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 - Breathl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친구들과 함께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왜 이렇게 나쁜 아버지들은 많은 걸까?
드라마 속의 비둘기처럼 다정한 가정은 현실에선 온데간데 없고, 주색잡기 폭력, 권위를 넘어선 폭압으로 뒤섞여져 있는 가정은 어디에나 있다.

정말 왜 일까? 

가난. 이 영화를 보자. 여자의 아버지는 베트남까지 돈 벌러 다녀왔지만, 남은 건 온전하지 못한 정신과 몸 뿐이다. 식구를 먹여살리러 노점상을 하던 어머니는 '여기저기 가랑이 벌리고 다닌다'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비의 온갖 폭언과 폭력에 시달렸고, 종국에는 가난한 어느집 가장이거나 제 자식같은  용역 깡패 손에 맞아죽는다. 또 그 어미의 자식들은 아비를 향한 분노와 가난으로 거리를 맴돌며, 지 부모 형제 같은 가난한 이들을 두드려 패는 일자리를 얻고, 그 돈은 제 누이 같은 여자를 사는데, 도박에 날려버리고 만다. 돌고돈다. 

학교. 선생은 하나만 묻는다. '너 대학 안갈거냐?' 대학을 안가는지 못가는지, 왜 안가려는지 왜 못가려는지 따위는 관심사도 아니다. 대학도 안가고 사고도 안치는 그저그런 평범한 학생 A에게 관심을 가지기엔 학교는 너무 바쁘다. 이 곳도 살아남을, 학교를 빛낼 1%의 아이들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 아이들은 누구의 관심사에도 있지 못하고 거리로 거리로 나온다. 

폭력. 이 것도 돌고 돈다. 밖에서는 지불도 아닌데 집에서는 왕처럼 군림하는 아버지. 마누라를 쥐잡듯 잡고 패던 아버지의 자식. 그 자식이 자라 아버지를 패고, 세상을 두들겨 패며 살아간다. 사랑한다는 말도 '이 고삐리 확 먹어버린다'고 밖에 못하는, 욕만 얻어먹고 살아왔고, 욕밖에 할 줄 모른다. 피해자였다 가해자였다 다시 피해자가 된다. 폭력의 굴레를 폭력으로 끊을 수 있는가? 올드보이는 나 같은 놈도 살 권리는 있는 거 아니냐고 외치지만, 맨 몸으로 이 폭력적인 세상으로 굴러나온 아이에겐 거기를 기어나올 권리가 없나보다. 

우리 사회의 맨 얼굴이 불편하다.
지성이니 선진국이니 외쳐봐도, 가난과 폭력 속에 있는 아이들을 잊고 있지는 않는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이런 야만 밖에 없는 것일까? 

별 다섯으로 모자라다.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이 영화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나 불안하게 하는 불편한 영화다.
영화는 무겁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다.
러닝타임이 저렇게 긴 줄 모를 정도로 압축적이고, 멋진 영화다.. 

아직 못보신 분들이 있다면 놓치지 말고 꼭 한번 보시기 바란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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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5-27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 듣기 싫어 도중에 뛰쳐나갔다는 사람들 보면 웃기더라구요.

무해한모리군 2009-05-27 21:42   좋아요 0 | URL
외국에선 '오우 개새끼야'하면서 외국인들이 감독에게 싸인을 청했다고 하던데요 ㅎㅎㅎ

비로그인 2009-05-28 20:35   좋아요 0 | URL
국산 욕의 세계화로군요. ㅅ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