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비누 - Soap and Wat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우리가 매체에서 접하는 중년여성의 이미지는 너무 전형적이다. 

수다스럽고 완력이 강하며, 바쁜 일도 없는지 남의 일의 몰려다니며 참견하다 주책없이 사고를 치는 케릭터 말이다. 

나는 집에서 발견하는 우리 어머니와 티브이에 나오는 어머니 사이에서 늘 혼란스러웠다. 왜냐면 그녀는 대체로 현명하며, 집안일이든 바깥일이든 너무너무 바쁘고, 한편으로는 자기 삶을 평가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생각에 때로 자주 우울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물과 비누는 세탁소에서 일하는 중년에서 노년 사이의 여성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누군들 노년이 두렵지 않겠는가. 더이상 아름답지 않고 건강하지도 않은데 돈도 없고, 찾아갈 곳도 없이 말통하는 벗들도 하나 둘 줄어들어 혼자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더구나 하루 종일 종종걸음 치며 일해도 누구나 인정하듯이 통장잔고는 늘 마이너스로 노후엔 필시 사회가 계속 이모냥이면 건강해도 돈이 없어 어디 갈 수도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젠 신문을 사지 않아요. 신문을 살 돈에 조금 보태면 빵 한덩어리를 살 수 있는데 어떻게 신문을 사겠어요.', '*섬에 가고 싶어요. 부자들만 그 섬에 가라는 법이 있나요. 그냥 섬을 한바퀴돌고 아주 비싼 커피 한잔만 마시고 오죠 뭐'  

영화속 그녀들은 서슴없이 하층민이라고 말한다. 시간당 받는 일당은 들쭉날쭉하고, 세탁물과 세탁기계들의 숨막히는 작업장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강하고 정확하게 맡은 임무를 해낸다. 그 모습은 한편은 아름답고, 한편은 힘에 겹다. 저리 일해도 생활비를 겨우 충당할 거라는 현실이, 그녀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아주 작은 비싼 커피한잔의 여유도 힘겹다는 것이 말이다. 

세상은 점점 부유층과 노동이라는 감옥에 갖힌 바보들의 두 층만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혼자만의 공간, 여행의 자유, 먹고 사는 곳, 내 취향을 유지하기 위해 일한다. 그러나 내일은 없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조금은 불편한 나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내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이웃을 만들고, 노인이 되면 국민연금을 타내기 위해서 노인연대를 만들어야지 하며 실없는 꿈을 꾸곤한다. 다른 한편으론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흘러가는 것도 아니니까 그저 담담히 닥쳐올 일을 받아들일 결심도 해본다.

뜬금없이 이런저런 친구들과 연락 잘해야지 하는 생각도 해보고 말이다. 역시 늙으면 친구다. 

무엇보다 육체노동, 단순노동에 대한 지불을 정상화해라. 왜 청소부보다 은행원이 돈을 더 많이 받아야 하냔 말이다. 단연코 청소부가 내게 더 큰 만족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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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4-13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받는것 까지는 못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들의 노동에 합당한 먹고살만한 임금이라도 돼야 하는데 정말 멀고도 멉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4-13 08:25   좋아요 0 | URL
그녀들의 당당함이 인상적인 한편 나의 미래와 겹쳐서 우울하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