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에게 도를 묻다 - 이현주 목사의 마르코 복음서 읽기
이현주 지음 / 삼인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간에 누구나 한번쯤은 성서를 접해 보았을 것이다. 몇 대목을 직접 읽어보았거나, 다른 이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전해 들어본 이도 있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수식어답게 아마도 많은 이들이 성서에 대해서 한 마디씩은 할 수 있을 만큼 성서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듯싶다. 하지만 성서만큼 어려운 책이 또 있을까? 비기독교인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성서가 기독교인들에게조차 까다롭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사실 성서는 ‘널리’알려져 있을지는 몰라도 ‘깊이’ 이해되고 있지는 않은 형편이다. 

 이에 대해서 논하자면 많은 지면이 할애되니 짧게나마 원인을 짚어보자. 아마도 성서 자체가 갖고 있는 난해함이 근본 원인일 테고, 그러다보니 많은 이들이 주눅이 들어 웬만해선 읽으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 다음 원인일 테고, 정작 그에 대해 설명해준다고 하는 신학자들의 사변적인 개념들에 또 한 번 주눅이 드는 것 또한 원인일 테고, 목사들에 의해 강단에서 선포되는 말씀들이 자꾸만 말씀 자체의 내용과는 동떨어진 것 같아 헷갈리다보니 그게 또 원인이 되어 성서가 그렇게도 따분하고, 지루할 뿐만 아니라 어렵고 딱딱한 것으로 간주되기에 이른 것 같다. 뭐 사실 나도 성서를 마주할 때마다 독해의 어려움을 느끼지만;;;

 어쨌거나 이처럼 성서는 어렵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신약성서의 복음서들은 단연 어렵다. 예수의 온갖 비유들과 행적들, 그리고 복음서 기자들이 갖고 있는 문체상의 특징과 그를 이루고 있는 구조들 때문에 사실 복음서는 진짜 까다롭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읽어도 그 뜻을 헤아리거나 이해하지 못하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성서는 ‘성서로써’ 고립된다. 더 이상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읽는 기쁨’을 주지 못하고, 책장 한켠에 한가롭게 전시될 뿐이다. 그래도 조금 성의 있는 이들은 시중의 주석서들을 통해서 본문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가상함을 보인다. 하지만 예의 주석책들이 남발하는 따분한 어휘들이 금새 질리고, 지치게 만든다. 그런데 이 따분하고 어려운 성서를 ‘새롭게’ 마주한 이가 있다. 이현주 목사다.

 <예수에게 도를 묻다>는 말 그대로 ‘자기 나름대로’ 풀어서 마치 소설처럼 쓴 주석서이다. 그는 (자기 안의) 선생님과 오롯이 마주하고 앉아서 대화를 나눈다. 마르코복음(마가복음)을 한 구절 한 구절 읽어가면서 제자는 묻고 스승은 답하는 식으로 말이다. 철없는 제자의 물음에 스승은 호통을 치기도 하고, 조곤조곤 타이르기도 한다. 때론 제자의 적실한 한 마디에 맞장구를 쳐주기도 한다. 그리고 제자인 이현주 목사는 마르코복음을 한 절 한 절을 읽어 내려가며 궁금했던 것들을 스승께 여쭌다. 물론 그 제자의 모습에는 삿됨이 없으며, 무리도 없다. 그저 선생께서 일러주시는 말씀들을 겸손하게 듣고, 받들 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선생님은 성서의 예수님과 같은 분은 아니다. 그저 이 대화가 한 인간의 내면에서 ‘자연 발생한 혼잣말’인 것처럼 자기 내면에 계신 ‘스승님’일 따름이다. 그러니까 결코 일반적인 예수상(像)으로 이해하려들지 않는 것이 좋다.

 아무튼 ‘소설같은 주석서’인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덧 내가 제자의 입장이 되어 스승의 말씀을 구하고 있는 모양새처럼 착각하게 될 때가 없지 않았다. 게다가 구차한 물음이나 궁금증에 얽매이지 않고, 말씀의 본뜻을 전해주려는 스승의 마음이 전달되는 듯한 느낌 또한 받았다. 늘 이성의 잣대로 성서를 분석하거나 독해하려던 시도를 내려놓고, 말씀 자체에 천착하라는 음성이 들리는 것도 같아 놀랍고, 신비로웠다. 그리고 말씀이 온갖 현자들의 말씀(노자, 장자, 석가, 루미 등등의)과 더불어 교차되고, 이해되니 한결 더 새롭고, 옹글게 감응하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모든 성서의 말씀들이 ‘사랑’에 가닿아 ‘사랑’과 한 몸이신 ‘그 분’과 잇닿게 하니 영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한 시간이었다. 스승의 당부처럼 ‘사랑’으로 깨어있음이 모든 것(everything), 즉 전부임을 깨달아, 깨달음대로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이 진하게 여운을 남겼다. 

언제 어디서나, 어떻게 하면 지금 네 눈 앞에 있는 대상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인지 그것만을 생각해라. 그리고, 떠오르는 게 있으면 겁내지 말고 그대로 하여라. 사람들 눈치 보지 말고, 결과를 계산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사랑'만을 생각하고 그렇게 움직여라. 때가 되면 나와 아버지를 네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이다! – 198쪽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간에) 많은 이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감응할만한 책이거니와, 이처럼 정직하게 써내려간 스승과의 대화록을 나는 오래고 곁에 쟁여두고 읽을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