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웃는남자는 꽤나 돈들인 티가 나는 극이였다. 무대는 화려했고, 배우들은 수준급이었다.

문제는 이야기다. 사내아이는 유괴되어 입이 찢어진 채 광대로 살아가게 되고, 추위와 배고픔에 죽은 어미의 품에 발견된 눈먼 여자아기를 구해 함께 살아간다. 한편 귀족들은 지루할만큼 넘쳐나는 부를 이기다못해 온갖 유희를 찾아헤맨다. 웃는 남자의 불행, 귀족들의 위선, 시대의 불의, 사랑. 뮤지컬은 이 모든 이야기를 조금씩 한다. 그 와중에 화려한 볼거리도 제공해야하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여튼 할 게 많다. 이러니 감정은 토막토막 나버린다.


음식이 넘쳐흐르다 못해 뱉어내고 먹을 지경이어도, 가난한 자에게 베푸는 빵 한조각에 인색한 것처럼, '구분이 흐려져 비정규직은 정규직 시키면 안된다. 차라리 인력이 필요하면 신규채용해라'고 했다던 어느 유명포털 인사책임자의 말이 떠올랐다. 세상은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불의하다. 세시간 10만원짜리 값비싼 흥겨운 여흥이 되기엔, 현실이 너무 비참해 충분히 화를 낼수도 웃을수도 없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8-08-22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로 본적이 있긴한데.
영화도 썩 유쾌했던 것 같지는 않아요.

무해한모리군 2018-08-23 12:49   좋아요 1 | URL
가벼운 여흥으로 뮤지컬 만들려면 다른 좋은 작품들이 많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