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에게 도를 묻다 - 이현주 목사의 마르코 복음서 읽기
이현주 지음 / 삼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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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애써서 요한처럼 먹고 요한처럼 입는다 해도 네 마음이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결국 자신과 세상을 속이는 것일 뿐이다. 요한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었나에 눈길을 머물지 말고, 그가 그렇게 해서 누렸던 자유를 보고 그것을 배우도록 하여라.-21쪽

죽임은 죽음을 낳고 살림을 삶을 낳는다. 남에게서 바라는 바를 남에게 해줄 때, 그 바라는 바가 이루어진다.-32쪽

인생이란, 누구의 것이든, 연습을 위한 연습을 위한......연습니다. 그래서들 인생을 곧 수행(修行)이라고 말하는 것 아니겠느냐?-42쪽

군사혁명은 대개 수도를 장악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하늘 혁명은 언제나 변두리에서 아무도 모르게 비롯된다. 겨자씨처럼, 처음에는 잘 보이지도 않게 싹을 틔우는 것이 하늘나라다.-45쪽

'엉뚱한 데'란, 지금-여기가 아닌 다른 모든 곳, 다른 모든 때를 뜻한다. 하느님 나라는 태곳적 과거도 아니고 먼 미래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니고 사마리아도 아니고, 지금 너 있는 곳, 바로 여기에 있는, 그런 나라다. 사람들이 저마다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면서 행복하게 못 사는 것은, 행복을 있는 데서 찾지 않고 없는 데서 찾기 때문이다. 명심해라. 너에게 있는 것은 지금-여기 밖에 없다. 어제도 없는 것이요 내일도 없는 것이요 저기도 없는 것이요 거기도 없는 것이다. 사실은 그 모든 것이 '없는 게'아니라 지금-여기에 들어와 '있다.'-47쪽

내 말을 보았으면 또한 말에 머물지 말고 그 뜻을 보아야 할 것이며, 뜻을 보았으면 거기에 머물지 말고 그대로 살아야 한다.-61쪽

병이 낫고 마귀가 쫓겨나는 '현상'에 눈이 어두워져서 밥 먹고 길 걷는 평범한 행위 속에 감추어진 아버지의 사랑과 은총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67쪽

장자(莊子)가 거울처럼 마음을 쓴다고 했는데, 근사한 말이다. 사물이 오면 받아들이되 환영하지 않고, 가면 보내되 등 떠밀지 않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사는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 온몸으로 참여하되 그 상황에 얽매이지 않는다. 네가 전에 '초연한 참여'라는 말을 썼거니와, 역시 근사한 말이다. 그게 바로 흔들리면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열매다.-85쪽

사람이 자기 생각이나 말의 한계를 스스로 알고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줄 알면, 바로 그 사람이 참된 학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자기가 배워서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자기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임을 안다. 그러기에 자기가 알고 있는 바 지식의 내용을 언제든지 비울 수 있고 바꿀 수 있다. 그에게는 '굳어진 지식'이 없다. 머리와 가슴이 열려 있어서 언제나 새로운 지식이 들어올 수 있고 낡은 지식이 나갈 수 있다.(......)학문도 생명이다. 열려 있으면 살고 닫혀 있으면 죽는다. 초목이고 사람이고, 부드러운 것은 생명에 가깝고 딱딱한 것은 죽음에 가깝다고 하지 않았느냐? 생각도 마찬가지요 학문도 마찬가지다.-94쪽

천국을 밖에서 찾으려고 하면 종신(終身)토록 헤매어도 결코 찾지 못한다. 그것이 없는 데서 어찌 그것을 찾겠느냐? 하느님은 '바깥'이 없으신 분이다. 따라서 그분의 나라 또한 '바깥'에서는 찾을 수 없는 나라다.-99쪽

나는 '새로운 사람'을 탄생시키려고 세상에 왔다. 내가 살기 위해서 너를 죽여 온 사람을, 내가 살기 위해서 나를 죽이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내가 세상에 온 목적이었다. 내 가르침대로 살고자 하는 자는, 이제까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살아야 한다. 따라서 낡은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아무도 내 가르침을 좇아서 살 수 없을 것이다.-115쪽

