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 / 레디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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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삶에 들이닥친 쓰나미.. 지루함..

나이 서른, 브리짓존스의 일기의 나오는 구절처럼 '이러다 어느날 기르던 개한테 반쯤 뜯어먹힌 채로 발견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이러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못하고 사는대로 생각하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일요일 밤이면 극도로 심해지는 우울을 극복하고 매주 계속되는 극기의 출근에 따른 지루함.

그녀는 내게 다르게 살기는 가능하다며 떠나라고 속삭인다. 스물아홉의 저자는 이혼과 망가진 대학로(그녀의 일)를 두고 파리로 떠난다. 파리의 무서운(!) 뒷골목을 거침없이 거닐고, 영어 네이티브스피커를 원하는 베이비시터 자리도 용감하게 도전해 꽤찬다. 나락에 떨어져도 돌맹이 하나라도 집고 일어나라고, 간절히 원하면 세상도 도와주기 마련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나의 짧은 해외체류 경험을 생각해봐도 우리나라 아가씨들은 참 어디 떨어뜨려놔도 야무지게 잘산다. 아니 잘산다는 걸로 부족하고, 이 모든 "눈"들에서 벗어나자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래, 너무 힘들면 늘 놓인 장소에서 살짝 벗어나는 것도 답이 될 수 있겠다 싶다.

저자의 출산기와 육아기도 참 인상깊었다. 생각하는대로 살아가려는 그녀의 노력이 가장 빛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내게는 그저 두렵기만 한 부분인데, 대화로 끈기있게 설득해나가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아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이런 방식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외국인과 시민연대를 맺은 상태다. 물론 한국의 '시댁'을 생각하면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왠만하면 결혼하지 말기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지 않은가!!)

이냥반 글 참 맛나게 잘쓴다. 이렇게 잘난 냥반이 쓴 글인데, 그래 너 잘났다 이런 시기의 느낌 보다 이 사람은 이런 힘겨움을 용감하게 해쳐나갔구나 하는 공감과 용기를 준다. 그리고 이 냥반의 짝꿍의 사진도 그녀와 아이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 글과 잘 어울린다. 

내게도 늘 옷장에만 걸려 있는 검정드레스가 하나 있다. 당장 큰 일은 못저지르더라도 옷 하나 내 맘대로 입는다고 큰 일 나는 것도 아닌데, 검정드레스에 워커신고 데모하러 한번 가볼까?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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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8-12-09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신문에 나시는거 아니에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