 그린다. 유태인 화가 팰릭스 누스바움은 유대인으로서 죽임을 당하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고통을 생생히 그림으로 남겼다. 누가 그 그림을 보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겠는가?  

이 책에 수록된 작가들이 감동을 주는 것은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것을 철저하게 그 뿌리까지 파고 들어가 그려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가 느끼는 슬픔이 되었든지, 혼란이 되었든지 말이다.

나는 우리의 예술가들이 이 시대를 생생히 증언해 주기를 바란다. 80년 광주는 죽음을 결의하고 시청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패배의 역사가 아닌 저항의 역사로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계속 짖고 짖어야 한다. 그래서 죄있는 자들이 잠못들게 해야한다. 우리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했던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힘이 없지만 지금도 알고 있고, 잊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인간 세상을 관통했던 그 고통의 기억들,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이 고통을 기반으로 우리는 연대하고 싸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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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6-1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광장에 계시겠네요. 광화문 사거리 부터 전진 배치 되어 꽉 막힌 느낌을 주더군요.

무해한모리군 2009-06-10 23:52   좋아요 0 | URL
아.. 조금은 맥이 빠지는 판이었던거 같아요. 더 자유롭게 터져나와야 할텐데요..

머큐리 2009-06-11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습니다...맥이 빠져도 계속 앞으로 나가야겠죠...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6-11 08:08   좋아요 0 | URL
저야 뭐 ^^ 여기저기 구경다니고 재미있었습니다.
중앙판은 별로 재미가 없어서 --;;
해이님 만나서 빵은 선물로 줬는데, 머큐리님도 찾아볼걸 그랬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