"......그들은 마비된 사람들인데 한 사람은 몸이 오그라붙었고 나머지는 마음(생각)이 오그라붙었다."
"몸이나 마음이 왜 마비되는 겁니까?"
"열려 있어야 할 곳이 막혀서 그렇다."
"왜 열려 있어야 할 곳이 막힙니까?"
"......근본은 무지(無知)에 있다. 무지가 욕심을 낳고 욕심이 집착을 낳고 집착이 막힘을 낳고 막힘은 마비와 죽음을 부른다."-124-125쪽

미래를 보느라고 현실을 놓친다면 그것은 지혜가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희생한다는 말이 듣기에는 근사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위험한 함정이 숨어 있다. 그가 바라던 '내일'이 영원토록 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은 네 머리 속에나 있지 실제로는 없는 날이다. 너에게는 다만 '오늘'이 있을 뿐인데, 그것도 네가 잡을 수 있는 날은 아니다.-135쪽

물유본말(物有本末)이요 사유종시(事有終始)이 지소선후(知所先後)면 근도(近道)라, 물(物)에는 뿌리와 가지가 있고 일에는 앞뒤가 있어서 먼저 할 게 있고 나중 할 게 있거니와 그것을 제대로 알면 하느님 법에 가깝다고 했다.-147쪽

명심하여라. 나는 언제나 네 머리 위에 있다. 그러나 네가 보아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내 빛에 드러난 세상이다. 내가 세상에 온 것은 나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로 하여금 세상을 밝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러니, 세상을 밝게 살아가려면 눈을 들어 위를 쳐다보지 말고 아래로 발밑을 살피라는 얘기다. 하늘 가는 길은 하늘에 있지 않고 땅에 있다.-167쪽

같은 이슬을 뱀이 마시면 독이 되고 꽃이 머금으면 향기가 된다. 아버지께서는 욕심이 있는 자에게는 더 많은 욕심을 주시고 욕심이 없는 자에게는 그 있는 욕심마저 거두어 가신다.-174쪽

내 멍에를 메고 나한테서 배워라. 때가 되면 눈이 열려, 네 참모습을 보게 되리라. '앎'은 두뇌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삶'에서 맺어지는 열매다. 나를 따라서 내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삶'이 없으면 '깨달음'도 없다.-183쪽

언제 어디서나, 어떻게 하면 지금 네 눈 앞에 있는 대상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인지 그것만을 생각해라. 그리고, 떠오르는 게 있으면 겁내지 말고 그대로 하여라. 사람들 눈치 보지 말고, 결과를 계산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사랑'만을 생각하고 그렇게 움직여라. 때가 되면 나와 아버지를 네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이다!-198쪽

오늘 하루, 숨결에 마음 모으고 깨어 있어라. 어떻게 하면 지금 네 눈앞에 있는 것을 사랑할 수 있겠는지 오직 그것만 생각하면서 순간을 살아라. 그 방법을 모르겠으면 너보다 더 너와 가까운 나에게 물어라. 인생이란 얼마나 단순하고 쉬운 것이냐? 네 어깨에 멘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210쪽

욕심이 없으면 겉모습이 보이고 욕심이 없으면 안 보이는 게 보인다고 했다. 어떤 마음을 품고서 보면 보고 싶은 대로 보이고 아무 마음 없이 보면 있는 그대로 실상(實相)이 보인다.-215쪽

위도일손(爲道日損)이라, 길을 가려면 날마다 덜어내라고 하지 않았느냐? 성서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네가 지니고 있는 모든 지식을, 오직 진리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아라. 앎이 너를 위해 있는 것이지 네가 앎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226쪽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선이냐? 선 자체를 위한 선이 아니면, 선한 의도마다 삿된 기운을 품게 마련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한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 들어보지 않았느냐?-248쪽

만물의 중심이 하느님 아버지시다. 그분은 우주의 중심이시요 우주가 하나밖에 없으니 네 중심인들 어디 다른 데 있겠느냐? 누구든지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면, 천지가 저와 한 뿌리요(天地與我同根) 만물이 저와 한 몸(萬物與我一體)임을 저절로 알게 된다.-253쪽

어디를 가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네 맘대로 하지 말고 내가 이끄는 대로 하여라. 제자가 스승에게 자기를 온전히 내어맡기는 것이 곧 자기를 버리는 것이다.-299쪽

네 십자가를 지라는 말은, 네가 네 뜻을 스스로 비우고 내 뜻에 좇기로 서원(誓願)한 다음에는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을 취사선택 없이 받아들이라는 얘기다.-301쪽

