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밝혀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엮음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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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는 슬픔 속에 깊이 침잠하여, 실뭉치처럼 뒤엉킨 슬픔을 풀어내 그 미묘한 차이를 감상할 줄 아는 감상할 줄 아는 슬픔의 천재였다. 그녀는 슬픔을 투영하여 무한한 스펙트럼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프리즘이었다.-119쪽

하느님은 슬퍼하기 위해 계시는 거란다. 그렇지 않겠니?
(중략)
하느님이 정말 계시다면, 슬퍼하실 만한 일이 너무나 많을 거다. 하느님이 없다면, 내 생각에 그것도 또 하느님이 정말 슬퍼하실 일일 거야. 그러니 네 질문에 대답하자면, 하느님은 슬퍼하시지 않을 수가 없지.-120쪽

브로드는 삶은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이유가 뭐든 간에 자신이 결코 행복한 동시에 솔직할 수는 없으리라는 사실을 천천히 깨달아 가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늘 자기 안에 더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내고 싾아 놓아서 넘칠 듯 찰랑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쏟아 낼 곳이 없었다.
(중략)
실제 모습 이상의 무언가로 다가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느 것이나 그저 객관적 실재 속에 완전히 매몰된 하나의 사물에 불과했다.
(중략)
그녀는 삶을 사랑하지 않았다. 살아야 할 확실한 이유가 없었다.-121~123쪽

하지만 책이 없어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잖냐. 책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 어느 쪽이 더 여유가 없을 것 같으냐? 내가 보기에는 어느 쪽이든 우리가 지는 거다. 내 식대로라면, 책을 갖고 지는 쪽이지.-124쪽

그가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던 대상은 브로드가 아니라, 브로드에 대한 그의 애정이었다.
(중략)
그들은 대상에 대한 사랑을 사랑하기보다 대상 자체를 더 사랑한다는 위대한 구제성 거짓말을 주고 받으면서 자신의 몫으로 쓴 역할을 기꺼이 연기했고,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허구들을 지어내고 믿었다.-126쪽

할아버지는 나쁜 분이 아니예요. 나쁜 시대에 살았던 좋은 분이죠.
(중략)
나쁜 사람은 나쁜 행동을 하고도 슬퍼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할아버지는 지금 자신의 나쁜 행동 때문에 죽어가고 있어요. 우리를 용서해 달라고,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애원할게요. 우리가 착한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218~219쪽

유머는 이 멋지고도 끔찍한 세상에서 도피하는 수단이에요.-239쪽

촉각, 미각, 시각, 후각, 청각......., 기억. 이방인들은 전통적 감각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고 처리하며 기억은 사건을 해석하는 부차적인 수단 정도로 이용하는 반면, 유대인들에게 기억은 핀이 쯔르는 통증, 핀의 은빛 반짝거림, 손가락에서 짜낸 피의 맛 못지 않게 일차적이다.-297쪽

책을 찾고 있는데요. 그는 사서에게 이렇게 말했다.
(중략)
책 제목은 뭐니?
제목은 기억이 안 나요. 항상 그 책 얘기를 하곤 하셨는데. 저를 재울 때면 그 책에 있는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무엇에 관한 이야기였지? 사서가 물었다.
사랑에 관한 거였어요.
사서는 웃움을 터트렸다. 전부다 사랑에 관한 거란다.-302쪽

예술품
예술품은 과거 시제형 사실로 무의미하고, 쓸모없고, 아름다운 것을 만들려는 성공적인 시도의 산물이다. 결코 예술이 될 수는 없으며, 사실이 될 수도 없다. 유대인들은 에덴의 예술품이다.-303쪽

브로드의 613가지 슬픔
(중략)
지성의 슬픔 : 오해받는 슬픔, 익살맞은 슬픔, 구원(없)는 사랑의 슬픔, 영리(하다는 슬)픔, [자기가 뜻하는 바를 표현할 만큼] 충분한 말을 알지 못하는 슬픔, 선택권이 있다는 슬픔, 길(든) 새들의 슬픔, 책을 끝맺는 슬픔, 기억한다는 슬픔, 잊는다는 것의 슬픔, 걱정의 슬픔...-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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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9-04-1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찜해두고 있어요. :)

무해한모리군 2009-04-13 08:26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 친구가 주제를 휙휙 건너뛰며 말할때처럼 정신없긴 하지만 전 괜찮았어요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