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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모티브북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농경씨족 사회 출신인 나는 한참 자랄때까지 빈부의 차이가 무엇인지 몰랐다. 내가 자란 마을에 모두는 친인척 이었고, 그저 고만고만한 살림이었다.
우리집은 아쉽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지나친 사치를 하는 것도, 가진것을 드러내는 것도 부끄러움인 사회에서 나는 성장했다. 옆집에서 밥을 굶는데 혹은 어려움이 있는데 자기가 있으면서도 그걸 챙기지 못하면 당연히 부끄러운 사회였다. 가진 것이 없어도 성실히 일하는 것은 자랑이고, 가진게 많은데 나눌 줄 모르면 부끄러움이었다.
그런데, 서울살이 10년을 해보니 가난이 부끄러움이더라. 우리집 형편에 대단한 사치인 서울로 사립대학 유학을 와보니, 가깝게 지내는 동기들이 학생식당에 학교 공사하시는 인부들이 같이 식사하는 걸 불평하더라. 왜 저 사람들이 여기와서 밥을 먹냐고.. 아 나는 내 형제, 친구가 그런 일을 하기에 정말 그 친구들과 밥을 먹는게 불편하더라..
이 책은 아주 쉽다. 누구나 이해하게 쓰는게 이 작가의 목표다. 학교 다닐때 문건을 보면서 민중해방을 꿈꾸는 사람이 민중이 이해하지 못하는 글을 왜 쓸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래 계급문제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과학적인 것도 좋지만 쉽게 이해되게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는 걸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성별, 인종 이 모든 문제가 결국은 계급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의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말해지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상황을 보자. 여성은 노동현장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해 있다. 여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육아, 간호 영역에서의 전통적인 저임금 구조를 보라. 보살핌 노동에 대한 이 사회의 저평가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가. 나는 아동과 여성의 권익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로보는 거의 유일한 운동의 흐름이 페미니즘이기에 페미니즘을 지지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페미니즘의 과제도 결코 계급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때로 고속철도 여승무원 노조 파업현장에 나부끼지 않는 여성주의 단체의 깃발에 대한 아쉬움은 나뿐인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 저자의 '부자여야 행복할 수 있다'고 부채질하는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과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근거해서 나오는 가난한 자들에 대한 혐오에 대한 이야기에 100%긍정한다. 또한 가난에 대한 동정과 자선이 아니라 연대와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지지한다. 다만 별하나를 뺀 것은 다소 평이하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다.. 쉽고 재미있게 가난과 계급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p16
지배계급은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할까 바 약물 중독을 심고, 노동 계급에게는 쇼핑 중독을 심었다. 소비문화는 노동계급과 중산층이 입을 다물게한다.
p47
엄마는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결코 잘나지 않았으며, 어떤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p66
가난한 이들을 동정하는 사회적 풍조가 없다면 지배계급은 이들에 대한 테러와 학살을 충분히 은폐할 수 있다. (중략) 대도시에서 대규모 주택 단지를 허무는데도 그곳의 주민들의 거주지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지 않아도 의문을 제시하거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언론은 이런 건물은 어서 헐어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인터뷰만 내보낸다. 정작 새로 지을 공공 주택을 반드시 튼튼하고 가격도 저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장면은 아무에게도 보여지지 않는다.
p67
미디어나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하위계급이기에 느끼는 수치심에서 벗어나는 길은 소비뿐이라는 강력한 메시지에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다.
p88
나는 평생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사람보다 여유도 없으면서 평생 물질적 부를 과시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 더 큰 연민을 느꼈다.
p147
단순하게 살기, 자원 공유하기, 쾌락적인 소비주의와 탐욕의 정치에 빠져들지 않기
(중략)
경제적 자립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