하느님 나라는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하느님이 여기 계시다 할 수 있는 그런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가 동산에 떠서 서산에 지지만 실은 뜨고 지는 별이 아니듯이, 나 또한 이 세상에 왔다가 이 세상을 떠난 존재물(a being)이 아니라 모든 존재물을 있게 하는 존재(the being)다. 그것이 나다. 그러기에 누구든지 나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307쪽

결국, 저절로 그렇게 될 때까지는 일삼아 그렇게 하려고 거듭 거듭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다. 내 말은, 사물이나 사람을 대할 때, 일그러지고 때 묻은 겉모양에 눈길을 머물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의 본질을 보려고 애쓰라는 말이다.-349쪽

내가 세상에 제시한 길은 쉽고 편한 길이다. 내 짐은 가볍고 내 멍에는 편하다. 너로 하여금 그 쉽고 편한 길을 가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너의 '에고'다. 에고는 어둠과 마찬가지로 본디 없는 것이다. 있지도 않은 가위가 너를 무겁게 짓누르듯이, 있지도 않은 '에고'가 너를 움켜잡고서 쉽고 편한 '자유, 자연'의 길을 가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는 걸 알고 있느냐? 네 원수가 바깥 어디에 있지 않고 네 속에 있음을 알고 있느냔 말이다.-357쪽

깨달은 사람에게는 현재도 과거도 미래도 없다. 오직 영원한 지금과 무한한 여기가 있을 뿐이다.-366쪽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견해나 기대 따위를 치우고, 그냥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기를 꾸준히 연습하여라. 하되, 네가 본 것이나 들은 것을 고집하거나 남에게 강요하지 마라. 다만 겸손하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하고 거기서 그쳐라.-374쪽

참 자유인은 남을 섬김으로써 자기를 제대로 섬기는 사람이다.-375쪽

믿음이란, 믿겠다는 의지의 산물이 아니다. 저절로 믿어지는 그게 진짜 믿음이다.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데 억지로 믿어보려고 애를 쓴들 그 믿음이 참된 믿음일 수 있겠느냐? 가짜 믿음으로는 네 손가락 하나 맘대로 움직이지 못한다.-395쪽

위선자들이 위선을 하는 것은 그 성품이 나빠서도 아니요 위선자로 태어났기 때문도 아니다.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다. 거짓의 어둔 밤을 겪고 때가 되어 진실의 아침을 맞이하면 그들은 비로소 자기가 여태껏 무엇을 했는지 깨우친다. 바로 그 깨우침이 지금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참된 깨달음의 바탕으로 된다. 그러니 위선자들을 경멸하거나 미워하지 마라. 오히려 힘든 과정을 밟고 있는 그들을 측은히 여길 일이다. 그것이 그들을 조심하여 그들과 한 통속으로 되지 않는 비결이다.-428쪽

"무엇을 보든지, 그것이 있기 전과 그것이 없어진 뒤를 함께 보아라. 그렇게 사물을 통하여 사물의 근원(모든 것이 거기에서 왔다가 거기로 돌아가는)을 보도록 하여라."
"예, 선생님."
"그윽한 눈길, 사물과 사물의 앞뒤 위아래를 함께 보는, 그윽한 눈길이 수련의 열쇠다."-433쪽

네 속에 있는 두려움과 싸워서 몰아내려 하지 말고, 진실을 깨닫고자 힘쓰도록 하여라. 네가 진실을 알면 진실이 너를 사랑으로 충만케 하여 온갖 무지와 두려움과 그 열매인 폭력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것이다.-453쪽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힘은 인간의 견해(이데올로기)들이 아니라 그 가슴에서 샘솟는 사랑이다.-460쪽

사랑하는 대상 앞에서 내가 없어지는 것! 그것이 참사랑의 길이다.-467쪽

네가 먹고 마실 때뿐만 아니라 숨을 쉴 때에도 나를 기억하여, 먹는 너와 먹히는 내가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알 때에, 그 앎이 네 삶으로 옹글게 실현될 때에, 나는 더 이상 너를 '너'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472쪽

날마다 순간마다 어떻게 사면 이 상황에서 내가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를 궁리하면서 살아보아라. 때가 되면 아버지께서 너의 '나'를 모두 거두어 가시고 그 빈자리를 당신의 '나'로 채워주실 것이다. 그것이 십자가요 그것이 부활이다.-5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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