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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1 ㅣ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평점 :
나는 완간되지 않은 만화를 사기를 두려워한다. 워낙 출판사 사정에 따라 나오다말다 하는 경우가 많고 중간에 판형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기왕이면 완간된 이후 애장판을 소장하는 편이다. 그런데 서점에서 이책을 보는 순간 사버리고 말았다.
요즘 일본 요리와 관련된 만화들이 많이 출간된다. 엔티크의 영향인지 커피랑 케이크를 다룬 만화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 만화는 그 중 집밥에 대한 이야기다. 이 만화를 보면서 카모메식당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음식은 정성이고 또 그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야 말로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을 들어낸다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낫토떡 편을 보면서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된장찌게가 생각났고, 감주편을 읽으면서는 아주 예전 감주 좋아하는 손녀를 위해 외할머니가 내주시던 한겨울 살어름이 낀 감주가 생각났다. 야채만 주는 엄마에게 '너무 성의가 없는거 아냐'라고 소리치던 책속의 그녀가 엄마가 해 준 그 채소 하나하나가 껍질을 벗겨 무친 무척이나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걸 발견한 순간 처럼, 어느 날 고구마순을 벗기면서 '아 이 음식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거구나' 깜짝 놀랐던 내가 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비릿한 고향의 맛과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꽉 찬 2호선 전철을 순대에 속 들어가는 것처럼 올라타 생전 처음 보는 옆의 사람에게도 증오심을 품고 마는 도시생활에서, 돈버는 것외에 모든 일은 건성건성 해버리고 마는 생활 속에서, 삶의 작은 일 하나하나의 정성을 쏟다보면 나의 삶도 의미 있어지는 것은 아닐까?
오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김장김치에 수육한점 올린 따뜻한 밥한그릇 대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