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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평점 :
이 책은 만화가 최규석의 어린시절 이야기다. 같은 경상도 촌놈에 두살터울 밖에 나지 않아 그런지 나의 어린시절과 너무나 겹쳐 있었다.
가족에 대한 다소 질척이는 감성. 만화가가 말한대로 나역시 가족에게 쿨해질 수 없다. 나는 우리집 유일의 유치원 졸업생이고, 사교육의 수해자였다.
애들 학원도 못보내게 살림살이가 어려워서라기 보다 그런걸 해야하는지 모르셨다는 게 맞겠다. 뭐라고 예전에 왜 그랬냐고 농담삼아 한마디 던지면,
"애미가 못배워가... 요즈음 젊은 어미 같았으머 니가 훨씬 잘됐을낀데.."라며 뻑하면 눈물 바람을 하는 나의 어머니과 그의 어머니가 겹친다.
작가는 가난하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내던 우리네를 왜 원주민이라고 부르는가. 그저 부모님 모시고 소박하게 사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서 어느날 돈과 속도가 지배하는 산업화된 시절로 갑자기 내몰려진 우리네 부모세대를 작가는 삶의 뿌리를 느닷없이 뽑혔기에 원주민이라 부른다.
나 역시 가질 수 없는 것엔 아예 욕심이 나지 않았고, 그 때문에 특별히 맘이 상했던 기억도 없다. 그러나 요즈음 시절엔 가난하다는 것은 왠지 치욕이 되는 듯 하다. 여전히 배고픈 아이들이 있고, 학비 걱정을 하는 아이들이 있고, 두드려 패는 아버지를 둔 아이들도 있는데 말이다. 존재하는 아니 확대되고 있는 가난을 마치 인디언처럼 사라진 유물 보듯이 하면서 말이다.
빵에 커피한잔으로 아침을 때우며, 지하철 개표구에 표를 넣고 아무리 기다려도 문이 열리지 않아 못들어가던 촌년 출세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나 역시 아마도 부모는 모두 대학을 나왔을 것이며, 특별한 가난을 겪지 않고 자랄 있지도 않은 미래의 나의 아이에게 살짝 이 책을 쥐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