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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 토리노 - Gran Torin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를 보게 된건 당연히 클린튼이스트우드 때문이다.
이 동네에 소문난 보수주의자의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하나를 깨닫는다. 세상엔 보수와 진보가 있는게 아니라 대화가능한 자와 대화불가능한 자가 있다는 것을.
우리 아버지들 한평생을 성실한 노동자로, 겨우 해본 잘못이라야 요트팔고 세금 몇 푼 안낸게 다인 성실한 시민으로 살아왔던 사람들.
그렇게 평생을 일궈온 지켜내고 싶던 터전이 바뀌는게 싫어 꼰대가 되어버린 우리 아버지를 그 안에서 본다. 아마 대한민국 어머니들도 자식들과 소통할 줄 모르는 남편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 이리라. 이 미국 마쵸 아버지의 불만은 빨갱이가 이주노동자가 싫은게 아니라 미국식으로 정원을 가꾸지 않는게 가장 클지 모르겠다. .
이 영화에는 제국주의 광풍의 희생자들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베트남전때 미국편을 들었다 자기땅에서 쫓겨올 수 밖에 없었던 몽족들. 그저 전쟁이 없었다면 소소한 시민으로 한시대를 마감했을텐데, 무기력한 소년병의 머리를 날린 마음의 짐을 평생 가지고 사는 클할아버지.. (사실 수천명을 죽인 전범들은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살아간다. 군대에서의 폭력은 개인이 평화주의자인가 여부와 상관없이 평범한 사람이 얼마든지 전쟁상황에서 무자비한 폭력의 가해자가 되게한다는데서, 누구나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공동체가 무너졌는데 내새끼는 건강하게 키울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얼마나 헛된 망상인지를 보여준다. 99%루저를 만들고, 또래들은 갱으로 무기력한 실업자로 살아가는데 내 새끼만 잘키울 수 있을까? 진정 내가족을 지키려면 내 아이의 주변을 건강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그걸 만들어 주는게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니겠는가? 시대에 휩쓸리면 멀쩡하던 사람도 살인마가 되고, 거대 궁궐을 내 땅에다 지어도 뿌리채 뽑혀 쫓겨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을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순교를 택하는 그를 보면서 가족주의는 과연 반동인가 하는 고민에 빠져든다. 가족주의가 선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주의 만이 '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반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에 선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만이 '정'이라고 주장할때 사회악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일흔에 클할아버지처럼 내 관점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 비관적 상황에 아주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인종차별주의자 클할아버지가 몽족과 교감에 성공했듯이, 이 멋진 보수의 잔소리에 공명하며, 나도 이런 늙은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